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안해요, 리키>
살면서 ‘참담하다’라는 말을 사용한 적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이 영화를 두고는 그 표현을 아낌없이 사용할 만하다. 전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통해 영국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여실히 그려내며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켄 로치 감독이 <미안해요, 리키>로 돌아왔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 2019년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을 본 후 느꼈던 바로 그 감정을 갑절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기생충>이 풍자와 해학을 통해 잘 짜여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면 이 영화는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KBS 인간극장처럼 리키와 가족들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냈다. 그러기에 우리가 지독한 현실을 체감하는, 그래서 참담함을 느끼는 곳은 <기생충>의 서울이 아닌 지구 반대편 영국 선덜랜드이다.
이 영화가 <기생충>과 또 다른 점은 바로, 주인공 가족들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택한 방법의 차이이다. 기택의 가족은 계층 상승을 위해 꼼수로 일관한다. 이에 반해 리키의 가족은 정석의 길 만을 간다. 근면하고 성실한데다가 책임감까지 갖췄다. 하지만 그들의 성실함은…. 결과적으로 발버둥일 뿐이었다. 더 나은 현실을 추구하지만 벗어날 수 없다. 빠져나오려 애를 쓰면 쓸수록 오히려 더 깊은 늪으로 들어갈 뿐이다. 이를 통해 켄 로치 감독의 메시지는 명확해진다.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그에 걸맞은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이다.
수많은 영화들은 말한다. 우리의 인생은 아름답다고. 하지만 이 영화는 말한다. 인생은 아름답지 않다고. 하지만 아름다워야 한다고. 몸이 안 좋거나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회사에 안 나갈 수 있어야 하며, 주말에는 가족들과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사람보다 돈이 우선일 수는 없다고.
<미안해요, 리키(Sorry We Missed You)>,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