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의 (2부)
나의 뇌도 이런 예측을 위해 정신없이 일을 하는데 어디서 ‘찍’ 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디서 나는 소리지? 나는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두리번두리번거렸는데 벽의 모서리에 걸려있는 방향제가 나의 시야에 잡힌다. ‘방향제가 뿌려진 소리였군.’ 그런데 냄새가 조금 이상하다. 최근에 많이 맡았던 달콤하고 상큼한 향이 아닌, 나의 오래된 기억 어딘가에 저장되어있던 냄새 기억 중 하나와 비슷하다. 맞다! 이 향은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살았던 집의 지하실 냄새이다. 아파트가 많지 않았던 예전에는 대부분 단독주택이었고, 이런 주택에는 조금한 지하실 또는 반지하실 등이 있었다. 내가 살던 집에도 조만한 반지하실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꼽등이, 바퀴벌레 등이 주로 서식했으며 가끔씩 쥐도 출몰을 하곤 했다. 그래 이 냄새다. 영화 기생충에서 기중이가 했던 말이 조금 이해가 된다. 아빠 몸에서 나는 냄새는 세탁세제 냄새가 아닌 반지하실 냄새라는 말. 그래 맞아! 이 방향제에서 나온 향은 지하실 냄새다. 그런데 누가 방향제에 지하실 냄새를 넣었지? 별 특이한 사람들이 다 있네. 코딱지 맛 젤리 등은 들어 봤지만 지하실향 방향제를 개발할 생각을 하니. 내가 냄새에 잠시 정신을 빼앗긴 사이 발표는 상당히 진행이 되었다.
첫 번째 발표를 했던 원숭이의 희생(?)으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흘러 버렸다. 동화에서 읽었던 한 명의 희생자로 많은 다른 이웃을 살렸던 내용이 21세기 현실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되고 있었다. 그래서 이것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그 희생자가 아니면 된다는 생각, 그리고 내가 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희생자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