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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gsu Siris Woo Jul 25. 2021

2021년 7월 커피 선물 시장 쇼크 Part1

7월 브라질 냉해를 통해서 다시 바라보는 선물 시장과 커피 산업

무더운 7월에 브라질에서부터 날아온 비보


지난 한 주는 아침 8시 반부터 매일매일 전화가 여기저기서 걸려왔다. "과장님 이거 어떻게 되는 거예요.", "아 정말 망했어요.", "이거 얼마까지 올라갈 것 같아요? 200, 300 가는 거 아니에요?", "지수 향방을 어떻게 보세요?" 그 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로 하루 종일 전화기가 이렇게 바쁜 날이 없었다.


그렇다, 커피 선물이 선물거래소에 등록된 이후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찾아왔던 시장 쇼크가 올해 7월에 일어나고 있다. 4-6월에 그렇게 떠들어대던 원자재 슈퍼사이클에 대한 불안감/기대감은 유니콘처럼 우리 곁을 지나갔지만, 이번에는 전 세계 모든 커피인들을 에게 영향을 줄만한 비보다.


한국 시간 기준 7월 20일 오후부터 브라질을 덮은 한랭전선이 불러온 서리를 동반한 냉해의 피해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인베스팅 닷컴, 모건스탠리 등에서는 하이라이트 기사를 올리며 불안감을 부추기기 시작했고, 업계 유수한 연구기관 및 트레이딩 회사들의 연구팀들도 다들 각자만의 브라질의 어두운 현실을 보고하기 시작하며 커피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한국 시간으로 17시 15분에 개장하는 아라비카 선물 거래소는 이미, 현지 시간 새벽부터 브라질 주요 커피 산지에서 들리는 낮은 기상 일보에 대한 공포심에 갭상승으로 시작하였고, 이 기세는 식을 줄 모른 채 랠리를 타기 시작했다.


7월 20일에 시작된 랠리는 지난주 마지막 장인 7월 23일 금요일 개장까지 천장을 모르고 올라가다가 펀드들이 수익실현을 하기 위한 매도세에 4일 만에 처음으로 숨 고르기가 들어갔다. 4일간 지수는 42 cts/lb 가 넘는 수준으로 상승하며 역사적인 수준의 상승폭으로 기록된다. 이미 지난 6년 반 중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조금만 더 가면 이제 10년 중 최고치를 경신할 것처럼 보인다.


아주 짧게 역사적으로 기록될 지난주를 돌아보면 좋을 것 같아서 정말 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2021년 7월 커피 쇼크 정리


이번 사태를 돌아보기 전에 일단 지난 30년간의 아라비카 선물 시장 기록을 아래와 같이 공유하면 이번 브라질 기후문제로 시작된 시장의 랠리의 강세를 가늠하는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30년간 아라비카 선물 시장 차트. 지난 23일 시장은 189.00으로 마감했지만, 장중 209.50까지 치솟았다.


1차 냉해


브라질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 산지이다. 쉬운 비교로, 우리나라의 지난 3년간 연평균 커피 생두 수입량이 약 245만백 정도 되는데, 브라질의 biennial crop인 것을 감안한  연간 아라비카 생산량만 4500만백이 넘는다. 이러한 거대 커피 산지에 수확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면 전 세계의 수급 균형이 망가진다.


기후는 모든 원자재 시장의 기본지표(Fundametal)이며 커피 재배 / 수확 / 가공 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기후는 다른 펀더멘털 요소인 글로벌 수급균형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시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매일 같이 확인하는 것이 산지 기후 소식이다.


6월 중순부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후연구소들은 브라질에서 6월 말에 한랭전선이 도래할 것으로 보고했으며, 실제로 6월 말일(30일)에 브라질 주요 커피 산지에 아주 약간의 스크래치는 주고 떠났다. 이때에도 이미 냉해를 예상했던 펀드(금융기관), 수출자, 수입자, 생산자들은 6월 27일경부터는 선물 헷징을 시작했고, 6월 28일 장에 근월물 162 cts/lb를 넘고야 만다. 이미 우리는 5월 말에도 164 cts/lb를 넘어봤으니 크게 쇼크라 부르지도 않았고, 실제로 냉해 피해 규모가 매우 작게 보고(약 5만 백 정도의 피해 규모)되며 오히려 선물시장은 제자리를 찾아 내려가며 커피 산업에 안도감을 주었다.

브라질 서리 피해 (source: Jonas Ferraresso)


아라비카 9월물 사진. 1차 냉해 피해가 보고된 6월 말 직전 6월 28일부터 상승세를 탔다가 실제 피해규모가 적게 보고되며 지수가 재차 안정세를 찾는 모습(source: barchart.com)


모든 기후 연구소들도 향 후 2주간은 추가적인 냉해 피해는 없을 것이라 보고 했기에, 적어도 소비국 커피 업계에서는, 그리고 나 또한 지수가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7월 18일부터 매일 받아보는 기상 일보와 회사 내의 여러 베테랑들의 걱정 어린 코멘트들에서 브라질에 2차 냉해 피해가 있을 것이며,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가볍게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들이 있었고 결국 현실화되었다.


2차 냉해 발발


예고된 2차 냉해는 정말 분위기가 달랐다. 우리 회사 내 모든 트레이더들은 30분마다 다양한 수치예보모델을 통한 브라질의 기온 상황 업데이트를 받았고, 회사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의 긴장감이 흘렀다.


