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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타올, 한 장만 써도 충분하더라고요

지구를 살리는 작은 습관

나에게는 작은 습관이 있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핸드타올을 쓸 때, 한 장만 쓰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종이를 한 장만 뽑아서 썼는데 의외로 부족하지 않고 충분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장으로도 양손을 닦고 손가락 사이사이까지 닦는 게 가능했다. 

심지어 양치질을 하고 나서는 손뿐만 아니라 입이며 칫솔까지도 전부 핸드타올 한 장으로 닦게 되었다. 

종이가 젖으면 녹거나 찢어지는 게 아니고 어느 정도 질기고 힘이 있어서

젖은 상태로도 손 구석구석을 닦기에는 부족함이 없었고

한 장으로 닦고 나도 손은 뽀송뽀송 깔끔했다. 


억지로 한 것이 아니다. 

어느 날 한 장으로 닦아봤는데 모자라지 않고 괜찮다는 것을 경험하니 

그 행동을 계속하게 된 거 같다.  


그런데 이 행동이 주는 만족감이 있다. 

내가 지구를 위해, 환경을 위해 대단하게 큰 일은 못하지만

사소한 일상에서 종이 한 장이라도 덜 썼다는 마음이 은근히 뿌듯한 것이다.

그리고 내 돈으로 사는 휴지도 아니긴 하지만 

누구의 돈이든, 혹은 세금이든

쓸 수 있다고 마구 쓰기보다는

작은 물건 하나라도 아끼고 절제하며 생활한다는 것이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복지관 발달센터에서 장애아동청소년 상담을 할 때

물감이나 휴지를 조절하지 못하고 마구 쓰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런 친구들에게는 적당한 양을 쓰는 연습을 계속했는데

그것은 조절력을 키우기 위한 활동이었다. 


나를 소중히 여기게 되면, 물건도 소중히 여기게 된다. 

물건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어쩌면, 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반짝반짝 빛나는 내 마음을 위해서

나는 오늘도 핸드타올을 한.장.만. 쓰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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