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 중에 가장 나이가 어린 36개월 아기곰이 문장으로 영어를 말하니 많이 놀라신 듯했다. 순간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별난 엄마로 보일까 자녀에게 영어조기교육을 강요하는 사람으로 보일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가정보육을 하며 엄마표 영어를 하고 싶은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영어에 대한 매력에 빠져 호주에 간 엄마곰
12년 초, 중, 고를 다니며 영어공부를 하였지만 영어로 말하기는 전혀 할 줄 몰랐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영어회화를 배워본 적이 없었다. 5 형식과 문법은 알아도 생활영어는 초보 수준이었다. 그렇게 영어에 대한 오랜 어려움을 겪었고 영어공부를 해보고자 23살에 호주에 가기로 했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라 유학은 불가능했고 워킹홀리데이라는 좋은 비자가 있어 호주에 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일도 하고 학원도 다니며 바쁘게 살아갔다. 18개월 동안 호주에 머물면서 초급에서 중상급으로 영어 실력이 늘었고 테솔(TESOL)이라는 영어강사 자격증을 취득해 왔다. 호주에서 남편을 만나 오랜 연애를 했고 호주라는 나라는 우리에게 특별한 나라이고 아기곰이 태어나기 전부터도 우리 부부에게 영어라는 언어는 특별한 언어였다.
영어 공부가 아닌 한국어와 동일한 언어로 알려주고 싶은 마음
만 2살이 되었을 때 한국어를 떠듬떠듬 말하기 시작할 때부터 영어를 함께 사용해 주기 시작했다. 영어책도 읽고 단어를 알려줄 때 영어와 함께 알려주었다. 놀이터에서 놀 때도 보이는 사물들을 한국어와 영어로 알려주고 역할놀이를 할 때도 쉬운 영어문장들부터 사용하며 영어를 공부가 아닌 놀이로 한국어와 다르지 않은 언어로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아이는 거부감 없이 영어를 받아들였고 신기하게도 빠른 습득력을 보였다. 영어를 힘들게 배웠던 경험이 있는 부모라 아이곰에게는 영어를 공부가 아닌 언어로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학습이 아닌 많이 노출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한국어처럼 영어가 습득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느슨한 육아에 긴장감과 생기를
아이의 세끼 밥을 챙기고 놀아주고 청소하고 정리하고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기도 하고 아이랑 보내는 시간만 있다 보니 사람이 늘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뭔가 이루고자 하는 게 있으면 지겨운 일도 이겨내고 열심히 달려가게 되기도 한다. 나에게는 영어라는 언어가 계속해서 긴장감을 유지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부모의 완벽하지 않은 영어 실력으로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어렵지 않게 영어를 알려 줄 것인지 관련 서적을 읽고 영상들을 참고하며 고민하다 보면 알차게 보내지 못한 시간들이 아깝게 느껴진다. 다시 한번 시간을 어떻게 알차게 보내볼까 생각하며 느슨해진 육아와 나의 정신에 긴장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이번주도 아이와 함께 볼 책들과 핵심 주제를 선정하고 영상들을 준비하고 나름의 커리큘럼을 만들다 보면 예전에 내가 공부해 놓은 것들이 헛되지 않은 것 같고 배운 것들을 썩히지 않고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이런 부분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성취감을 느끼다 보니 육아를 하면서 지겹거나 우울하지 않고 사회에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도 없다. 나는 지금 한 아이를 키우는 아주 중요한 일을하고 있고이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대단한 부를 물려주지는 못해도 내가 가진 것은 물려주고 싶다. 영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하는 것도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