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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pine Nov 02. 2020

타이타닉 잭과 로즈가 결혼한다면?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이 글엔 스포일러가 담겨있습니다.


수많은 직장인 무리에 엉켜 출근 기차에 몸을 싣는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저 월급쟁이로만 살고 싶지 않다는 포부를 품고 있지만 가족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오늘도 출근한다. 배우로 성공하고 싶었지만 재능 부족으로 그 꿈을 완성하지 못한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 이젠 평범한 주부의 삶을 살아간다. 첫 만남부터 사랑에 빠진 프랭크와 에이프릴은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뤘다. 예쁜 두 자녀를 낳았고, 맨하탄 외곽에 아름다운 집도 얻었다. 주위 사람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자 특별한 존재로서 자리매김한다.


이들의 일상 연기는 경이로울 정도이다.


하지만 현재 그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희망찬 내일, 빛나는 미래가 아니다. 무수히 반복되는 잿빛 일상뿐이다. 공허하다.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꿈도 희망도 이젠 사라졌다. 더 이상 이들에게 행복은 없다.


희망을 찾아 그들은 파리로의 이민을 계획한다. 그런데 그 계획에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것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존(마이클 섀넌)이 유일하다. 새로운 시작, 또 다른 인생을 꿈꾸는 것이 존 외에 어떤 누군가에게도 응원받지 못할 만큼 미친 짓일까?


존(마이클 섀넌) 만이 이 부부의 이민을 응원한다.


물론 이들이 꿈꿨던 것이 단순한 일탈은 아니다. 잘 다져 놓았던 기반을 송두리째 뽑아, 새로운 곳에 다시 터를 닦겠다는 것이다. 가히 혁명적이라 불릴 만한 일이다. 혁명의 길에는 장애물이 가득하다. 프랭크의 승진과 에이프릴의 임신으로 이 부부의 혁명은 벽에 부딪힌다. 여전히 에이프릴은 혁명가로서 ‘이상’을 꿈꾸지만, 프랭크는 반동분자가 되어 ‘현실’을 선택한다. 부부의 갈등은 극에 치닫고 영화는 끝을 향해 나아간다.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언제나 모험과 일탈을 꿈꾸고 현실과 이상 사이를 갈팡질팡하며, 에이프릴처럼 또 다른 삶을 꿈꾸는 우리의 마음을 세차게 흔들어 놓는다.


패터슨은 똑같은 일상에서도 수많은 의미를 찾아내어 간다. 그가 시를 쓰는 것처럼.


짐 자무쉬 감독의 <패터슨>이 떠오른다. 프랭크와 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지만 그 속에 담긴 특별함을 놓치지 않는 패터슨(아담 드라이버). 프랭크와 패터슨의 삶에는 모두 따분해 보이는 일들뿐이지만 그 삶을 대하는 태도는 극명하게 나눠진다.


당신은 누가 될 것인가? 확신은 없지만 어딘가에 있을 이상을 찾아 떠나려는 에이프릴? 떠나고 싶었지만 이내 현실에 발을 붙인 프랭크? 이상과 현실에 대한 감각은 배제하고 무던하게 사는 프랭크의 직장 동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찾아내 인생을 가꿔나가는 패터슨?



<레볼루셔너리 로드(Revolutionary Road)>,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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