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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유은영 May 20. 2023

왕을 살린 산, 앞산의 매력에 빠지다

앞산전망대

해질 무렵 앞산전망대

앞산은 대구 남쪽에 우뚝 솟은 산이다. 대구 시민들이 집 앞으로 고개만 들면 보이는 산이라 해서 앞산이라 불린다. 이름만큼 친근하고 사랑받는 산이다.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앞산공원은 도심 속에 풍성한 자연을 펼쳐놓는다. 그와 더불어 앞산전망대, 앞산해넘이전망대와 하늘다리, 고산골 공룡공원, 안지랑곱창골목, 앞산카페거리 등 대형 명소들이 줄을 잇는다.


앞산전망대에 서면 대구 도심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소원을 말해봐’ 앞산전망대에 달토끼가 떴다!

대구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앞산전망대는 해마다 30만 명 이상 찾아오는 핫플레이스다. 발아래 도심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팔공산 정상이 마주 보이고, 대구에서 가장 높은 83타워는 성냥개비처럼 작아졌다. 빼곡한 건물들이 레고 장난감을 쌓은 것 같다.


소원을 들어주는 거대한 달토끼

지난해 11월 1일 달토끼가 등장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달에서 내려온 것 같은 거대한 토끼는 단숨에 대구의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황금색의 토끼 몸은 소원 문구가 새겨져있다. ‘행복하세요’, ‘좋은 사람 만나게 해주세요’, ‘합격기원’ 등 여러 가지 소원들이 빼곡하다.


앞산전망대에서 마주한 일몰
낮보다 아름다운 밤의 앞산전망대
우주비행사처럼 야경 위로 날고 있는 기분이다

앞산전망대가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해 질 무렵이다. S자로 휘돌아 흐르는 낙동강과 겹겹이 굽이치는 산자락을 붉게 물들이는 일몰은 감동이다. 해가 지고 나면 달토끼에 조명이 들어오고 낮보다 아름다운 밤이 시작된다. 도심에 하나둘 불이 켜지자 발아래 별을 뿌려놓은 듯 황홀하다. 우주비행사가 되어 날고 있는 황홀한 착각에 빠진다.


앞산케이블카를 타면 편안하게 전망대로 갈 수 있다                              앞산케이블카 상부 승강장 옥상에 마련된 계단식 전망대

케이블카를 타면 전망대까지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48인승의 넓고 쾌적한 케이블카는 5분 만에 상부 승강장에 데려다준다. 승강장에서 전망대까지 200m. 편안한 숲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승강장에는 우리나라 가장 오래된 국수공장인 풍국면 식당과 1990년부터 시작한 대구 토박이 커피전문점 커피명가가 자리해 있다. 계단식 전망대에서 탁 트인 뷰와 함께 마시는 커피는 상당히 이국적이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 만난 풍경

앞산전망대에 올랐다면 정상을 놓치지 말자. 30분 거리인데, 초등학생도 갈 수 있을 만큼 편안한 길이다. 이 길은 숨겨진 풍경 맛집이다. 울창한 숲과 그 아래 펼쳐진 도심이 어우러져 감동의 파노라마를 선사한다. 그림 같은 풍경에 빠져 걸음이 자꾸 느려지고, 일상에 지친 마음에 고요가 찾아든다.


왕을 살린 산

앞산이 품은 태조 왕건의 흔적

서기 927년, 대구에서 목숨을 건 전투가 벌어졌다. 후고구려 왕건과 후백제 견훤이 팔공산 일대에서 벌인 공산전투다. 접전 끝에 대패한 왕건은 신숭겸 장군이 그의 옷을 바꿔 입고 목숨을 바친 대가로 극적으로 탈출하였다.


왕건이 3일 동안 숨어 지낸 은적사와 왕건굴

앞산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건 구석구석 남아 있는 왕건의 자취다. 금호강을 건너 구사일생 앞산 큰골에 당도한 왕건은 왕건굴에서 3일 동안 숨어 지냈다. 훗날 왕건이 왕에 오른 후 영조대사에게 명하여 자신의 생명을 건진 곳에 절을 짓게 하였고, 숨을 은(隱), 자취 적(跡) 은적사로 이름 지었다. 은적사는 앞산케이블카 타는 곳에서 10분 거리다. 오르막길을 따라 발품을 팔면 아담하고 기품 어린 고찰을 만날 수 있다. 대웅전 옆에 왕건굴이 자리한다. 왕건이 웅크리고 있었던 작고 어두운 굴 안에는 촛불이 불을 밝히고 있다.


