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 듣고 나만 울컥해?
한 달간 특수학교로 교생실습을 다녀왔다.
정신 없이 보낸 4주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꼈다. (그리고 내 체력이 심각하게 저질임을 알았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내 안에서 변한 것 들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요즘 가장 크게 실감하는 나의 변화는 매일 유튜브를 켜서 '동요'를 듣는다는 것이다.
내가 실습을 했던 학급의 아이들은 대부분 '청각적 자극'에 흥미가 있고 민감성을 가진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께서는 교실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동요를 애용하셨다.
갑자기 흥분하는 친구가 있으면 차분한 동요를, 교실의 분위기가 너무 적적하다 싶을 때는 신나는 동요를, 나의 연구수업 직전에는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라는 응원(?)의 의미로 맛있는 간식과 함께 평소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를 재생하셨다.
신기하게도 우리 반 아이들은 동요를 틀어주면 올 스탑 한 뒤 동요에 집중했다.
더 신기한 것은 나 역시 우리 아이들처럼 동요에 홀려버린 것이다.
그동안 미처 몰랐다.
동요가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는 음악인지, 또 이렇게나 가슴 아린 음악인지, 가사가 이정도로 아름다웠는지, 이만큼 중독성이 있는지!
가락과 리듬을 나도 모르게 계속 흥얼거리게 되고
가사를 들으며 심쿵, 부르며 심쿵(예뻐서, 반성하게 되어서 등등 여러가지 의미로...)
이렇게 늦은 밤에 들을때는 감성에 젖어 울컥하기까지 하는걸 보면 아직 교육실습의 여운이 많이 남아있는가보다. (좀 주책인것 같기도 하다..ㅋㅋ)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여러 개의 동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동요는 '내가 바라는 세상'이라는 곡이었다.
차분하게 시작해서 들썩이며 끝나는 반전이 있는 곡. 중간에 '랩'까지 있는 곡.
<가사>
우리 늘 바라던 그런 세상있어요. 모두들 여기 모여 함께 노래불러요.
예 지켜봐요 호
나의 작은꿈 우리 바램들
어른들이 거짓말 안하는 세상
주차선을 바르게 지키는 세상
사람 많이 모여도 안전한 세상
하고픈일 다 되는 마법같은 세상
사랑하는 친구와 매일같이 모여서 넓은 잔디밭에서 맘껏 뛰게 해주세요.
꽃과 새가 노래하고 동물들과 어울려 햇살 가득 받으며 미소 짓는 우리들
아픔도 외로움도 고통도 슬픔도 모두 사라지기를
우리들 누구라도 좋아
이제 여기서 모두 다 같이 모여 함께 노래할래요 노래해
내가 바라는 세상
네가 꿈꾸던 세상
누구라도 한번쯤 생각하던 파라다이스
싸우지 않는 세상 사랑해
평화로 가득한 곳 고마워
웃음만이 넘치는 행복 가득한 세상 내가 바라는 세상
어른들은 말해 아이다워야 해요
이것저것 모두 안 된다고 해요
그러면서 다른 친구와 비교 해요
나는 그럴 때 마다 우울해 져요
그대로 우릴 봐줘요 Yes
우리들은 놀고 싶어요 Yes
그래도 될 나이잖아요 Yes
우리들을 아프게 하지말아요
약한 사람 볼때는 지나치지 않아요
먼저 손을 내밀면 모두 행복해져요
먼저 양보 한다면 싸울일이 없어요
서롤 마주보면서 하하호호 웃어요 (후략)
가삿말 처럼 정말 '파라다이스'와 같은 세상을 그린 노래다.
동시에 사실 너무 당연하고 '그래야만 한다'고 배워왔던 세상.
아이들을 이해한다고, 아이보다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부끄러워지는 동요.
한동안 인기몰이를 했던 MBTI는 물론이고 쉽게 해볼 수 있는 심리테스트를 해보면
나는 늘 '공상을 잘하는, 감성적인' 사람으로 나온다.
정말 맞는 것 같다. 현실을 알지만 여전히 마음으로는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어린 아이가 내 안에 살고 있다. 좀 유치하더라도 차라리 그 파라다이스가 내 안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실습을 끝내고 돌아오니 조금 두렵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내일도 점심을 먹고 돌아온 교실, 그 작은 의자에 앉아 동요를 들으며 눈을 반짝일 우리 반 친구들을 상상하며. 동요 한 곡만 더 듣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