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죄 구형 받은 토론토 교민

여러 지인에게 거액 빌리고 안 갚은 홍모씨…검찰, 징역 1년6개월 구형

피해자 김모씨의 고소장에 대해 검사가 회신한 결정결과 통지서. 담당 검사는 피의자 홍모씨에 대해 사기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불구속구공판).

캐나다 교민사회에서 사기행각을 벌인 한인동포가 모국에서 사기죄로 처벌받을 위기에 처했다.

한국법원의 1심 선고를 앞둔 교민 홍모씨는 토론토에서 여러 지인에게 돈을 빌린 뒤 이를 의도적으로 갚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지난 9월27일 열린 공판에서 청주지방검찰청 제천지청의 김지윤 검사는 피고인 홍모씨에게 사기죄를 적용, 징역형을 구형했다. 불구속 상태였던 홍씨는 지난 5월24일, 6월25일, 8월27일, 9월27일 열린 공판에 모두 출석해 자신을 변호했다.

청주지방법원 제천지원은 "이 재판(2024고단75)은 최근 변론종결이 됐으며, 검사가 피고 홍oo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고 밝혔다.

홍씨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29일 결정된다.
다만 홍씨가 1심에서 징역형을 받더라도 이를 항고할 경우 그의 범죄혐의는 최종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홍씨에게 민사소송과 형사고소를 제기한 김모씨는 "홍씨가 주변의 여러 한인들에게 사기를 쳐서 돈을 빌린 뒤 이 중 일부를 갚지 않았다. 홍씨의 거짓말에 속아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피해자도 적지 않다. 홍씨는 나에게 사채를 한다고 돈을 빌린 다음 남편 병원비, 기존 차용금 변제, 생활비로 탕진했다"라며 "내가 받지 못한 대여금은 약 49만 달러(4억 9천만 원)에 달한다. 홍씨는 나에게 재산세 고지서까지 보여주면서 거금을 빌렸지만, 나중에 확인할 결과 해당 부동산은 소유주가 다른 사람이었고 고지서 역시 가짜였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원고 김씨는 자신의 채권을 변제받을 목적과 함께 더 이상의 한인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고자 2020년 10월 경 한국과 캐나다 경찰에 홍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그는 한국과 캐나다를 여러차례 오가며 본국 검찰과 캐나다 경찰에 홍씨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 결과 홍씨를 한국에선 사기혐의로, 캐나다에서는 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할 수 있었다.

김씨는 "가해자를 고소해 재판에 넘기기까지 장장 4년이 걸렸는데, 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간이었다"라며 "고소를 진행한 초기 시점에 한국 경찰로부터 불송치 통보를 받았을 때와 캐나다 경찰의 지속적인 무관심이 매우 힘들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수사관에게 증거를 자세히 설명하고 법원에 여러차례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끈질기게 매달린 결과 가해자에게 단죄를 내릴 수 있게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김씨가 홍씨를 상대로 제기했던 민사소송은 작년 11월 화해권고 결정으로, 법원은 피고 홍씨가 원고에게 총 4억 원(약 40만 달러)을 변제토록 명령했다. 하지만 홍씨는 법원의 명령이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사기죄 혐의를 받는 홍씨는 지난 5월 캐나다한국일보에 '거액 빌리고 갚지 않은 자매'란 기사에 거론됐던 범죄혐의자로 현재 한국에 거주 중이며, 그의 언니는 토론토에 살고 있다.

기자는 언론사에 근무할 당시, '정직하고 투명한 한인사회 만들기' 캠페인을 통해 홍씨 사례를 소개하면서 교민 개개인의 '준법의식'과 '신고정신'을 강조한 바 있다. 개인이 당한 범죄사례는 가급적 공론화해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 교민사회에선 개인간 금전거래로 인한 분쟁이 잦은데,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채무자의 말을 무조건 믿으면 안되며 제출한 증명서류도 철저히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