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작가 유은영 Jan 06. 2022

400년 지켜온 도심 속 전통마을

대구 옻골마을

대구 도심에서 20분 거리에 옻골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쏜살같이 변하는 대도시에서 400년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경주 최씨 집성촌이다. 지난 2019년에 경주 최씨 대암공파 문중원들이 ‘명품옻골1616’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이름에 있는 숫자 1616은 광해군 8년에 학자 최동집이 마을을 이룬 해이다. 마을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려는 마음을 이름에 고스란히 담았다.

옻골마을은 대구시를 대표하는 전통마을이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혁혁한 공을 세운 최계의 아들이며, 효종임금의 사부인 최동집이 정착한 후 400년 간 이어온 마을이다.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주택인 백불고택을 비롯해 수구당과 동계정, 최흥원 정려각 등 20여 호의 고가가 모여 있다. 마을 골목을 따라 이어지는 예쁜 돌담은 흙을 다지고 중간 중간 돌을 박은 토석담으로 국가등록문화제 제266호로 지정되어 있다. 


옻골마을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이유는 옛 모습을 묵묵히 지켜온 마을사람들의 부단한 노력 덕분이다. 마을이 알려지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잦아들고, 그러한 변화가 행여 마을전통에 금이 갈까 걱정과 고민을 거듭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지켜온 전통을 보존하면서 활성화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꾸준히 마련해 왔다. 그리고 ‘명품옻골1616’협동조합이 관광두레 주민사업체로 선정되면서 전통보존과 관광 활성화라는 두 가지 숙제를 원활하게 매치하는 계기가 되었다.


느티나무숲부터 한옥카페까지 옻골마을 매력탐방

마을 입구에는 느티나무숲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풍수지리상으로 생기는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해 가꾸었다는 비보림이다. 나이 350년이 넘는 느티나무 수십 그루가 무리지어 자란다. 키가 12m에 이르고, 둘레가 3m나 넘는다. 울창한 숲에 놓인 벤치는 하염없이 숲멍이 가능하다. 

비보숲 앞으로 연못은 마을의 상징인 ‘생구암’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자리다. 마을 뒷산 정상에 기이한 바위가 솟아 있는데, 거북이를 닮았다 해서 마을사람들은 ‘생구암’이라 부른다. 거북이는 물이 필요하다는 풍수지리학에 따라 생구암이 잘 보이는 자리에 연못을 만들었다 한다. 


느티나무숲을 지나면 한옥카페가 나온다. 마을사람들이 운영하는 카페에는 전통음식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음료와 다과를 판매한다. 옻골라떼와 점주가 일이등을 다투는 시그니처 메뉴다. 맵쌀과 찹쌀을 엿질금과 함께 발효시켜 만든 점주는 예로부터 귀한 손님이 오시거나 잔치 때 쓰이는 귀한 음료다. 특별한 메뉴를 음미하는 동안 사방으로 나있는 통유리창으로 마을풍경이 가득 찬다. 


카페를 나서면 돌담길이 시작된다. 고택 기와지붕과 어우러진 돌담길은 예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을에서 대여하는 한복을 입고 마을탐방에 나선다면 더할 나위 없다. 돌담을 걷거나, 고택 마루에 앉거나, 가는 곳마다 한복과 어울리는 풍경들이 기다린다. 옻골마을에서 대여하는 한복은 입기 편하게 개량된 한복이 아니라 비단으로 만든 정식 한복이라 더 빛이 난다. 


돌담이 끝나는 마을 가장 안쪽에 있는 집이 경주최씨 종가인 백불고택이다. 1694년에 지어진 이집은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살림집으로 손꼽힌다. 백불고택 오른쪽으로 보이는 보본당은 류형원 선생이 반계수록 교정본을 완성한 유서 깊은 장소다. 보본당을 나서면 자손들의 강학장소였던 동계정으로 이어진다. 계곡과 울창한 산자락에 둘러싸여 마을에서 풍광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히는 명당이다.


고운 한복 입고 향긋한 차 마시며 명품옻골에 빠지다

고택과 돌담길에 취해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면 다양한 전통체험을 맛볼 차례다. 한복체험을 비롯해 다도체험, 다식만들기, 떡메치기 등 전통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중 마을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다식만들기 체험은 흔치 않는 소중한 경험을 안겨준다. 

다식은 차와 함께 즐겨 먹는 한국 전통과자다. 노란 단호박가루, 붉은 백년초가루, 초록빛 청태가루에 꿀을 넣어 조물조물 반죽을 하고, 다식판에 찍어내면 된다. 다식판의 문양에 따라 꽃이 되거나 나비가 된다. 꽃은 장수를, 물고기는 자손번창을 태극은 화합을, 저마다의 문양마다 담고 있는 의미를 배우고, 내 손으로 만든 다식을 차와 함께 마시는 시간이 뜻 깊다. 


옻골 전통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는 한옥스테이는 옻골마을의 하이라이트다. 수백 년 된 고택에서의 하룻밤은 상상 이상이다. 한지 바른 문으로 햇살이 찰랑거리고, 대청마루에는 밤하늘 별쏟아져 내린다. 관광객이 모두 돌아간 고즈넉한 밤과 새들이 지저기는 아침이 오롯이 내 것이다. 

성학십도병풍, 반계수록초고, 내방유품 등 마을에 내려오는 유서 깊은 유물과 문화재가 많다. 이들을 모아 한눈에 관람할 수 있는 전시관 오픈도 준비 중이다. 



여행정보

장소: 대구광역시 동구 옻골로 195-5

문의: 053-983-1040

참가방법 : 전화 신청

이용요금: 한복체험 15,000원, 다도체험+다식만들기 10,000원(20인 이상), 숙박 150,000원~

이용시간: 오전 10시~일몰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otgolvillage


숙박정보

경극고택: 대구광역시 동구 옻골로 195-3 / 053-983-1040

호텔 노스텔: 대구광역시 북구 동천로 128-12 / 053-322-0055 / 
 https://northtel.modoo.at

표충재 전통체험관: 대구광역시 동구 신숭겸길 17 / 053-428-9980 / www.dtc.or.kr


식당정보

돌담집: 잔치국수 / 대구광역시 동구 옻골로 189 / 053-985-2648

봉산찜갈비: 찜갈비 / 대구광역시 중구 동덕로36길 9-18 / 053-425-4203

고향집칼국수: 칼국수 / 대구광역시 동구 송라로 93 / 053-751-6850


매거진의 이전글 낡고 녹슨 공구골목, 힙스터 성지로 부활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