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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지하다 Mar 08. 2023

'질적인' 향상을 꿈꾸며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오늘은 3월 8일.

International Women's Day, 국제 여성의 날이다.

혹시 '왜 여성의 날만 있어? 역차별이다!' 하는 멋진 남성분들이 계실까 봐 한 마디.

11월 19일, 국제 남성의 날도 있다고 하니 그날을 기념하시길 바랍니다.

그보다, 이 국제 남성의 날이 기리고자 하는 바가 멋있다.

"남성과 남자아이들의 건강에 집중하고, 여성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성평등을 추구하며, 긍정적인 남성 롤모델을 주목"하는 날이라고 한다. (발췌: https://www.bbc.com/korean/news-47492906)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에 대해 글을 쓰고 싶었다. (이 글에서는, 생물학적으로 XX염색체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을 여성으로 정의하는 모든 사람을 '여성'이라고 칭하겠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본 3부작 다큐멘터리 'The Principles of Pleasure(쾌락의 원칙)'이 떠올랐고,

그 시리즈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곧, 현대 여성의 삶에서 쾌락이란, 어떠한 비난이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재하는 프레임 없이 '질적인' 향상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 시리즈는 1부에선 우리(여성)의 몸, 2부에선 우리의 생각, 3부에선 우리의 관계에 대해 다룬다.

'질'을 뜻하는 '버자이나'라는 영단어 말고, 여성의 생식기에 있는 모든 파트를 통칭하는 이름이

Vulva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한국말로 검색하니 온갖 관련 사진들과 함께 '여성의 음문(외음부)'라는 사전적 정의가 나온다. 나는 지난 10년 간 영어에 충분한 노출이 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단어였다. 심지어 미국 여성들도 그 단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 Vulva를 굉장히 잘 도식화해서 나타낸 그림을 찾았다!

체모,대음순,소음순,요도,질,항문,클리토리스를 모두 포함해 Vulva라고 한다. https://www.brook.org.uk/your-life/vaginas-and-vulvas


남성들은 샤워하면서 매일 자신의 소중한 곳을 쳐다보겠지만, 신체구조상 여자들은 자신의 Vulva를 쳐다볼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심지어, 자신의 중요한 신체 일부 중 하나인 그곳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는 여성도 많을 것이다. 일부러 거울에 비춰보거나 요가의 우타나사나 자세를 적절하게 변형하여 하지 않는 이상 보기 힘들다.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잘 모르기 때문에, 그것이 정확히 어떻게 작용하는지, 무엇에 민감하고, 어떤걸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모르는 여성이 많다. 높은 비율로, 유색인종(이 단어는 철저히 백인 기준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단어지만, 백인을 제외한 인종을 뜻하기 가장 편리한 단어라 사용한다.) 여성은 알려고 잘 노력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나를 포함한 많은 여성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렇게 노력하면서도, '질의 삶'을 높이기 위해서는 얼마나 노력할까? 역으로, 우리가 '질의 삶'을 높인다면 우리의 '삶의 질' 또한 높아질텐데?


'질의 삶'을 높인다는 건, 단순히 정기적으로 산부인과에 체크를 받으러 가거나 언제부턴가 마치 안 먹으면 안 될 것처럼 쏟아지는 광고 속, 질 유산균을 먹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 주변만 봐도, 미혼이건 기혼이건 한 번도 제대로 된 오르가슴을 느껴보지 못했다는 여성들이 꽤 있었다. 그것은 단지 상대가 미흡했기 때문일까? 물론 여성의 오르가슴이 남성의 그것보다는 신체구조상 더 복잡함을 요구하기 때문도 있지만, 우리가 우리 몸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곱씹어본다. 우리가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면 그 이유는 왜일까.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서, 혹은 '여자는 섹스를 좋아하는 걸 대놓고 티 내서는 안 돼'라는 사회적 통념이 우리의 잠재의식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 클 것이다.


대부분의 여성이 최소 한 번 이상 자신의 몸에 대해 수치심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다큐멘터리에서는 이야기한다. 몸의 모양이나 체형과 상관 없이 우리 몸이 실제로 수치스러워서가 아니라, 그렇게 느끼도록 교육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성들도 종종 자신의 몸에 대해 알 수 없는 수치심을 느끼는지 문득 궁금하다. 느낀다면 과연 그 비율이 여성만큼 높을지도.

얼마 전 뉴스 기사에서 보니 한국의 대기업 같은 직무, 같은 직급에서 여성의 연봉이 남성 직원의 60~70%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저 몸 중간에 덜렁거리는 물건이 없다는 이유로 돈을 덜 받는 것도 서러운데(업무에서 실수를 반복하는 남자 동료에게 "그만 좀 덜렁대"라고 한다면 직장 내 성희롱으로 고소 당하려나...), 섹스에 있어서도 남성의 60~70% 정도로만 만족해야 한다면, 범용인공지능이 활개 치는 이 진보된 세상에서 왜 우리의 사회적 인식만 청동기 시대의 그것 정도에 그쳐있어야 하는 것일까.


남성들에게 '양적인 향상'을 요구하는 것은 의학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힘들겠지만, 여성들은 '질적인' 향상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 '데이터는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라는 책에서 읽은 바에 의하면 사람은, 교감을 느끼며 섹스할 때 가장 큰 행복도를 느낀다고 한다. (저자는 빅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더 큰 행복을 위해 우리는 더 만족스런 섹스를 추구해야 한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남성이라면, 혹시 자신의 와이프 또는 여자친구가 질적인 향상을 꾀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소통하고 귀 기울여서 들어줬으면 좋겠다. 결국 여자친구 질의 삶 향상은 당신의 삶의 질도 높여줄 테니..!


<필요 없어 네 작업멘트. 내가 원하는 건 네 리스펙트.> Málaga, Spain @인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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