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공부를 한다.
다음 주에 교회 소그룹 성경공부에서 할 것을 미리 예습해 두는 것이다. 그동안은 코로나 때문에 오랫동안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니 새삼 코로나가 꺾이긴 꺾였구나 싶다. 저렇게 침대에 공부 교재를 펼쳐놓고 공부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성경공부 예습이라야 교재를 읽고 관련된 성구를 찾아 옮겨 적는 게 전분데, 안 좋은 눈으로 고개를 잔뜩 수그리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자 엄마는 성경책을 찾는다. 나는 순간 그걸 왜 나한테서 찾나 했는데 생각해 봤더니 그게 아니었다. 엄마의 성경책은 내가 보던 성경책보다 컸는데, 평소 엄마는 눈이 안 좋은 관계로 성경공부 예습할 때 외엔 보지 않았다. 코로나가 터지고 엄마는 한동안 성경책을 찾을 일은 없을 테니 어느새 그걸 내가 가져다 읽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나도 언제부턴가 노안이 왔고, 내가 보던 성경책을 답답해했었다. 그리고 나는 그만 그것을 내 것인 양 착각했던 것이다. 원래 가족이 함께 살면 어떤 건 내 것, 네 것의 구분이 없을 때가 있지 않은가.
그랬던 엄마가 오늘은 성경책을 찾고 다시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지난 3년 동안 우린 코로나로 인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겪었던가. 적지 않은 사람들이 뜻하지 않게 유명을 달리하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우리 가족도 언제 어떤 변화를 겪을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이날까지 무탈하게 지내 오늘은 엄마가 성경책을 찾고 있으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껜 죄송하지만) 그저 다행이랄 밖에.
어느 가수는 그런 노래를 했다. 세상 풍경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세상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고. 나 개인으론 엄마가 성경공부하는 모습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