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계절이 바뀌어가는 지금까지 두려움과 걱정거리가 되어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전염성이 강해 나의 부주의로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닐까 걱정 어린 죄책감과 의심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사회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통념으로 공식적이고 의지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위한 거리를 만들었다. 많은 일터에서는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크고 작은 행사들이 취소되었다. 학교는 입학을 미뤘고,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모이는 종교활동도 대부분 중지했다. 모임의 방식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꿨고, 새로운 오프라인 환경에 맞춰 공부를 시작했다. 테블릿이나 영상장비를 구매하고, 온라인 플렛폼이나 모임을 구성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도 적응해나가는 종족의 강한 생존력이 엿보였다.
반면 움직임에 조심스러워 경제활동은 계속 얼어붙었다. 책방을 운영하는 동네 자영업자에겐 모처럼의 웃지 못할 휴식과 경영난이 주어졌다. 진득하게 앉아 책도 읽고, 새로운 메뉴도 시도하며 알차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이 바이러스가 끝나면 기다렸다는 듯 도약 하기 위해 인고의 수련시간을 가져보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시대를 반영해보겠다며 플렛폼의 전환을 생각했다. 유투브 컨텐츠를 제작해볼까, 배달을 시작해볼까? 생각은 갈피를 잃고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천재지변으로 주어진 많은 시간을 거친 생각과 불안한 고민으로 가득 채웠고, 더 이상은 이 무거운 시간과 생각을 받아줄 마음의 여유공간이 남지 않았다. 잠시 멈추기로 했다. 그간 생존을 핑계로 생산성에만 집중하던 집중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비워내기로 결심했다. 오랜만에 방 청소는 물건을 통해 나를 돌아보며 잉여 시간을 보내기에 완벽했다. 물건을 분류하고, 버리고, 남기다 보니 조금씩 틈이 생겼다. 두 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정리는 반나절을 다 보냈지만, 심정적으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비워진 부피는 그리 크지 않았고, 사용한 시간과 반비례했다. 긴 과정이었지만, 결과는 미미한 효율성이 떨어지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온전히 나만을 위해 사용한 잉여시간이라 만족감이 컸다.
몇 년 전, 간소함을 지향하며 비우고 덜어냈던 적이 있었다. 물질과 시간, 마음에도 충분한 여유 공간이 생겼고, ‘없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삶은 경험이나 시간 같은 것들이 겹겹이 쌓여감의 연속이었는데, 그 연속성은 자연스럽고 고단했다. 부족함이 없어 인지하지 못했을 뿐, 없으면 정말 살 수 없었다. 물건도 마음도 욕심은 적당히 덜어내고, 결핍은 채우면 좋겠는데, 한 번에 정확히 구별해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막연함과 막막함에 생산적인 일에만 몰두했는데, 바이러스로 일과 사람, 생각에서 강제적으로나마 잠시 거리를 두게 되었다. 이제 곧 다시 걱정과 마주하고 나와 다른 생각과 입장에 거리를 좁혀야 하겠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생각을 비우고 거리를 두도록 한다. (한강각)
사회적 거리두기는 외로움 때문에 실패할 것이다. '공감 받기'는 포기할 수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봄날, 사람들은 적당히 포기할 수 있는 것들만 포기한 듯 보인다. 열병의 공포를 옆에 두고도 '유대'와 '공감'은 포기할 수 없다. 한강에는 치킨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즐비하고 카페는 만석이다. 코로나는 자신의 '존재 확인'에 목말라있는 인간을 가볍게 집어삼킬 것이다. 외로움에 스스로 죽음을 택하기도 하는 인간은, 코로나에 잠식되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에 잠식될 것이다. (한강고)
#3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했다.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고통 받게 되었다. 누군가는 두려움에 떨며 버스에서도 손잡이를 잡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마스크 잘 쓰고 다니라며 서로에게 안부를 전하기도 했다. 마스크를 사려고 사람들이 약국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마스크를 사재기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마스크를 높은 가격에 팔기도 했고, 누군가는 그런 사람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이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마스크 5부제를 실시했다.
사태가 발생된 초기에는 마스크 따위 안 써도 괜찮다며 무시하고 지냈다. 그러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에 감염되고, 내가 사는 곳 주변에서 확진자가 나타나니 더 이상 무시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바이러스가 두렵기보다는 오히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될 상황들이 두려웠다. 신상이 드러나고, 나로 인해 피해 받게 될 주변 사람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매일 휴대폰으로 재난 경고 메시지가 날라온다. 이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고 있다. 마스크 5부제에 맞춰 사람들은 약국 앞에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입한다.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이 이상해 보이기 시작했다. 나부터 그런 생각이 들자,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모든 사람들이 나를 부주의하고 이상한 사람처럼 볼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됐다. 이제는 마스크를 자의가 아닌 타의로 쓰게 된 것 같았다.
