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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armony Mar 10. 2023

62. 특수교사 1년차의 소감   

2022년, 특수교사로서 첫 1년을 보내며.

우왕좌왕

허겁지겁

얼렁뚱땅


새학기가 시작된 3월부터 겨울방학을 맞이한 12월까지, 내가 느꼈던 나의 1년은 이렇게 흘러갔다고 생각한다.

글로만 배웠던 '시기별 할일'들이나 주어진 행정업무들 제한된 기간내에 해내기에 바빴다. 교육 내용과 방법에 대한 고민의 시간은 짧았고 '일단 해보고! 모르겠으면 물어보고! 안되면 따라하고' 마인드로 저질러보고 아쉬움을 갖는 시간은 길었다. 그래도 지금은 어찌저찌 큰 문제 없이 1년을 보낸 것에 대한 안도감과 도움을 주신 주변분들에 대한 감사함이 가장 크다.

동료나 선배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학교나 지역마다 처한 상황과 분위기가 다르므로 모든걸 일반화할 수는 없겠으나 1년간 일반학교에서 근무했던 '특수'교사로서 느낀점은 아래와 같다.


부족했던 점

전문성 1년차에게 전문성이 있다는게 말이 안되지만, 그럼에도 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만나는 사람으로서 '교사로서 잘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품을 수 밖에 없는 하루하루였다. 아이들에게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소중한 1년이 내 손안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부담스러웠다. (막상 또 그렇게 엄청난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만^^)교육목표는 어떻게 설정하고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하며 어떤 방식으로 평가해야하는지, 내가 하고있는 것이 맞는지 등에 대한 끊임없는 불안함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 누구도 나의 교육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고 할수도 없는 환경 속에서 결국은 '내가 끊임없이 아이들을 관찰하고 공부하고 연구해야하는 것'이라는 걸 체감했다. 학부시절,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추상적으로만 생각하던 것들을 직접 맞닥뜨리고나니 '그 때 그 공부들은 정말 기본기 다지기 수준이었구나' 싶기도하고. 벌써 다 잊어버린 건 아닌가 싶기도하고.


아쉬운점

게으른 사람은 한없이 게을러질 수 있는 환경

누구로부터도 나의 역량을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 나태해지기 쉬운 환경. 결국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이어야 하는데 내적인 동기를 만들기란 쉽지않다. (벌써부터^^)


외로움

 학교의 규모가 아주 작은 편은 아니어서 그런지 각자 개인적인 업무를 하기에 바쁘고 모든 교사가 서로 소통할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특히나 교내에서 단 한명 뿐인 '특수교사'라는 것이 내게는 외로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함께 일해주시는 보조인력 선생님의 존재가 더욱 귀하고 감사하기도 했고.

교내에서 특수교사란 어떤 존재일까?

이건 아마도 교사 개인의 성향이나 학교가 가진 특유의 분위기에 따라 다를 것이다. 사실 1년간 학교에서 나의 존재감에 대해 고민 아닌 고민을 했다. 정신없이 바쁠때는 신경쓸 겨를이 없었는데, 조금 여유가 생긴 뒤 돌아보고나니 학교의 관리자들, 일반교사들, 학생들에게 '특수교사'는 어떤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수교사라고해서 특별할건 없지만, '내향적인 내 성향탓에 우리학급과 내가, 우리 아이들이 교내에서 있는듯 없는듯한 존재가 되어버린건 아닌가.' '내가 괜히 외부의 시선에 혼자만 신경쓰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


좋았던 점

매일 아이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

결국은 웃게된다. 인상쓰거나 낮은 언성으로 무게잡을때, 소리지를 때도 잇지만 결국은. 순수하고 날 것 그대로인 아이들의 모습에 이뻐서건 황당해서건 결국은 웃게되어버린다

아이들과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을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예측할 수 없는 생동감이 나를 살아있게 한다.

보장된 자율성과 창의성

자기계발 부분에 있어서 나태해질 수도있고 외롭기도하다는 단점을 바꿔 생각하면 또 이런 장점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수업 방식, 교실공간 활용 등의 면에서 어느정도의 자율성을 가질 수 있고 통제력도 행사할 수 있다.


잘한 점

잘 버텼다.

종종 벅차기도하고 외롭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햇병아리 같은 특수교사라서 부족한 점 투성이에다가, 벌써 좀 적응했다고 이런저런 불만도 가지게 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하려 한다.

그저 초심을 잃지 않고 나태해지지않고 지치지않고 늘 뜨뜻한 온도로 애쓰는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다만 나를 너무 갉아먹거나 갈아넣으려 하지는 말자 싶다. 무엇이든 오래오래 할거라면 말이다.

'적당히, 잘'하며 살아가는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임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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