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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 Cho Oct 25. 2024

한강의 노벨상 수상 비난에 아이유가 떠오르다

"그들의 세치 혀가 유족들 두 번 죽여"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국민들은 물론 해외교민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큰 기쁨을 안겼지만 이를 비판하는 한국인들 또한 의외로 많은 듯 하다.


캐나다 등 해외 각국의 동포사회 역시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했으나, 온라인 한인 커뮤니티에선 이를 폄하하는 글들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된 논리는 '한강이 역사를 왜곡한 소설로 노벨상을 탔다'는 것인데, 비행기를 타고 스웨덴까지 건너가 한림원 앞에서 한강의 노벨상 수여 규탄 집회까지 연 보수단체도 있었다.


그들의 열정만큼이나 지켜보는 들의 한숨도 점점 깊어진다.


"대한민국 역사 왜곡 작가 노벨상, 대한민국 적화 부역 스웨덴 한림원 규탄한다"라고 적힌 시위 현수막을 처음 맞닥뜨린 한림원 심사위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나마 '한글로 쓰여진 현수막'인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123년 간 세계 최고의 권위를 유지한 노벨상이 로비 따위로 좌지우지 된다거나, 파렴치한 역사왜곡 소설가나 뽑는 '최악의 상'으로 전락시킨 그들의 강한 믿음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할까.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발표했을 당시, 한림원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서 제기된 '로비설'에 대해 "오히려 김대중에게 노벨상을 주지 말라는 수천 통의 편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노벨상위원회 역사상 처음 일어난 기이한 현상에 대해 스웨덴 언론 역시 "한림원이 이번 일로 한국인에 대해 넌더리를 내고 있다"라며 "앞으로 한국은 노벨상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도 높비판했다.


2000년 당시 일부 한국인들의 철없는 몽니와 스웨덴 언론의 저주만 보더라도 '한국의 두번째 노벨상 수상'은 가히 기적이라 할 만하다.


온라인 상에도 한강의 노벨상 수상에 대한 딴지와 비판이 이어진다.


"소설이라고 해서 시대적 배경을 엉뚱한 방향으로 왜곡해선 안된다."

"북한에게 퍼주고 돈으로 핵무기 만들게 김대중이 노벨평화상 받은 것처럼 한강의 노벨상도 불편하다."


"한림원 심사위원들이 모두 정치적이거나, 물질적이거나, 혹은 명단 늘어놓고 선풍기를 돌렸을 것이다"라는 현직 작가의 노골적 비난까지.


김태형 심리학자는 "보수들이 상당한 심적 혼란을 겪고 있다"라며 "보수가 아무리 무식해도 노벨상 좋은 건 알지 않나. 한마디로 반국가세력이 세계 최고의 상을 받은 셈이다. 또 한가지는 보수 쪽에 붙어서 밥 먹고 글 쓰던 사람들의 질투가 엄청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박동훈으로 분한 이선균이 여직원의 살인 전력을 폭로한 상무의 행동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황당무계한 반응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아이유가 떠올랐다.


많은 시청자들이 인생드라마로 꼽는 '나의 아저씨'.


주인공 이지안(아이유)이 계약직으로 다니던 대기업의 회의에서 그의 '살인 전력'이 만천하에 까발려진다.


살인 전과가 있는 여성을 직원으로 뽑았다는 상무의 폭로에 박동훈(이선균) 부장은


"살인이 아닙니다. 정당방위로 무죄판결난 사건입니다."


"알고 있었네? 알면서 사람 죽인 애를 계속 회사에 다니게 한거야!"


"누구라도 죽일 법한 상황이었습니다. 상무님이라도 죽였고, 저라도 죽였습니다. 그래서 법이 그 아이는 죄가 없다고 판결을 내렸는데 왜 이지안씨가 이 자리에서 또 판결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일 당하지 말라고 법은 전과 조회도 잡히지 않게 어떻게든 그 아이를 보호해주려고 하는데 왜 그 보호망까지 뚫어가며 한 아이의 과거에 물고 늘어지십니까. 내가 내 과거를 잊고 싶어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과거도 잊어주라고 하는게 인간 아닙니까."


"여긴 회사야!"


"회사는 기계가 다니는 뎁니까. 인간이 다니는 뎁니다!"  


한강 소설의 배경이 된 '4.3사건'과 '5.18 광주 민주화운동'은 보수·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해마다 추념식이 열리는 국가기념일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한국 근현대사의 최대 비극으로 꼽히는 '제주 4.3사건'과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그 당시 죽임을 당한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달래는 국가기념일로 공식 지정했는데, 보수는 역사적 실체마저 부정하며 '북한 끼워넣기'에 열을 올린다.


더구나 제주 4.3사건의 국가기념일 지정은 보수가 그토록 추앙해 마지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그의 재임기간(2014년)이뤄졌다.

  

보수 정권에서도 비극적인 역사로 희생당한 국민들을 추념하고 이를 극복하자며 국가기념일로 만천하에 공포했는데, 한국의 극우보수는 5.18과 4.3의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은채 아무런 증거도 없는 '북한 개입설'만 진실인양 철저히 신봉한다 


우발적 사고를 억지로 까발려 살인자로 매도하듯, 공식화한 역사마저 부정하며 편견을 고집하는 '극우보수의 세치 혀'가 희생자들과 그 유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


다만 그들이

단 한 번이라도 광주와 제주 가족의 비극적 이야기를 들었다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국군과 경찰의 만행에 난도질 된 여성의 모습을 단 한 번이라도 보았다면,


절대 지금처럼 당당하고 자신있게 나서지 못할 것이다.


알고보면 그들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임을 확신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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