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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pine Dec 06. 2020

인생의 해답을 찾아가는 월터의 여정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이 글엔 스포일러가 담겨있습니다.


월터 미티라는 사람이 있다. ‘LIFE'라는 유서 깊은 잡지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온라인 데이팅 업체에 프로필을 등록하지도 못할 만큼 인생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라곤 없는 사람이다. 회사에서는 무능력한 사람으로 취급받고 특별히 내세울 만한 다른 능력도 없어 보인다. 영화는 그의 삶을 반추하며 질문을 던진다. 우리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우리 인생은 어떠해야 하는가? 그런데 이에 대해 답을 찾는 주체는 관객이 아니다. 주인공인 월터가 산전수전을 겪으며 직접 해답을 찾아 나선다. 표면적으로 그가 찾으러 나섰던 것은 숀의 잃어버린 25번째 필름이지만, 그 필름이 바로 숀이 말한 ‘삶의 정수’였다는 점에서 월터는 단순히 필름이 아닌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찾아 나선 것이다.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


월터가 그린란드행 비행기를 타러 가는 도중 LIFE사의 모토가 등장하는데, 바로 이 문장이다. 그가 찾아야 할 해답을 그의 여정의 첫 단계에서 제시해주는 것이다. 답이 벌써 나와버렸으니 이후에 진행되는 월터의 여정은 그 답을 몸소 체험하고 증명하는 과정이 된다. 위 문장이 뜻하는 바처럼 이 영화는 인생의 목적, 그리고 삶의 정수로 ‘관계’에 주목한다. 어떠한 장애물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고 알아가며 느껴야 한다는 것. 그러므로 앞으로 벌어질 월터의 모험담은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가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지 보여주는 것이다. 술을 먹고 싸움을 하다가도 우연한 발견을 통해 맺게 되는 인연. 미드를 좋아해서 미국인을 좋아하는 선원의 무조건적인 호의. 말이 통하지도 않는데 장난감과 롱보드를 쉽게 교환하는 아이들.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월터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먼 길을 되돌아오는 호텔 사장님. 월터는 여행 중 만들어가는 수많은 관계를 통해 위태로워 보였던 그의 여정을 순조롭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삶이 여행에 종종 비유된다는 점에서 우리의 인생에 수많은 장애물과 역경이 도래하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맺어가는 관계와 유대를 통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이 영화는 말하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숀이 선물한 지갑에서 25번째 필름을 찾아낸 월터. 하지만 그 필름에 뭐가 담겨 있는지 더이상 궁금하지 않다. 자신의 여행을 통해 이미 그 해답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궁금하다. 언제 공개되나 기대하는 순간 드러나는 그 필름의 진실에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다. 숀의 25번째 필름, 삶의 정수라고 표현된 그것은 바로 LIFE를 떠나는 사람들을 단지 정리해고로 사라지는 서류 속의 숫자가 아닌 회사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담은 사진이었다. 이렇게 영화는 끊임없이 사람, 관계에 대한 이상적인 답을 제시한다.


사실 월터는 처음부터 해답을 가지고 있었다. 뒷주머니, 지갑 깊숙한 곳에 항상 지니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지갑에 삶의 정수가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하고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았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 인생에서 당위적인 것들 마저도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있거나 실천하지 않고 있는 건 아닌지.... 지갑 깊숙한 곳에 있을 우리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꺼내봐야 할 것 같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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