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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유은영 Jun 27. 2023

바다,섬,수국 어느 하나 설레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도초도 섬수국축제

지금 전국이 알록달록 핀 수국으로 뒤덮였습니다. 수국하면 어디가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부산 태종대를 비롯해 해남 포레스트수목원, 광주 화담숲, 제주 휴애리, 가평 아침고요수목원까지 수국 명소들이 수두룩합니다. 오늘은 너무 많이 알려진 곳 말고, 멀리 남도에 있는 아름다운 수국공원에 다녀왔습니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찾아간 작은 섬. 신안 도초도에는 알록달록 수국으로 뒤덮였습니다. 바다, 섬, 수국... 어느 하나 설레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도초도 수국공원 수국이 가득한 산책로가 끝없이 이어진다


도초도로 가는 길은 꽤나 멀다. 하지만 아름다우면 다 용서가 된다던가. 가는 동안 만나는 초여름 풍경들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지루한 줄 몰랐다. 천사대교를 지날 때는 먼 길을 달려온 보람이 느껴졌다. 다리 길이는 무려 7.22km. 다리 양쪽으로 남해의 쪽빛 바다와 흩뿌려진 섬들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천사대교가 놓였지만, 도초도는 여전히 배를 타야한다. 역시는 역시. 섬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배에 몸을 싣고 바다를 넘실대줘야 하는 것. 암태도 암태남강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40분을 가면 비금도 비금가산여객선터미널에 닿는다. 차를 싣고 갈 수도 있다. 배 위에서 보는 바다는 땅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시원한 바람과 눈부시도록 푸른 바다가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점점이 떠 있는 섬과 물안개가 섬을 지울 듯 감싸 안은 풍경이 그림 같다. 

암태남강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도초로로
비금도초여객선터미널로 가는 뱃길


비금도와 도초도는 다리로 이어져있다. 차를 타고 도초도로 가기 전에 꼭 봐야할 비금도 비경이 하나 있다. 하트해변이다. 하트해변을 제대로 보려면 하누넘 전망대로 가야한다. 내촌마을에서 걸어서 35분쯤 걸린다. 내촌마을은 돌담길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400년 전에 형성된 돌담은 대한민국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오랜 시간동안 옛 모습을 간직한 채 곱게 늙은 돌담이다. 마을을 지나 임도를 조금 오르면 눈앞에 거대한 하트가 나타난다. 하트를 가득 채운 쪽빛바다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트를 선사한다. 지금까지 본 하트해변은 모두 잊어도 좋다. 


수국공원은 생각보다 컸다. 산허리를 휘감아 꾸며진 공원에 200만 송이 수국이 자태를 뽐낸다. 나지막한 언덕을 따라 산책로가 나있고, 산책로 양옆으로 온통 수국이다. 알록달록한 수국 꽃길 따라 걷기만 해도 행복했다. 길은 산허리를 돌며 정상을 향해 끝없이 이어진다. 때론 솟을대문을 지나기도 하고, 기와를 얹은 흙담과 어우러지기도 하며 다양하게 꾸며놓았다. 수국 오솔길 옆에는 산에 살고 있던 소나무와 느티나무, 애기동백나무들이 울창하다.


수국과 눈을 맞추며 오솔길을 걷다보면 공원 정상에 닿는다. 파란 지붕으로 통일한 지남리마을과 멀리 죽도해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급한 맘에 서둘러 온 탓에 30%밖에 개화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아름다웠다. 아기자기한 포토존도 많았다. 지정된 4개의 스팟에서 사진을 찍으면 4컷 사진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었다. 아마 축제 마지막으로 갈수록 꽃은 더 활짝 필 것 같다. 


수국공원 옆에 자리한 팽나무 십리길은 또 다른 수국명소다. 양쪽으로 팽나무가 나란히 서 있는 길이 무려 십리나 이어진다. 이 길이 유명해진 건 수국 때문이다. 길고 긴 팽나무길을 따라 아름드리 수국이 핀 모습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우람한 팽나무와 그 아래 탐스러운 수국. 무려 십리, 십리는 몇 km일까? 대략 4km다. 걸음수로 계산하면 약 6000보. 빠르게 걸으면 1시간 정도 걸리는 제법 긴 거리다. 


팽나무 십리길은 ‘환상의 정원’이라 불리는데, 수령 100년을 자랑하는 716 그루의 팽나무가 늘어서 있다. 전국 곳곳에서 자란 야생 팽나무를 기증 받아서 심은 것이다. 저마다 자란 고향도, 생긴 모양도 다른 팽나무들이 짙은 그늘을 드리우며 초록 터널을 만들어 준다. 그 아래 화사하게 핀 수국들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전국에서 자란 팽나무 716그루가 줄지어선 팽나무 십리길


수국공원 주벽에 그려진 마을 벽화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세계적인 바둑기사 이세돌 어머니 박양례씨의 벽화가 화제다. 머리에 수국꽃 화환을 쓰고 미소를 지은 어머니의 모습에 발길이 절로 멈춘다. 벽화가 그려진 집은 박양례씨가 태어나고 시집가기 전까지 살았던 이세돌의 외가다. 

수국꽃 화환을 쓴 이세돌 어머니 벽화


2019년 개통된 천사대교 덕분에 신안 여행이 한결 편리해졌다. 그 전에는 도초도에 가려면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야했다. 이제는 암태도 남강에서 비금도로 가는 배가 밤 10시까지 있다. 비금도에서 다리를 건너면 도초로로 갈 수 있다. 배에 차를 싣고 가도 좋고, 비금가산여객선터미널에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수국공원까지 데려다 준다. 

비금가산여객터미널의 저녁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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