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일은 사실 많은 사람들을 만난 다기보다는, 소수의 고객들의 장/단기 비즈니스를 최대한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있다 보니 내가 드러나거나 우리 회사가 드러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다 보니 업계에서 친구를 만들 시간이 많지 않다.
비단 요즘 들어 느끼는 생각은 아니지만, 여기저기에서 치이면서 일하다 보니 동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의심 없이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베스트겠지만 그건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고, 비슷한 상황 혹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라도 사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다행히 나와 같은 직종의 대 선배급의 대표님과는 조금씩 친해지고 있어 동병상련으로 이따금씩 이야기를 나누고는 있으나, 각자가 너무 바쁘고 힘들다 보니 서로 더 챙기기 벅찬 아쉬움이 있다.
때로는 커피 산업 내 아예 다른 직군에서 일하는 사람들과도 교류하는 것이 오히려 더 즐겁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때가 있다. 괜히 뭔가 좋은 카페에 가면 직원분들이나 대표님들에게 한 마디라도 더 걸어보고, 로스팅을 하는 친구에게 이런저런 질문도 하고 그러다 보면 내가 하는 일에서 조금이나마 고개를 돌려볼 수 있어 좋다.
이번 주에는 한 지인분이 그분과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을 몇 알고 있어 모임을 만들어보겠다고 하셔서 카페쇼 기간을 이용해 참석했다.
일단 만나보니 커피업계의 지속가능성(Sustainable Coffee and Sustainability in Coffee Industry)에 대한 공통분모만 있을 뿐 다들 각자 다른 영역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배경도 다양해서 다음 모임이 기대되는 그런 시간이었다.
함께한 분들은,
인도네시아 커피 전문 생두 수입업체/로스팅업체 대표님
공정무역(커피) 단체 소속의 팀장님
다양한 산지 디렉트 트레이딩을 하는 제조사(로스팅업체) 총괄 팀장님
코스타리카 커피 섹터의 개선을 위해 활동 중인 국제개발 NPO 대표님
으로 그 외에도 앞으로 모임에 조인하실 몇 분이 더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흐지부지한 모임이 되지 않기 위해 앞으로 각자 분야의 이야기를 나누고, 일정 기간마다 서로 전문적인 정보/지식 발제하면서 공유의 장으로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살짝 부담은 있지만 폐쇄적인 한국 커피 산업(이 이야기는 나중에 별도로 한 번 다뤄보고 싶다.)에서 선입견 없이 일단 이러한 모임에 참석할 수 있어서 기대감이 더 크다.
이러한 모임이 내 일상에 새로운 자극제가 되어줄 거라 믿고, 나도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정말 오랜만에 가볍게 브런치에 들어와서 글을 써본다.
또 아나, 이 팍팍한 업계에서 좋은 동료가 생길지.
6th NOV, 2020 @ FLO booth, SEOUL CAFE SHOW 2020, CO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