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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armony Mar 22. 2020

52. 참한 며느리상

잠깐 보고 판단하지 마시라

누군가에겐 자랑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좀 '참하게(?)' 생겼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요즘은 살이 쪄서 후덕하게 참하려나^^?

잘 웃고 잘 우는 성향인데 아무래도 우는 모습보다는 웃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줄 기회가 더 많다보니 '잘 웃는 여성스러운 이미지' 쯤 되려나.

작년에는 60대 남자 어르신께 '며느리 삼아도 좋겠다.'라는 농담 섞인 이야기를 들었고

며칠 전에도 건너건너 누군가가가 나를 두고 '조카며느리 삼고싶다'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 때 그 남자 어르신께서 나를 '철벽방어' 하셨다는 말을 전해들으며, 나는 그저 당혹스러움을 가리기 위해 큰소리로 웃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전혀 참하지 않다. '참하다'는 단어 안에는 아무래도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강하지만 나는 내가 그다지 여성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들이 볼 때는 잘 웃고 과격한 말이나 행동을 자주 하지 않으며 특히 어른들 말씀에 상당히 고분고분(?)한 내가 참해보일 수 있겠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그저 예의를 중시하자는 생각으로 하는 행동이다. 어느정도는 꾸며진 나다.

나는 여성스러움의 대표적인 행동이라고 기대되는 '요리'도 못하고 '청소'도 못하고 외모를 적극적으로 꾸밀줄도 모르고 성격도 행동도 썩 싹싹하거나 차분하지 못하다. 


그렇다면 참해서 며느리 삼고싶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던 이유는 뭐였을까?

실제의 내가 참하지 않은데 그런말을 들어서 억울했을까?

하지만 실제로 나는 그 말을 전해주신 분께 좋다는 듯 웃으며 '감사하다'고 까지 했는걸? (난 뭘 감사하다고 했던걸까. 그렇게 여전히 가식적인 내 모습)

사실 그들이 규정한 그 의미 안에서 나에 대해 무언가를 기대할지도 모른다는, 그리고 사실 나는 그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부담감이 작용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나도 모르게 여성성을 강요당해버린 듯한 느낌이 불쾌했던걸까. 혹은 그들이 원하는 '참하지 못하고 여성스럽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었을까. 아니면 참해야만 하는 것도 아닌데 참하지 못하다고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겨버린 것을 느낀 나 자신에 대한 짜증이었을까.


'참하다'는 단어는 사전적인 뜻으로 '말끔하고 곱다'라는 의미다.

나의 어떤 면이 그들에게 그런 판단을 하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디 외모나 잠시 잠깐의 꾸며진 행동만으로 판단하신 것이 아니길 바란다.

가벼운 말들에 내가 다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참하다'는 말은 별로 듣고 싶지가 않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나는 참'한' 사람보다는 참'된'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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