우려했던 것처럼 브라질 주요 아라비카 커피 산지인 Prana, Sul de Minas, Cerrado, Mogiana 등의 지역에서 마이너스 기온과 함께 서리와 강풍이 보고되었으며, 곳곳에서 냉해 피해 사진들과 피해에 대한 코멘트 등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이맘때 브라질에서 어느 정도 서리는 예측 가능하지만, 이번 냉해는 단순 서리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낮은 기온과 함께 강풍을  불러와 단순 피해가 아닌, 아예 나무를 베어 버려야 할 정도의 피해를 준 지역들이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Cerrado(세하도), Mogiana(모지아나) 지역에 특히 많은 피해가 발견 되었다.


브라질 한 커피 재배지의 항공뷰. 갈색으로 보이는 곳은 다 커피 농장으로, 냉해로 인해 나무가 죽어서 초록색이 아닌 갈색을 띄고 있다. (source : Judith Ganes)


선물 지수는 3일 연속 갭상승을 했으며, 19일 156.40 cts/ lb이던 근월물 지수는 약 23일에는 한 때 33.8%나 상승한 209.30 cts/lb까지 올라가는 모습까지 지켜보며 모든 소비국 커피 수입업자들을 잠 못 이루게 했다. 

아라비카 9월물 사진. 지난 1차 피해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와 강세로 올라가는 선물 지수. 23일은 펀드들의 매도세에 다시 189.00로 마감하였지만, 그 다음 장의 향방 예측은 어렵다. (source : barchart.com)


으로의 향방도 여전히 bullish


(source: financebrokerage.com)


4일간 치솟고 예상보다는 살짝 일찍 가라앉은 이 시장의 향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 사실 누가 나에게도 이 질문을 한다면 나 정말 당혹스러울 것 같고, 또 어찌 보면 너무나도 중요한 질문이라 나 스스로에게나 고객들에게 어느 정도의 현답을 주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많은 업계의 베테랑들의 조언과 시장 상황을 참고해서 굳이 내가 코멘트를 해야 한다면, 정말 long story short, 금월 29일부터 약 3일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제3차 냉해가 이미 예보된 이 상황에서 시장은 일단 bullish 하기에 현시점에서 어느 정도 헷징(fixation)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특히 지난 24일 장에 한 번 꺾인 지금은 더욱 그렇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앞으로 계속 신나게 수익 실현할 것으로 예상되는 펀드들이 어느 시점에 매도를 한다고 해도, 결국 시장에서 계속 매수 헷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단기간에 큰 하락세를 기대하는 것은 답은 아닐 것 같다.


물론 나는 커피 업계에 아직 뉴비라서, 이러한 역사적으로도 기록적인 시장이 익숙하지가 않아서 내가 익숙한 레벨까지 시장이 내려가 줬으면 좋겠는 이기적인 마음이 더 많다. 하지만 시장은 여느 때와 같이 수많은 요인들에 의하여 자신의 길을 갈 것이며 많은 이들의 바람을 반영하여 움직일 것이기에 나도 그 불편한 흐름에 몸을 실어서 보다 적극적으로 배워 나가야 할 것이다.


브라질에 위로를..


위에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이미 돌아오는 금요일부터 재차 브라질의 주요 아라비카 산지에 냉해가 예상된다. 이미 차례의 냉해로 인하여 정말 피해를 많이 본 지역은 내년까지 전혀 커피를 수확할 수 없다.

금번 냉해는 단순히 금년도 뉴 크롭(21/22 crop)의 생산에 지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실 내년 크롭(22/23 crop)에 훨씬 영향을 많이 주었다. 일반적으로 성숙한 커피나무보다 어린 나무들이 냉해에 더 약하여 쉽게 피해를 입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도 더 많이 입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은 농장일수록 커피가 그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주요 작물이라 심리적으로 경제적으로 얼마나 큰 타격을 입을지 감히 내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연초에는 강수량 부족으로 인하여 피해를 많이 본 브라질 커피 산지에 찾아온 이번 세 차례의 냉해는 정말 슬픈 일이다. 매일 새로운 먹거리, 4차 산업, 5차 산업을 이야기하는 정신없이 바쁜 일상에 노출되어 있는 커피 소비국 사람들에게는 농업이 주요 산업인 나라의 이야기가 크게 와닿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같이 마시는 우리의 일상 커피는 사실 대부분 브라질 커피의 함유량이 가장 높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다면  한 잔 한 잔의 커피가 더 소중하게 여겨지고, 이 한 잔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가장 큰 공헌을 하는 브라질 커피 농장들에 고마운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머나먼 극동 아시아에 사는 우리들이나, 미국과 유럽의 많은 커피 소비국들의 커피 수입업체, 제조사들도 이러한 브라질발 선물시장 쇼크로 인하여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 분명하다. 또한 이러한 위기가 다른 산지에는, 또는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 내부 이야기는 Part 2에 더 자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지금은 개인적으로 브라질에 있는 농장들을 위로하고 더 큰 어려움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의 안녕을 위해 기도하고, 커피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조금은 더 커피 열매를 생산하는 산지 사람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조금이라도 더 갖게끔 하는 것이 동종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1인분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브라질 커피 참 맛있습니다.

저도 정말 좋아합니.


냉정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러한 시장 쇼크는 달갑지 않고, 내 한 몸 챙기기 바빠지는 현실이지만, 저 멀리 나와 같은 사람들이 다 죽은 커피나무를 보며 망연자실한 모습을 떠올리면서 그들의 안녕을 바라고, 조금 더 감사한 마음으로 커피 한 잔을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Viva Brasil.



(source: Adobestock)



사진 source: Judith Ganes, Jonas Ferrare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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