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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니 마쿤 Nov 22. 2023

이용주, <신, 인간, 정치>

일독을 권하며...

숭실에서 권연경, 김회권, 이용주 세 분 교수님께 정말 재미있고 신나게 신학을 배우는 중에 있다. 이전에는 유학도 고려하며 좀 더 넓은 식견에서 신학을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2년 동안 교수님들께 배우며 그런 갈증이 상당 부분 채워졌다.


특히 이전에는 개인 신앙과 교회 사역의 필요성 때문에서 일까, 성서학에 대한 배움의 욕심이 있었다면(여전하기도 하지만ㅎ) 이용주 교수님을 통해서 조직신학을 배우는 가운데 사회와 공동체, 인간 대 인간을 위한 신학의 재미를 새로이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며 이제 이 배움의 장을 떠나야 한다니 벌써부터 아쉬움이 든다.


이런 아쉬움을 느끼게 해주는 감사한 교수님들 중 이용주 교수님께 축하드릴 일이 생겼다. 이번에 이용주 교수님의 <신, 인간, 정치>가 세종도서 선정 학술부문 종교분과에 선정되어 전국 도서관에 보급된다고 하는 소식이다. 그래서 교수님께 축하와 감사의 마음을 나누고 싶은 마음과 주변 분들에게 책의 일독(&구입)을 권하며 글을 끄적여 본다.

<신, 인간, 정치 - 자유와 연대를 위한 신학적 제언>는 교수님의 논문 모음집이다. 그러다 보니 다소 진입장벽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바르트나 본회퍼의 글을 읽고 마음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해보았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도 신학적 논증을 따라가는 가운데 견고한 신앙고백 혹은 마음 따듯한 설교자의 메시지를 듣는 것처럼 마음이 뜨거워질 것이다.


내가 느꼈던 이 책의 매력 포인트는 기독교 신학의 논증 구조 속에서 ‘신, 인간, 정치’에 대한 담론들을 신학적 렌즈로 재해석하는 과정을 통해서 오늘날 지금 여기 기독교 신학의 필요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이 지점들이 마음이 뜨거워지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교회와 세상이 서로를 소통 불가능한 대상으로 여기며 벽을 세우려 했던 시도들을 허물고, 대화의 장으로 교회와 세상을 마주하게 하여 세상에는 기독교 신학을 천천히 논증하고, 교회에게는 갈라파고스적인 태도에서 돌이켜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는 점이 참 매력적이었다. 이 지점은 교회의 역할, 그리스도인의 태도를 점검하게 해 주어 또한 마음이 뜨거워지는 지점이었다.


교회 사람들 중에는 교회와 세상의 대화를 두려워하는 자들이 있다. 죄에서 돌이키지 않은 세상은 하나님을 이해할 수 없기에 세상과의 대화는 유익할 수 없고,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들을 받아 신자와 교회의 거룩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드러내지 않은 또 하나의 두려움의 원인은 세상의 담론에 뛰어들어 대화를 할만한 용기 없음, 성경만 갖고 모든 담론에 응답하려다 보니 소위 말하는 말빨이 딸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란 두려움이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과 배타적 태도는 세상 한복판에 있는 교회,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신앙을 스스로 의심하고 깎아내리는 태도이다. 기독교 신학은 항상 세상과 대화하는 가운데 하나님을 높이고 있었다. 세상의 담론을 피하지 않았고, 거절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대화를 주도함으로써 기독교 신학의 입장을 전하였다. 그러므로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 참이라면 우리는 세상과의 대화를 피하거나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언제나 대화의 장에 서서 우리의 신앙을 같은 언어로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책의 서문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이 책은 “한국교회의 신앙과 삶의 기저에 깔려 있는 근대 이후 인간과 세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시키고, 자유로운 인간과 세상을 위해 기꺼이 대화하고 섬기는 교회 본연의 모습을 되찾게”하는 신학자의 신앙이 담긴 책이다. 도서관에 보급된다고는 하지만 사서 읽고 소장하며 보고 또 읽힐 수 있는 책이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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