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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수집가 Mar 26. 2022

K-SF의 무한한 발전을 응원하며...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 우리나라에 문학잡지의 수가 꽤 되고 얼마 전부터는 특정 장르만을 전문으로 한 문학잡지도 나왔다. 그렇다면 다른 장르의 문학잡지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이렇게 SF 문학의 창간호가 나와 주었다. 다양한 문학 전문 잡지가 나온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새삼 이게 있는지도 모르고 세상을 떠난 사람은 얼마나 억울할까 싶은 생각도 든다.        

디자인이나 만듦새도 뭔가 모를 포스가 느껴지기도 한다. 책 좋아하는 사람은 이런 책 책상이나 서가에 꽂혀 있으면 흐뭇해지며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다. 언뜻 보기에 잡지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런 것으로 봐 앞으로 허투루 만들지 않겠다는 이 잡지만의 의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미국이나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벌써 오래전에 SF 전문잡지가 나온 것을 생각할 때 많이 늦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아직 마니아층이 그다지 두텁지가 않으니 그럴 것이다. 내가 기준이 될 순 없겠지만 SF에 대한 나의 이력은 어렸을 때 본 TV 시리즈 '스타워즈'와 '스타트랙'이란 양대산맥이 있었고, 만화로는 '은하철도 999'와 '캐산(?)'이 있었다. 비교적 최근에 본 영화로는  <인터스텔라>나 <마션>, <반도>(이 영화를 액션물로 구분했는데 내가 볼 땐 SF라고 생각한다) 정도가 얼핏 떠오를 뿐이다. 90년대부터 간간히 드라마도 만든 것으로 아는데 작품성은 몰라도 그다지 흥행을 논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물론 전문작가를 양성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이 분야가 발전하려면 문학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요 근래 부쩍 젊은 작가를 중심으로 SF 바람이 불고 있다. 이 잡지만 하더라도 내가 모르는 작가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하긴 문학 전반에서 활동 작가의 수가 예전에 비해 상당히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매체가 증가되었으니 그럴 것이다. 이 잡지도 소설뿐 아니라 에세이, 시, 만화, 평론, 인터뷰 등 다양하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SF를 말하고 표현하는 줄은 몰랐다.  


물론 난 전문가가 아니니 수준이나 성과를 논할 순 없지만 수준을 말하기 전에 일단 양으로 승부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또한 이런 잡지가 나와주면 작가가 작품 활동을 하기도 좋고 독자 역시도 다양한 작품을 읽을 수 있어 좋을 것이다. 


좀 놀라운 건 여성 작가들이다. 얼핏 여성 작가들은 SF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그렇지만도 않았다. 물론 전체적인 비중은 그리 크진 않겠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꽤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하긴 외국만 해도 르귄이나 머거릿 애트우드 여사는 이 분야에선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고 동시에 원로 작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늦게 시작한 만큼 아직 젊은 분야다. 그만큼 가능성이 많기도 하다. 


그런데 SF의 공식은 디스토피아인가 새삼 의문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들의 분위기가 밝지마는 않다. 느낌도 쇳소리가 많이 나는 것 같고. 하긴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어렸을 때 봤던 SF 만화에서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든 로봇이 오작동을 일으켜 오히려 인간을 위협하고 지배하는 암울한 세계를 그린 작품이 있었다 (앞서 말한 '캐산'인지도 모르겠다). 그걸 보면서 덩달아 나도 우울한 기분이 되었다. 솔직히 그러지 말라는 법이 어디겠는가. 그게 꼭 로봇이 아니고 다른 것을 대입시켜도 말이 된다. 예를들면 산업폐기물 같은 거 말이다. 사람 편하지고 뭔가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어느 날 수명이 다하고 쓰레기가 되어 오히려 인간을 위협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 AI는 우리의 피부만큼이나 접촉성이 강한 물질이 되었다.  


그래도 이 책에서의 단연 압권은 곽재식의 단편 '백세 포스터 그리기 대회'다. 이 작품은 이제 의학의 발달로 영생을 살게 된 사람들에게 100세만 살자고 권장하는 포스터 대회를 여는 어느 학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데, 풍자적이면서도 빵 터지는 것이 엄지 손가락을 높이 쳐들게 만들었다. 그래도 역시 우울하다. 작품이 아니어도 우린 100세까지 살게된 게 축복이냐 저주냐 말들이 많지 않은가. 이 작품은 그걸 휠씬 뛰어 넘는다. 그나마 우울하지 않게 그렸다는 점에서 곽 작가의 재능에 환호할 뿐이지.  


하지만 SF는 미래에 과학의 발달로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또 그런 의미에서 다소 예언적 요소도 있으며(그것이 진짜든 꾸며낸 것이든) 어떻게하면 인류를 인류답게 할 것인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이만한 장르도 없지 않나 싶다. 이제 뭐든지 우리가 만들면 세계적이 된다. 그래서 K로 시작하는 분야가 많아졌다. 난 앞으로 SF도 그럴 거라고 믿는다. K-SF의 무한한 발전을 응원한다. 이제 곧 통권 2호가 나올 모양인가 본데 모쪼록 더 많은 사람이 읽고 순항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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