왕건이 3개월 동안 피신해 지내던 왕굴

견훤이 바짝 뒤쫓아 오자 왕건은 더 깊숙한 안지랑골로 피신하여 왕굴에 몸을 숨겼다. 왕굴에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견훤의 군대가 굴 근처까지 와서 왕건을 찾지 못했다. 갑자기 운해가 덮이고, 굴 입구에 거미줄이 쳐져서 그의 흔적을 지웠다고 한다. 허리를 쫙 펴도 될 정도로 커다란 왕굴 안으로 들어서면 범상치 않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바위에서 맑은 물이 떨어져 고인 샘이 있다. 3개월 동안 왕건의 목숨을 이어준 생명수가 여전히 여행객의 목을 축여준다.


안지랑골 깊숙이 자리한 안일사와 도심풍경

왕굴 아래에 있는 안일사는 왕건이 편안하게 있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마지막으로 달비골에 위치한 임휴사에서 잠시 쉬었다가 고국으로 돌아간 왕건은 후삼국을 통일하고 고려의 왕이 되었다. 만약 앞산이 아니었다면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코리아로 불리는 일이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구에는 왕건이 도주하는 길을 따라 그와 관련된 지명이 많다. 견훤에게 무참히 패배함에 따라 붙여진 파군재, 신숭겸의 기묘한 지략으로 왕건을 살린 곳이라는 뜻의 지묘동, 추격에서 멀어져서 마음이 안정되었다는 안심을 비롯해 왕산, 불로동, 반야월 등 왕건과 관련된 지명이 즐비하다.  


앞산해넘이전망대와 하늘다리

앞산해넘이전망대부터 공룡공원까지 볼거리 무궁무진

앞산전망대 못지않은 야경 명소가 또 하나 있다. 앞산빨래터공원에 세워진 해넘이전망대다. 빨래를 짜는 모양의 외관과 형형색색 조명이 눈에 띈다. 높이 13m 전망대에 오르면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편안하게 일몰과 야경을 즐길 수 있다. 해넘이전망대에서 앞산으로 연결되는 하늘다리가 놓여있다. 연인끼리 손잡고 건너면 영원한 사랑이 이루어진다 해서 사랑의 오작교로 불린다. 머리 위로 아치형 조형물에 조명이 들어오면 밤하늘 은하수처럼 빛난다.


브라키오 사우루스와 수많은 공룡들을 반기는 고산골공룡공원

고산골 공룡공원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장소다. 이곳은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긴 목의 브라키오 사우루스가 반기고, 티라노 사우루스, 스피노 사우루스 등 책에서만 보던 공룡들이 줄지어 나타나 1억 년 전 시간여행을 선사한다.


고소한 막창을 맛볼 수 있는 안지랑곱창골목

안지랑곱창골목은 대구 향토음식인 막창을 맛볼 수 있다. 골목으로 들어서면 고소한 냄새가 유혹한다. 500m 거리에 40개가 넘는 곱창집이 골목 양쪽으로 줄을 잇는다. 전국 5대 음식거리, 한국관광 100선 등에 선정되면서 대구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의 미식가들이 몰려든다. 명품카페들이 모여 있는 앞산카페거리가 지척이다. 봄꽃 잔치가 한바탕 지나간 앞산은 신록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추천 여행 코스

〈당일 여행 코스〉

은적사→앞산케이블카→앞산전망대→능운정→앞산정상→해넘이전망대→안지랑곱창골목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고산골공룡공원→앞산카페거리→은적사→앞산케이블카→능운정→앞산정상→앞산전망대→안지랑곱창골목

둘째 날 / 신숭겸장군유적지→동화사


여행지 정보

-앞산케이블카 : 대구 남구 앞산순환로 574-116, 053-656-2994, 이용시간 평일 10:30~19:30(2월 19:00, 10월 19:00, 11월~1월 18:30), 금토일,공휴일 10:30~21:00

-해넘이전망대 : 대구 남구 대명동 1501-2, 053-664-2783, 이용시간 09:00-22:00

-은적사 : 대구 남구 앞산순환로 574-120, 053-653-1572, 이용시간 일출~일몰

-고산골공룡공원 : 대구 남구 용두2길 43, 053-664-2782, 연중개방

-안지랑곱창골목 : 대구 남구 안지랑로16길 67, 0507-1336-4119, 이용시간 12:00~02:00

-앞산카페거리 : 대구 남구 대명남로 일대


추천 숙소(한국관광 품질인증 숙소)

스테이 지안 :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447길 72-3, 010-2643-8779, https://link.inpock.co.kr/stay_jian

한옥1957 :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101길 20-2, 053-214-1957

호텔크라페 성서점 :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로11길 6-4, 053-588-3300, https://blog.naver.com/crapehnc

표충제 전통체험관 : 대구 동구 신숭겸길 17, 053-428-9980, http://www.dtc.or.kr


글, 사진 : 유은영(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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