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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딸 Jul 19. 2019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카르카손의 아름다움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은 사진 한 장에 사람들이 쉽게 현혹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나는 이런 사진들만 보고도 강한 갈망을 느낄 수 있었는데, 사람의 계획이 어쩌다 마주친 사진 한 장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였다.


카르카손
요새 : 군사적으로 중요한 곳에 튼튼하게 만들어 놓은 방어 시설. 또는 그런 시설을 한 곳.

  이 곳은 1c경 로마인들이 지은 요새 카르카손이다. 이중으로 설치된 거대한 성곽이 도시를 에워싸고 있는데, 유럽에 남아 있는 고대와 중세 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완벽한 요새 도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 요새 안에 사람들이 모여 도시가 형성되었는데 지금도 이 곳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나는 카르카손에 가기로 결심했다.


    카르카손은 툴루즈에서 플렉스 버스를 타고 1시간 10분가량을 가면 도착할 수 있다. 가는 길에 드넓게 펼쳐진 해바라기 밭과 포도밭을 지났다.

툴루즈에서 카르카손으로 가는 버스 안



카르카손 도시 구경

    내가 탄 버스는 카르카손을 들렀다 몽펠리에를 거쳐 마르세유까지 가는 버스였다. 버스는 카르카손 기차역 근처에 섰다. 그곳에서 카르카손 요새까지 걸어서 20분이면 충분했고, 중심가를 거치기 때문에 전혀 심심하지 않았다. 중심가에는 작은 광장을 둘러싼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었고 테라스에서 사람들은 햇빛을 맞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중심가에 열린 작은 시장과 다채로운 우산으로 꾸며놓은 좁은 골목들.
바람 쐬러 나온 강아지도 카르카손에 온 나를 반겨주었다.

퐁비유 (Pont Vieux)
Pont vieux

   내가 가려는 곳은 카르카손이라는 도시 속에서도 시떼(cité-영어로는 city)라는 곳이다. 시떼로 가려면 오드 강을 건너야 한다. 그래서 나는 퐁 비유(Pont Vieux = 오래된 다리)를 건너며 '카르카손 시떼'에 들어섰다.



시떼 카르카손 (cité carcassonne)

   

카르카손의 이중 성벽 사이
성벽 사이를 달리는 마차

    시떼에 도착했다. 내가 어렸을 때 무언가를 따라 그렸을 법한 뾰족한 원뿔 지붕, 그 지붕을 받치고 있는 벽돌들, 길게 뻗은 돌길과 성벽 사이를 달리고 있는 마차. 이 풍경이 내 눈앞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이 풍경을 환상적으로 만드는 데에는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도 한 몫했다.



     


시떼 곳곳에 즐비한 상점, 기념품 가게와 레스토랑들

                          

귀족이 사용하던 건물이 지금은 호텔로 사용되고 있다.


     영어의 ‘시티(City)’를 의미하는 시테는 중세 도시의 전형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시테를 걷다 보면 흥미로운 상점과 공동 우물, 광장, 골목과 신작로를 따라 늘어선 작은 상점과 주택들을 만날 수 있고 귀족들이 사용하던 건물을 개조하여 만든 호텔도 볼 수 있다.


                             

  카르카손은 군사적으로 안정되면서 상업 중심지로 발전하게 된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진 카르카손은 도시를 상징하는 건물을 짓게 되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생나제르 대성당과 콩탈 성이다.



콩탈성(Château Comtal)과 생나제르 대성당(Saint Nazaire)

                        

   시떼로 들어오면 요새 속의 요새 콩탈성을 볼 수 있었다. 콩탈 성은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어 입장료를 내면 들어갈 수 있다. 적군의 침입을 대비하여 성 주변을 인공 호수를 만들어 놓은 콩탈성에 들어가려면 돌로 만든 50m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현재는 인공호수가 없다)

콩탈성 입구의 모습


고대 로마의 흔적이 보이는 벽돌
생나제르 대성당을 내려다보는 사람들
중세의 고딕 양식을 볼 수 있는 대성당


    나는 건축양식에는 무지하지만 오랜 세월이 담겨있는 건축물임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카르카손을 거닐며 로마의 흔적, 중세시대에 많이 사용한 고딕 양식들은 나에게 이 곳에 2000년이라는 시간이 담겨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상기시켜 주었다. 고요히 2000년을 버텨온 벽돌에 손을 대보았다. 우둘투둘한 벽돌의 감촉을 만지면 긴 세월이 느껴지며 겸손한 마음이 들기까지 한다.



"내가 알게 되는 모든 사실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보다는 나에게 개인적인 유익을 준다는 점에 의해서 정당화되어야 했다. 나의 발견은 나에게 생기를 주어야 했다."

 -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중에서


      역사적인 배경을 모르고도 카르카손은 충분히 아름답다. 나에게 생기를 주었던 카르카손의 모습은 역사적인 사실을 배제하고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POINT 1

카르카손의 성벽길

   성벽 길을 따라 걸으면 마을은 한눈에 내려다본다거나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을 감상할 수 있다. 나는  운이 좋게 만 26세 이하에 해당되어 무료로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광경을 보면서 기꺼이 입장료를 낼 가치가 있는 공간임을 느꼈다. 이 성의 티켓을 손에 쥐었다면 최고의 풍경을 누릴 특권을 가진 셈이다.

포도밭이 넓게 펼쳐진 광경


성벽길과 도시의 전경


완벽한 산책로에서

POINT 2

카르카손을 즐기는 사람들

좁다란 길을 따라 나란히 걷는 사람들과 중세 요새에서 울려 퍼지는 콘서트를 즐기는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하면 다양한 언어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카르카손을 모두 다 같이 즐길 수 있다는 건 국경을 잊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몸짓으로, 표정으로 통하는 곳이다.


생나제르 대성당 안에 설치된 오디토리움




POINT 3

해와 달이 준 선물, 카르카손의 낮과 밤

   카르카손에서 1박 2일이라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나는 아침에 한번 저녁에 한번 그리고 다음날 또 한 번을 다녀왔다. 시시각각 변하는 햇빛이 카르카손의 다양한 모습을 선사해주었다.  

카르카손의 해 질 녘
카르카손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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