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중 어떤 계절이 좋으냐 물으면 망설여진다.
봄은 겨울의 마침과 여름의 처음 사이,
완연한 봄의 순간이 좋다.
여름은 장마가 오기 전 비 소식이 시작되는 순간,
푹푹 찌는 무더위를 식혀줄 싱그러운 잎사귀들의
그늘 아래서 살랑이는 바람을 맞을 때 좋다.
가을은 아침에 눈을 뜨고 창문을 열었을 때
얼굴을 감싸는 가을 기온을 느끼는 순간이 좋다.
겨울은 깊은 밤이 끝나지 않을 듯한
새벽 어스름한 시간에 코 끝을 빨갛게 간질이는
차가운 공기를 마시고 뱉는 순간이 좋다.
사계절 중 어떤 계절이 좋으냐 묻는다면,
나는 그저 사계절의 순간순간들이라고,
지금 당신과 함께 있는 이 순간이라고,
낯간지러운 대답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
매년 사계절의 그 순간들을 기다리고 맞이하는 것처럼
항상 당신을 기다리고 맞이하는 순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