어머니는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자 마스크를 사놓기 시작했다. 요즘은 아침에 1시간 동안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오곤 하신다. 나는 출근을 핑계로 어머니가 사놓은 마스크를 쓰고 집을 나선다. 아침에 고생해서 사오시는 어머니에게 미안해서 직접 마스크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5부제 요일에 맞춰 회사 근처 약국을 들렀지만, 그마저도 시간이 안 맞아 사지 못했다. 주말에는 꼭 사야겠다고 다짐하며 또다시 어머니가 사놓은 마스크를 쓰고 출근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이 모든 사태가 마스크 만드는 회사에 음모였다면 어땠을까..?’ 상황에 취약하고, 관련 지식이 없었던 내가 할 수 있는 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시간에 맞춰 약국 앞에 줄 서는 것 밖에 없었다. (한강감)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코로나는 나의 삶의 크고 작은 많은 것 들을 바꾸고 위협하며 힘들게 만들었다. 계획하고 준비한 일은 뒤엎어졌다. 믿고 신뢰하던 사람들과의 관계는 코로나를 바라보는 다른 입장과 의견으로 불신과 서운함을 만들어 서로의 마음을 상하게 만들었다. 마음껏 뛰어 놀 나이의 아이는 집안에 갇혀 하루 종일 답답한 일상을 보냈고, 아이 둘을 보살피는 일로 나는 하루하루 전쟁을 치른다. 어린이 집이 매번 연기될 때마다 맥 빠지는 그 기분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비루한 자영업자인 나는 종일 손님구경하기가 힘든 날이 많았고, 매월 초에는 숨만 쉬고 있어도 돈이 줄줄 나가 정말 숨막히는 경험도 하고 있다. 아… 정말 코로나 너무 힘들다. (봄이왔지호 #30대 #아기엄마)
집콕생활 3주 차, 오한이 왔다. 환절기에 흔한 증세지만 그것이 3일 내내 지속되었기 때문에 나는 불안해졌다. 낮에는 다소 가벼웠지만 밤에는 증세가 심해졌고, 불안에서 기인한 불면증까지 도져버리며 심리상태가 위축됐다. 밤 사이에 '코로나증세', '코로나 오한', '코로나 몸살' 등을 검색하며 요즘 유행하는 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버린 것인가 라고 생각했다. 급기야 내가 죽도록 아프다가 결국 사망하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하게 되었고 유서를 썼다. oo아 고마워, xx야 미안해 등 평소에 지인들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을 하며 인생을 후회로 물들였다. (그때 눈에서 땀도 조금 났던 것 같다.) 4일 째 되는 날에도 생존해버린(?) 나는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의 "별 증상 없는데요"를 듣고 나서야 안심한 나는 그때부터 홈트를 시작했고, 하루에 일정량의 운동을 하고 나니 오한 증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러고 보니 정말 아팠으면 밤에 그런 주접 떨 기력도 없었을 텐데 왜 아프다고 징징거렸을까.
전염병 시국을 보내며 불안한 마음을 키우는 것이 무척 스트레스다. 하지만 내 몸뚱이에 대한 사랑을 키웠다고 긍정적으로 의미화 해보련다. 요즘은 신체방역도 중허지만 정신방역도 중허니까 말이다. (꼬북핏자 #30대 #독립인)
31번 확진자는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르지 않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신천지라는 종교가 대두되었다.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강했는데, 신천지 신도였던 31번 확진자는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르지 않고, 많은 사람이 모여있던 신천지 종교활동을 비롯한 여러 모임에 참여했다. 많은 신천지 종교인들이 집단으로 감염되었는데, 비밀조직 같은 종교생활과 포교 활동으로 감염이 지역사회로 확산되었다. 언론에선 신천지에 대해 조명했고, 그 종교의 특성은 이러했다. 교주를 신으로 생각하고, 타인을 속이는 일에 몰약이나 추수라는 명목으로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에게 공공연하게 이해 받기 쉽지 않은 단체였다. 그 단체에선 신천지만의 표시로 은밀한 암호가 있었는데, 바로 교주 이만희의 이니셜을 따 손가락으로 L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다른 의미로는 신천지 종교의 승리를 뜻한다고도 한다.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면, 실패월간 로고가 있는 배지와 스티커를 드린다. 실패월간의 로고는 루저핑거로부터 시작되었다. 미국에서는 패배자라는 뜻의 Looser 첫 알파벳 L 을 엄지와 검지로 만들어 그 의미를 표현한다고 한다. 실패월간은 크고 작은 실패와 패배를 응원하는 각성잡지다. 대수롭지 않게 실패나 패배를 바라보자는 뜻이 희화와 자조 섞인 표현의 루저핑거가 묘하게 겹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루저핑거를 뚝딱 실패월간의 로고로 만들었다.
그날은 오랜만에 단골 손님이 왔다. 부부에게 선물하기 위해 동화책을 구입하고, 포장하며 습관적으로 실패월간 스티커를 부쳤는데, 그게 화근이 되었다. 실패월간의 스티커가 부쳐진 선물을 받은 부부는 이 예민한 시기에 신천지가 아닌지 의심 했고, 단골손님은 그럴 리 없다고 대변하며 조심스럽게 여부를 물었다. 그리고 다시 보니 실패월간의 로고 루저핑거는 신천지의 표시와 정말 똑같았다. 부부의 의심은 매우 합리적으로 느껴졌고, 억울함보다 나의 무지함이 부끄러웠다. 이 로고로 혼란스러웠을 모든 분들께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하다. 실패월간은 더 이상 이 로고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로고는 새롭게 바꿀 예정이며, 남은 스티커와 배지도 폐기하기로 했다. 요즘 환경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개인적인 결론은 무작정 소비를 지양하기보단, 소비 후 오래 쓰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가능한 다시 쓰고, 새롭게 활용하자고 불타오르던 요즘이었다. 하지만 이 빼박 로고만큼은 재활용이 불가능 하다는 판단이다. 이래저래 아프고 쓰라린 실패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자조 섞인 웃음을 지어본다. 하하하.
#혼란스러웠을_모든분들께 #정말죄송합니다 #신천지아니에요
#지구야미안해 #실패는폐기다
실패월간 7호 끝.
크고 작은 실패를 응원하는 실패 각성 잡지 실패월간.
by 도시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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