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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gsu Siris Woo Mar 15. 2020

커피 트레이더라는 직업에 대하여 part 2

커피 트레이더가 하는 일

재택근무가 불러온 늦어진 글쓰기


2월~3월은 코로나로 인하여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바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는데 훨씬 혹사스러운 일정을 보내고 있는 요즘이다. 집에만 있다보니 12~13시간 근무하던 평소에 비해 지금은 업무와 일상의 경계가 사라져버려 평균 근무시간이 14-15시간까지 연장되어버린 상황이다. 그래서 조금의 짬을 내어 글을 정리해볼 여유를 찾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이렇게 일을 하다보니 트레이더의 일상 속의 고충에 대한 글도 나중에 짧게라도 끄적거려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주말 저녁을 맞이하여 커피 트레이더라는 직업에 대하여 짧게 적어봤던 part 1에 이어 커피 트레이더는 무슨 일을 하는가에 대하여 빨리 part 2를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오늘도 협의의 커피 트레이더에 대해서만 다룰 것이다.


트레이더의 업무는 단순해보이지만, 깊이 들어가보면 매우 세세한 일들로 가득하다


먼저, 아주 단순하게 커피 트레이더의 업무를 나열해보면 아래와 같다. 

커피 선물 시장 자료 분석(Review the NYC C Futures market & LIFFE R Futures market reports)

단가표 업데이트 및 배포(Distribute daily offering list)

회사 내외부의 모든 이해관계자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Communicate with internal / external parties regarding trade matters)

기존 고객들 관리 및 지원, 발주 확보(Manage and support the clients, and drive demand)

신규 고객 발굴(Actively seek new buyers)

신규 제품/프로젝트 개발(Actively initiate coming with new product and projects)

현물 계약 및 선물 계약(Physical trade and Futures trade)

선물 포지션 관리(Futures position management)

거시 경제 / 산지 정보 / 시장 동향 파악 (Research & analyze macro, orgin, and market trend)

커피 샘플 관리 및 컵핑(Green coffee sample management and daily cupping)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Troubleshooting and delivering solutions to various issues at hand)


위에 적어본 일들이 단순해보여도 사실 하루 안에 소화하기에는 매우 벅찬 업무들이다.  짧은 주말이 상세 업무들을 다 기술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 같다. 나중에 스스로 작성의 필요를 느끼거나, 누군가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경우에는 정리를 차근차근히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경우에는 실제로 매일 이 모든 업무를 혼자서 소화해왔지만, 현재는 내 업무 중 백오피스에서 서포트해줄 수 있는 좋은 동료를 채용해 장기적으로는 조금 더 체력을 아끼고 트레이더로의 본연의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트레이더의 주업무는 계약 체결이다 


트레이더로서의 본연의 업무는 이전 글(커피 트레이더라는 직업에 대하여 part 1)에서도 다뤘지만, 결국 영업활동(Sales activity)을 통한 수익창출(Profit generation)이 주업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업활동은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 지식, 제품, 그리고 서비스를 고객에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제시를 하는 것으로 시작되기도 하지만, 고객들로부터 문의/요청을 받아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그것이 이메일이든, 메신저든, 유선 연락이든 다 무관하고 고객과의 관계 혹은 고객이 선호하는 방법으로 연락을 취하면 된다. 어떻게든 계약을 잘 체결하는 것이 트레이더의 핵심역량이자 성과지표이다. 


고객이 먼저 원하는 품목에 대해 문의를 할 경우를 먼저 예를 들어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고객과 주로 다루는 내용은 아래와 같다.

