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Harmony Nov 12. 2020

55. 그래도 코로나에게 고마운게 있다면..

더 자주 행복해할 수 있기를..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수업을 하지 않은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집에 있는 시간은 더 많아졌는데, 왜 생각하는 시간은 더 줄어든것 같은지 모르겠다.

여유 시간이 많아졌다고 느끼는 만큼 시간을 허투로 쓰지 않으려는 노력도 줄어들어버린건 아닌가 싶다.


벌써 코로나에 적응했다고 해야하나

마스크를 쓰고 나가는 일상, 사람들과 자주 만나기보단 비대면으로 소통하는게 더 잦아진 일상에 또 나름대로 익숙해졌다. 아니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여전히 이 현실이 아쉽고 속상하다.

그렇다고 요즘 일상이 예전과 아주 많이 달라진 건 또 아닌데 그래도 무언가에 제약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더 부정적인 생각들이 자주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과제와 수업으로 허덕이는것도,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나도 모르게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도, 여전히 우울해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도 또 내가 모르는 어느 곳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도.

모두 예전에도 분명 그랬던 일들일텐데 '코로나'라는 변수가 우릴 더 슬프게 만드는 것 같다.


최근에 대학교 담당 교수님과 진로 상담을 했다. 다행히 가능한 여건이 마련되어서 면대면으로 교수님을 뵙고 요즘 지내고 있는 일상이나 진로에 대한 대화를 했다.

나는 그동안 스스로 집에서도 정신없이 내 할일을 하며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었기에 교수님께 이런 나의  이야기를 주절주절 털어놓았는데 교수님께서 "잘하고 있구나." 하시며 칭찬을 해주셨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지막히 물어보셨다. "혹시 좀 지루하다거나 힘들다거나 한 건 없니?" 힘든 거.. 지루한 거..  분명히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었더라?

책을 읽기도하고 글을 쓰기도하고 맛있는걸 먹기도하고 혼자 노래를 부르기도하고. 그게 다였다.

가끔이긴 했지만 대학 동기들과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서 수다도 떨고 게임도 하고, 친구랑 만나 맛있는걸 먹기도 했다. 오랜만에 연락오는 사람들이 늘었고 날씨와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혼잣말이 늘었고 길을 가다가 찍게되는 사진이 많아졌고 지나가는 동물들을 이뻐하기도했다. 엄마와의 시덥잖은 대화도 많아졌다.  

생각해보니 별게 없었는데, 나는 이제 그것들을 나의 힐링타임이라 여겼다.


전세계에 커다란 공포와 충격을 준 코로나이지만,

그래도 코로나에게 조금이나마 고마운 점이 있다면,  

작고 평범한 일상에서 더 큰 기쁨과 잦은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짜 중요한 건 아직 훼손되지 않았다.


매일매일 생성(?)되는 과제 때문에 노트북 앞에서 엉덩이를 뭉개며 사는 일상이지만

그렇게 살아내는 하루하루가 의미있음을.. 코로나는 내게 알려줬다.  

언젠가 코로나가 종식되는 날에도, 지금의 이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가슴에 담고 살아갈 수 있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