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딱 1년전이다.
회사 옆자리 동료의 온가족 확진으로 이어진 나의 자가격리.
혹시나 코로나에 걸렸을까봐 조금은 두려웠지만 골방에 틀어박혀 간만의 휴가 같은 느낌에 철없이 신나게 노트북을 두드려대고 새우처럼 구부려 잠들곤 했었다.
(심지어 자가격리 이야기를 브런치에 기록도 했다)
그리고 자가격리 해제를 위한 PCR 검사를 하러 가던 날,
허리가 끊어질 듯이 너무 아프다.
열흘 가까이 격리가 끝난 뒤 나왔는데 '상쾌하다 좋다'의 느낌은 전혀 없이 '허리가 왜 이렇게 아프지?'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이러다 풀리겠지라며 미련하게 참다가 많은 사람들의 잔소리를 듣고 어쩔 수 없이 정형외과를 방문했고 허리디스크가 문제라고 했다.
심지어 디스크가 터졌다는 진단과 어떻게 참았냐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
그리고 꽤 아플텐데 어쩜 그렇게 안아파보이냐고 묻기도 하셨다.
역시 마인드 빠워!
지금은 이렇게 말할 수 있지만 그때는 정말 심각했다.
켜둔 에어컨이 추울 때면 이불을 끌어올리며 에어컨을 조절해 줄 누군가를 기다려야했다.
배가 고프면 꾹 참고 누군가가 일어나 밥을 차려주기를 기다려야했고,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누군가 나를 일으켜주고, 변기에서 볼일이 끝나면 또 다시 누군가 나를 일으켜줘야했다.
나의 바지를 초딩 아들이 입혀준 것도 여러번이다.
내 몸을 스스로 가눌 수 없다는게 이렇게 서글픈 일이라니... 혼자 계신 어르신들은 참 외롭고 슬프겠구나 싶어 우울감이 컸다.
재택으로 회사 업무를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통증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니 미안해서 결국 무급 휴직도 잠시 냈었다.
역시 예정대로 25일엔 그 달콤한 마약같은 월급이 입금되지 않았다.
예상했던 바이지만 그래도 어딘지 서운함이 가득하다.
그 와중에 몸을 움직이고 할 수 있는 '말이나 글'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을 해결했다.
정신은 말짱한데 몸을 움직일 수가 없고 (심지어 누워있으면 안 아픔)
당연하지만 수입은 0원이고 (역시 회사는 내가 움직여야 돈을 주는구나)
그와중에 말로 할 수 있는 일은 누워서 하고 있는 상황 (목소리는 여전히 밝았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 라는 생각들
왜 바보같이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거야!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중 하나가 수영이었다.
좌우를 동시에 사용하는 전신운동 수영을 추천합니다.
디스크 환자에게 좋은 운동이라고 두명의 의사가 추천했고, 주변에 디스크를 이겨낸 사람들이 추천해준 종목이 수영이다.
음... 코로나가 이 난린데? (당시는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상당했음)
나 맥주병인데? 정말 싫은데? 수영에 대한 거부감이 컸지만 일단 ok 하고 마음속에 잘 저장해 두었다.
언젠가 허리를 위해 수영할꺼야
물론 그 언젠가가 오지 않을꺼라는 걸 알지만 1년전엔 저렇게 생각하고 마무리 했다.
수영은 커녕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기에.
독한 나는 무려 20만원짜리 허리 복대를 차고 다시 출근을 했고, 회사에서는 서서 업무를 봤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조심하며 살고있고 수영을 시작했다.
사설이 몹시 길었지만 40대 허리디스크 환자의 수영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스무살 이후부터 수영을 다니면 두달이상을 다닐 수 없었다.
마흔이 넘은 지금은 왜 그게 가능할까?
그 깨달음의 기록을 남기고 싶다.
TMI 허리가 아프다면 이렇게
1. 허리가 아닌 고관절, 골반, 종아리, 허벅지, 발끝이 저린 느낌이라면 반드시 병원에 가야됨
동시가 아니라 저 중 하나가 안좋아도 병원에 가야한다.
특히 동네 정형외과 말고 MRI가 있는 비수술 전문 병원을 추천한다. (개인 취향임)
병원 가기전에는 실비보험 조건들도 체크해야한다.
경황이 없던 나는... 꽤 많은 자기 부담금을 냈다.
물론 병원에 간다고 드라마틱하게 나아지지 않는다.
병원 조금 덜 아프게 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내가 정확히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를 알아야한다고 생각한다.
2. 너무 아플 때 운동은 금지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사람들이 움직여야한다고 조언을한다.
이건 안아파본 사람들의 이야기 ㅠㅠ
허리 상태가 조금 나아지는 것 같으면 산책을 가고 움직이면서 다시 안좋아지는 악순환이 펼쳐졌었다.
극강 고통이 올 때면 우선은 잘 쉬고 병원을 다녀야한다.
어설프게 운동을 하면 더 아프다.
산책이든 수영이든 절대절대 금지.
3. 허리 수술은 잘 알아보고 한번더 생각하기
일단 나의 경우 누워서 일어날 수도 없었지만 수술없이 지금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허리부위는 특이하게 큰 근육 3개로 이루어져 있어서 디스크가 빠지거나 터져도 그 근육이 튼튼하면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 근육을 튼튼하게 해주는 과정이 수영이고 운동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비수술 병원으로 가서 수술을 안했지만 만약 수술을 권유 받았다면 했을 것 같다.
(그만큼 무지)
몸에 칼을 대는건 잘 찾아보고 신중하게!
이렇게 자연치유되는 사람들이 많으니 신중신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