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mpine Nov 02. 2020

이 세상 모든 리키를 응원하며

영화 <미안해요, 리키>




살면서 ‘참담하다’라는 말을 사용한 적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이 영화를 두고는 그 표현을 아낌없이 사용할 만하다. 전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통해 영국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여실히 그려내며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켄 로치 감독이 <미안해요, 리키>로 돌아왔다.


켄 로치 감독. 2006년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2016년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 2019년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을 본 후 느꼈던 바로 그 감정을 갑절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기생충>이 풍자와 해학을 통해 잘 짜여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면 이 영화는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KBS 인간극장처럼 리키와 가족들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냈다. 그러기에 우리가 지독한 현실을 체감하는, 그래서 참담함을 느끼는 곳은 <기생충>의 서울이 아닌 지구 반대편 영국 선덜랜드이다.


이 영화가 <기생충>과 또 다른 점은 바로, 주인공 가족들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택한 방법의 차이이다. 기택의 가족은 계층 상승을 위해 꼼수로 일관한다. 이에 반해 리키의 가족은 정석의 길 만을 간다. 근면하고 성실한데다가 책임감까지 갖췄다. 하지만 그들의 성실함은…. 결과적으로 발버둥일 뿐이었다. 더 나은 현실을 추구하지만 벗어날 수 없다. 빠져나오려 애를 쓰면 쓸수록 오히려 더 깊은 늪으로 들어갈 뿐이다. 이를 통해 켄 로치 감독의 메시지는 명확해진다.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그에 걸맞은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이다.


가족애, 사랑을 통해 이 가족의 위기를 모두 극복하길 바란다.


수많은 영화들은 말한다. 우리의 인생은 아름답다고. 하지만 이 영화는 말한다. 인생은 아름답지 않다고. 하지만 아름다워야 한다고. 몸이 안 좋거나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회사에 안 나갈 수 있어야 하며, 주말에는 가족들과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사람보다 돈이 우선일 수는 없다고.



<미안해요, 리키(Sorry We Missed You)>, 2019


작가의 이전글 어떻게 살 것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