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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니 마쿤 Aug 01. 2024

좋아하는 순간

사계절 중 어떤 계절이 좋으냐 물으면 망설여진다.


봄은 겨울의 마침과 여름의 처음 사이,

완연한 봄의 순간이 좋다.


여름은 장마가 오기 전 비 소식이 시작되는 순간,

푹푹 찌는 무더위를 식혀줄 싱그러운 잎사귀들의

그늘 아래서 살랑이는 바람을 맞을 때 좋다.


가을은 아침에 눈을 뜨고 창문을 열었을 때

얼굴을 감싸는 가을 기온을 느끼는 순간이 좋다.


겨울은 깊은 밤이 끝나지 않을 듯한

새벽 어스름한 시간에 코 끝을 빨갛게 간질이는

차가운 공기를 마시고 뱉는 순간이 좋다.


사계절 중 어떤 계절이 좋으냐 묻는다면,

나는 그저 사계절의 순간순간들이라고,

지금 당신과 함께 있는 이 순간이라고,

낯간지러운 대답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


매년 사계절의 그 순간들을 기다리고 맞이하는 것처럼

항상 당신을 기다리고 맞이하는 순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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