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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미니곰 Sep 11. 2024

가정보육이 가능했던 5가지 조건

내 아이를 내가 키우기 위해서는

가정보육에는 특별한 것은 없지만 철학은 있다.

가볍게 보면 그저 하루하루 아이와 즐거운 시간들을 채워나가는 즐거운 일이 가정보육이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와 24시간 함께 한다는 말은 내 시간이 없다는 말과 동일하다.


내 시간이 없다는 것은 산후우울증에 걸리는 여러 이유들 중에 하나일 것이다.

아이를 낳고 나면 나는 온데간데없고 엄마로의 삶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엄마라는 단어는 참 듣기 좋지만 그 무게는 생각했던 것보다 무거웠다.

아이를 낳기 전엔 몰랐다. 아이를 온전히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이 필요한지 말이다. 

우리 아이는 이제 36개월이 되었지만 단 한 번도 다른 사람 손에 맡겨 본 적이 없다.

다른 사람 손에는 친가, 외가 할머니 할아버지도 포함된다.

내가 돌보거나 아니면 남편이 돌보거나 어떻게든 시간을 맞추어 아이를 우리 손으로 키웠다.

부부끼리 오붓한 데이트 그런 건 아이가 태어나고는 가져본 적이 없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내 주변에는 이렇게 아이를 키우는 집이 없다. 이러니 주변에서 보면 별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평범하다면 평범한 별나다면 별난 가정보육을 가능하게 했던 조건들이 있었다.


장기적인 육아휴직

나의 직업은 한 명의 자녀당 3년간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1년은 유급, 2년은 무급이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 1년의 육아휴직만 사용하고 복직한다. 이후 아이가 초등학교에 갈 때쯤 무급으로 1년 정도 한번 더 휴직을 사용한다.

직업을 정할 때 크게 생각했던 부분이 육아휴직이었다. 그때는 내가 이렇게 육아휴직을 유용하게 사용할지 몰랐다. 이렇게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었다면 가정보육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1년간의 남편의 육아휴직

3개월간의 출산휴가와 10개월간의 육아휴직 이후 나는 복직을 하게 되었다. 복직에 대한 급한 요청이 있었기에 거절하지 못하고 복직했다. 모유수유를 하고 있었고 이제 막 돌이 된 아기였다. 그리고 남편은 회사가 다른 지역이라 출퇴근에 거리가 있어 일찍 마치는 회사인 편이지만 6~7시는 돼야 집에 도착했다. 나는 일이 많은 직업이라 복직을 하면 거의 매일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누군가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리러 가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남편의 육아휴직이었다. 남편은 돌부터 두 돌까지 아이를 키웠다. 이후 두 돌부터는 다시 엄마인 내가 육아휴직을 하여 아이를 돌보고 있다. 나의 직업도 육아휴직은 3년이라는 한정된 기간이 있기 때문에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지 않았더라면 가정보육을 지속하는 것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자유부인, 자유남편에 대한 갈망이 없음

아기가 돌이 될 때까지 육아휴직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친구를 만나러 간다거나 자유부인을 한 적이 없다.

아마 내가 원했다면 그런 시간을 가졌을 수도 있다. 그런 시간을 전혀 원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린 아기를 두고 가지는 자유시간은 전혀 자유로울 것 같지 않아 선택하지 않았다.

아마도 성격 탓일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집순이, 집돌이에 가깝고 누군가와 어울려야 즐거움을 느끼는 스타일이 아니다. 우리 부부는 술, 담배, 그 흔한 커피도 즐기지 않는다. 대신 군것질은 아주 좋아한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가족

나는 세 자매 중 둘째고 남편은 삼 형제의 첫째다. 우리는 형제자매가 많은 집에서 자랐고 지금도 함께 소통하며 지낸다. 이렇게 형제자매가 많다는 것은 얼마나 큰 장점인지 모른다. 이러한 가정환경이다 보니 굳이 친구를 많이 사귀지 않아도 괜찮았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가족이고 자매이니 매일 친구와 함께 있는 것이고 무슨 일이 생겨도 상의하고 소통할 친구가 항상 대기하고 있으니 속상한 일 화가 나는 일, 고민거리가 있어도 어렵지 않게 해소할 수 있다. 육아를 하면서도 친구를 꼭 만나러 갈 필요가 없는 게 그냥 동생이 우리 집에 놀러 오면 된다. 그리고 부모님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방문하여 육아를 하고 있는 딸에게 맛있는 밥을 해주거나 사주고 가셨다. 그렇게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나를 외롭지 않게 돌봐주는 가족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인 것 같다.


부부의 동일한 의견

남편과 아이를 양육하는데 의견의 같기는 쉽지 않다. 엄마는 가정보육을 하고 싶어도 남편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길 바라는 가정도 많이 있을 것이다. 또는 남편은 가정보육을 하고 싶은데 엄마가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은 가정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부부가 아이를 양육하는 방법에 대해 의견이 잘 맞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다행히도 우리 부부는 아이를 우리 손으로 키워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의견이 잘 맞았다. 함께 아이를 위해 희생하고 노력해 준 남편에게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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