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도' (스포가 있어요)
배우 강동원의 팬인 친구의 공짜표 찬스로 영화 ‘반도’를 보러 갔다.
혹평이 상당한 영화임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영화관에 입장했다.
평일 낮시간이기도 했고 코로나의 영향도 있었는지 상영관 안에는 10여명 정도의 관객만이 존재했다.
다들 멀찍이 앉아 각자의 자리에서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사실 난 ‘좀비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기에 좀비가 등장하면 눈 앞을 가려버리기 위해 팝콘통을 꼭 잡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이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산행에 비하면 좀비 외모의 괴기스러움은 상당히 덜했기 때문이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진짜 괴기스럽고 보기 거북했던 건 ‘좀비’가 아니라 ‘인간성을 잃은 인간들’이었다.
많은 관객들이 말하는 것처럼 영화는 지나치게 완벽한 가족애를 보여주다못해 거부감까지 들게 하는 소위 ‘신파스러운’ 장면을 많이 보여주었고
좀비 영화를 싫어하는 나같은 관객들이 보기에도 좀비 영화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만큼 ‘좀비’ 자체에 포커싱을 둔 것 같지도 않아보였다.
가끔 ‘엥? 설마 했는데.’ 하고 웃어버린 장면도 있었다.
('감동'도, '공포'도, '코믹'도 조금씩 아쉬운 정도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좀비들이 득실대는 반도에서 무사히 빠져나오게 된 영화 속 ‘준이’가 그곳에서도 행복했다고 말하는 마지막 장면이 나를 설득시켜버렸기 때문이다.
그 대사가 나에게는 억지나 신파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충분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이는 그곳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며 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지할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늘 함께였다.
좀비세상이 되어버린 '반도'와 이미 오래전부터 ‘헬조선’이라 불리는 지금 이 '반도'는 얼마나 다른 곳일까.
지금 나와 우리에게 이 세상의 ‘좀비’처럼 느껴지는 것들은 무엇일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영화 속 주인공 혹은 631부대 사람들처럼 살까. 지금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고 여기는 것들로부터 벗어나면 정말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살만하고 행복한 세상은 환경만이 좌우하는 것일까.
눈과 귀를 자극하는 영화도 좋지만 그보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한 영화가 좋다. 관객들에게 처절하게 절망을 보여주다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뻔하게’ 희망을, 정석을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영화가 좋다. 그런 의미에서 ‘반도’는 관객들에게 최선을 다해 이야기하고자 노력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