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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헤미안 Lyn Jun 19. 2020

1년만에 다시 출근합니다

복직 일기


1년을 쉬고 나면 다시 일하고 싶어질까


  오랜 고민 끝에 복직을 결정했건만 막상 출근날짜가 가까워오자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것이 두려워졌다. 그동안 아팠던 몸을 추스르고 마음의 여유를 되찾은데다 직장 밖 세상도 꽤나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한번 직장생활을 해보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복직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돌아가서 해야 할 일, 일을 하는 방식, 회사의 시스템은 그대로라는 사실이 이전보다 훨씬 크게 다가왔다. 유일하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 마음가짐뿐이었다. 오랜 기간을 고민했는데 다시금 그 고민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어느덧 훌쩍 지나가버린 휴직기간이 아쉬워 조금 더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는 내게 1년을 쉬고 나면 다시 일하고 싶을 것 같다 했지만 내게 1년은 기꺼이 회사생활을 다시 하고 싶을 만큼의 충분한 휴식기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은 계속 흘러 어느새 출근 예정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마음이 오히려 편해졌다. 이제 더 이상의 고민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기 때문이다. 나는 차분히 복직 준비를 해나갔다. 자차로 출퇴근을 해야 했기에 엔진오일과 와이퍼 등 차량 소모품을 교체하고 그동안 미뤄왔던 병원과 은행 업무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다시 회사일로 바쁘고 피곤해지면 자주 만나기 힘들어질 지인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기상 시간을 출근 시간에 맞추어 휴직 전과 같이 내 몸을 직장인 생체리듬으로 맞추어 놓았다.


나는 그렇게 복직을 준비했다.



사무실은 그대로일까


  첫 출근날, 1년 만에 마주하는 출근길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1년이라는 시간이 그다지 오랜 기간이 아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근속연수만큼이나 출근길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랜만의 출근길이 놀라울 정도로 친숙했다. 늦잠을 잘까봐 잠을 설친 데다 오랜만의 출근길에 교통체증을 가늠할 수 없어 일찍 집에서 출발했던 덕분에 사무실에도 출근을 일찍 했다. 이윽고 차례로 출근하는 이들을 맞이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팀에는 다소 인원 변화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대로였기에 다시 마주 하는 얼굴들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사무실의 공기도, 업무 중 오고 가는 농담도, 복사기의 윙윙거림도 모두 그대로였다.  


마치 일주일간의 여름휴가를 보내고 온 느낌이었다.  



익숙함과 친근함은 '약'일까 '독'일까


  코로나로 회사 내에서도 항시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했기에 쉽게 얼굴을 알아보기는 힘들 거라는 생각은 내 착각에 불과했다. 계단과 복도에서 오고 가며 지나치는 이들이 먼저 내게 반가움을 표시했다. 목례만 하고 지나치려는 내게 몸은 괜찮냐고 따뜻하게 물어주는 이들이 많았는데 그중에는 복직을 격하게 환영해주는 이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휴직 중에도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라는 문자를, 생일에는 생일 축하한다는 전화와 문자를 보내주는 이들이 있었다. 고맙고 감사했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그렇게 따뜻한 사람이었는지 문득 돌이켜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본 동기들의 얼굴도 반가웠다. 복직 기념으로 밥을 사주는 동기도,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동기도 모두 고마웠다. 아무래도 회사생활을 하면서는 미우나 고우나 동기들의 힘이 큰 것 같다. 때로는 싫은 소리도 주고받지만 늘 의지가 되고 고마운 존재들이다.


그렇게 1년 만에 다시 찾은 회사는 익숙한 풍경과 친근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늘 업무를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업무를 맡게 되면 은근 완벽주의 성향을 드러내고 빈말과 표정관리를 잘하지 못하는 등 나의 여러 모습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이들이 곁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었다. 내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나 나의 능력을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 이는 오랜 관계가 주는 이점이었다. 그리고 이는 그 관계를 쉬이 끊어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이제는 조금 더 편하게 휴직할 수 있을까

  "정과장이 희생한 덕분에 규정이 바뀌었어!"

부장님은 내게 개정된 인사규정을 보여주셨다. 내가 휴직할 때만 해도 사무직 병가휴직의 경우 3개월간 기본급의 50%만 지급되었다. 반면 같은 회사 내 생산라인에 있는 현장직 병가휴직의 경우에는 7개월간 통상임금의 100%가 지급되고 있었다. 통상임금에서 기본급 외 수당이 차지하는 비율이 적지 않기에 실제 지급액 차이는 더욱 컸다. 그렇게 동일 회사 내에서도 강성노조가 있는 생산직과 노조가 없는 사무직에 대한 병가 휴직자 지원제도가 크게 달랐다. 하지만 복직 후 개정된 인사규정을 보니 사무직군도 현장직군과 동일한 조건으로 병가 휴직자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어 있었다. 팀장님 말씀으로는 내 사례를 계기로 일 년 동안 수차례 개선 요청을 한 결과라고 한다.


비록 나는 그 처우개선의 혜택을 받지는 못했지만 처우를 개선하게 된 계기가 되어 다행이었다. 혹시나 당장의 생활비 때문에 휴직을 주저하고 있었던 이들이 있다면 이제 몇 개월이라도 기본생활을 보장받으면서 몸을 추스를 수 있게 되었음에 감사했다.



직장생활은 일상을 다시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출근 첫 주는 다크서클이 입가까지 내려올 정도로 무척이나 피곤했다. 정시 퇴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9시간을 꼬박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이 익숙지 않았다. 퇴근 후 씻고 식사를 마치면 잠이 쏟아졌다.  


그렇게 일주일간의 적응기를 거치고 나자 둘째 주부터는 회사생활에 조금 익숙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피곤하기는 마찬가지였기에 퇴근 후 씻고 저녁을 먹고 나면 다른 것을 시도해볼 기력조차 남지 않았다. 때문에 브런치 글 역시 한동안 업데이트하지 못했다.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으면 이내 잠이 왔고 집중이 되지 않았다. 


무섭게도 휴직 전 내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커버출처 : https://pixabay.com/ko/photos/%EC%8B%9C%EC%9E%91-%EC%82%AC%EC%97%85-%EC%82%AC%EB%9E%8C%EB%93%A4-%ED%95%99%EC%83%9D-849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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