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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준 Jul 07. 2023

망하는 비즈니스 모델 특징 #1

우리 서비스는 안 그러겠지 - 불편함을 세일즈 하다.

아무래도 스타트업 벤처 쪽에서 먹고살다 보니 다양한 기업의 IR자료를 보거나 행보를 관찰하는 일을 좋아하게 되었다. 좋아하지 않더라도 계속 아름아름 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많은 비즈니스 모델의 생애곡선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고,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기준도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이게 맞든 틀리든 그냥 내가 생각하는 기준이 생겼다. 


필승전략인가?


MVP 단계의 스타트업팀의 IR 피칭을 듣다 보면 매우 높은 확률로 포함되는 이야기가 있다. "'작은 불편함과 문제'를 해결해 주고 그 대가로 비용을 소비자로 하여금 지불받는다."라는 것이다. 


소비자는 불편함을 해결하거나 줄이기 위해 우리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한다.(혹은 이용한다.)


많은 성공한 비즈니스가 증명하듯 당연하면서도 합리적인 비즈니스 구조이지만 치명적인 함정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주목하는 키워드는 '불편함'이다. 대부분의 창업가들이 세일즈 하려는 불편함은 어느 정도의 값어치가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그들이 이야기하는 그 불편함은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정도의 스트레스로 다가올까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더군다나 비용을 지불하기 위한 설치, 접속, 찾기 등과 같은 과정은 오히려 새로운 스트레스와 시간을 소비하게 할 수 있다. 



배달의 민족, 욕해도 쓴다.


일례로 전화번호부, 홍보 판촉물로 배달을 시켜 먹었던 시절에는 배달의 민족과 같은 딜리버리앱이 없다고 해서 불편하진 않았던 것 같다. 전화 주문이 당연하다고 느꼈었고, 배달 가능한 매장도 중국집, 프랜차이즈 정도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치킨, 피자, 햄버거 정도...) 그래서 배달의 민족이 단순히 우리 주변에 중국집, 프랜차이즈 등을 앱으로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게 하는 수준이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배달의 민족은 '전화번호부'를 찾고 '전화하는' 소비자의 불편함과 수고스러움을 해결해 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취하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언급하듯 그 정도였으면 이렇게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배달의 민족은 내 주변 대부분의 요식업장의 새로운 수익 모델인 '딜리버리 서비스'를 할 수 있게끔 배달, 정보, 광고 인프라를 제공했고, 이는 그대로 소비자들의 배달 주문 선택지가 무한히 늘어나는 가치를 제공하게 되었다.

즉, 우리는 과거 배달 음식이라 하면 '중국집', '프랜차이즈'였지만 이제는 국밥부터 마라탕, 삼겹살, 스테이크등 배달 주문 선택지가 무한히 늘어났다. 내가 이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늦은 시간에도 배달을 시켜 먹을 수 있는 가치를 세일즈 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단순히 전화번호부를 대체하는 수준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배달의 민족 수수료나 배달료가 비싸다고 욕을 할지언정,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딜리버리 서비스를 소비하고 있다. 이게 진정한 '불편함'을 해결해 주거나 줄여주고 그에 적절한 비용을 받는 '합리적인' 비즈니스 구조가 아닐까 싶다.



진짜 그렇더라


소비자들은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않다.


나에게 제공받을 수 있는 가치가 분명하고 비용이 합리적이라 생각하여도 '어떠한' 허들로 인해 소비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허들은 '귀찮음'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치가 분명하고 합리적이어도, "굳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소비하지 않는다.


"굳이 뭘 설치하고 또 뭐를 해야 해? 그냥 원래대로 하지 뭐"
"굳이 이걸 검색하고 확인해야 해? 그냥 가지 뭐"


이 논리가 논파되려면 적어도 세상에 많은 불편함을 해결해 준다고 하던 많은 비즈니스 모델과 프로덕트는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실패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타당하고 합리적인 가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소비할 수밖에 없는 가치를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비해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물론, 창업팀이 아무런 고민 없이 단순히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하진 않았을 것이다. 다양하고 많은 리서치 활동과 분석 등 비즈니스 모델과 프로덕트에 성공 가능성을 뒷 받침하는 여러 근거 요소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설의 증명 가능성을 높게 보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시장의 많은 잠재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리서치했을 때, 다들 저희가 지적한 문제들에 대해 공감해 주고 심각함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해결해 주는 솔루션에 소비할 수 있다는 의지까지 보여줬어요. 저희 서비스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확증편향(確證偏向)', '매몰'

딱 두 가지 단어로 내가 가진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유저 리서치를 공부하다 보면 심심하지 않게 나오는 이야기가 내가 원하는 답을 소비자가 이야기할 수밖에 없게끔 질의항목을 구성한다. 내가 객관적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리서치 문항을 작성하는 본인은 '그 문제'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애초에 유저 리서치의 객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잠재 소비자들 또한 리서치 과정을 참여할 때에는 매우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선택과 결정을 한다. 그런 이유로 이 비즈니스를 소비할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소비자들은 늘 합리적인 소비를 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굳이'라는 허들에 가로막혀 합리적이더라도 소비까지의 과정을 힘들어하고 포기해 버린다. 결국 귀찮아서다.

그러나 창업팀은 유저 리서치 결과와 분석된 정량 값들만을 가지고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그 결과와 값들은 정확하고 합리적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확증편향이 심해진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합리적이지가 않다는 것이다. 합리적이지 않은 사람들에게 합리적인 가치를 세일즈 한다는 것은 애초에 오류가 있지 않나 싶다.




정의


소비자는 불편함을 해결하거나 줄이기 위해 우리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한다.라는 성공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 논리는 고등학교 창업팀, 대학교 창업 동아리 멤버들도 생각할 수 있다. 어떤 산업에 어떤 현상을 문제로 포착하고 정의하느냐, 얼마나 날카롭고 노련하게 비집고 들어가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불편함의 관성을 이기지 못하는 소비자에게 불편함을 세일즈 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좋은 모델인가?  


소비자는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다르게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가 정의한 좋은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는 딱 하나다.

소비자들이 꼭 써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가? 


불편함을 세일즈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서비스를 소비하지 않았을 때에 매몰 비용을 세일즈 하는 것이다. 기회비용을 세일즈 하지 말고 매몰 비용을 세일즈해야 한다. 꼭 소비해야만 하는 이유가 존재해야만 그것이 가장 PMF와 가까운 정도(正度)라고 본다. 반박시 그대의 말이 맞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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