고객이 원하는 혹은 내가 오퍼하는 품목 설명(Product origin / grade / quality / and etc)

고객이 원하는 선적/입항 시기(Shipment period or Delivery period depending on the Incoterms)

고객이 원하는 품목에 대한 수량 및 패키징 (Volume or quantity, and choice of packaging)

고객이 원하는 일반적인 무역 조건들(General trade terms)


고객과의 소통이 끝난 후에는 일반적으로 수출자(shipper/exporter)와의 소통이 시작된다. 고객이 제시한 품목들에 대하여 수출자와 협의를 한다. 각 트레이더들은 그들이 속한 그룹의 계열사들과 협의를 할 수도 있으며, 회사가 작은 경우에는 산지에 다양한 파트너 수출자들과 협의를 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각 산지마다 지사를 보유한 상사들이 여러면에서 유리할 수가 있다. 보다 다양한 커피를 소개할 수 있고, 전문성 및 관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쉽퍼와 협의를 마친 후에 고객에게 오퍼를 하고 고객의 카운터비드가 없으면 계약이 성사되는 것이다.

카운터비드가 있으면, 카운터오퍼를 통해 계약을 성사시키도록 노력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도 계약이 성사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트레이더가 먼저 고객에게 오퍼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위의 프로세스의 반대로 쉽퍼와 먼저 협의 후 고객에게 내가 오퍼하고자 하는 품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면서 오퍼를 진행하게 된다.


고객과의 현물 거래에 대한 오퍼의 확약이 이루어지면, 트레이더들에게는 선물 거래를 통한 헷징(hedging)이 필수로 따라온다. 하루하루 다르게 변동하는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수출자와 트레이더는 각자 선물시장에서 원하는 수준에 맞게 선물을 구매한다. 이 선물은 수출자와 트레이더가 또 각자가 기대하는 지수에 맞게 확정(fixation)하여 사기도 팔기도 한다. 이 부분은 트레이더의 핵심업무이지만 너무 기술적인 부분이라 여기에서는 생략하기로 하겠다. 중요한 것은 현물거래와 선물거래가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며, 이를 통해 전체적인 구매가격/판매가격이 형성된다는 것만 오늘은 적고 싶다.



결국은 가격, 항상 가격


트레이드의 성사에 있어서 여러 요소들이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가격이다. 그 누구도 싸게 팔고 싶지 않고, 그 누구도 비싸게 사고 싶지 않지 않은가. 

일반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각자만의 적절한 마진을 넣고 가격을 제시하게 된다. 농민 - 미들맨 - 수출자 - 트레이더 - 수입자 중 그 누구 한 쪽이라도 욕심을 부리는 순간 계약은 원활하게 성사되기 어렵다. 수많은 나라에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이 사슬이 잘 균형이 잡혀 돌아가도록 서로 노력해야 하며,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 물론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이고,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트레이더들은 커피 산지와 커피 소비국을 이어주는 책임을 갖고 있기에 끈기있게 수출자와 고객을 설득하며 최고의 협의점을 찾아 양측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이렉트 트레이드가 무성한 2020년에도 트레이더의 책임과 역할이 있다


커피 무역은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여러 수입자들이 산지의 수출자들과 다이렉트로 트레이드를 하고 있으며, 스페셜티 로스터, 마이크로 로스터 단위도 산지의 브로커/포워더 등을 통해서 작은 물량의 커피를 직접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무역의 다양성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의 많은 수입자들은 수많은 무역 위험(risk)에 대한 부분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다는 점은 염려가 된다.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하는 수입자들에게는 수출자의 디폴트(default), 품질 및 수량에 대한 리스크, 선물지수와 커피가격의 급상승과 급락에 대한 리스크, 무역 거래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리스크 등에 대하여 사실상 헷징을 할 방법이 아예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리스크들을 최대한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국제 상사들의 역할이고, 곧 트레이더들의 역할이다. 물론 변화무쌍한 시장과 산지, 그리고 천재지변을 전부 극복할 수는 없겠지만, 트레이더들은 고객들에게 정확한 정보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들이 가장 좋은 선택을 하고, 헷징을 통하여 지속가능한 가치사슬을 만들 책임과 역할이 있다.


올해도 이제 어느덧 1분기가 마무리 되어 간다. 예견되지 않은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커피 업계의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트레이더로서 내가 할 수 있는 큰 일은 없지만, 성실하고 기민하게 움직이며 고객들이 더 이상의 피해를 입지 않고 원활하게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도 평안이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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