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전(学田), 문화 예술계 인재들의 못자리“
상하이 유학시절 어느 더운 여름밤, 여름방학을 맞아 귀국한 나는 엄마아빠와 잠자리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영화 그리고 미술가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뜨거운 여름밤의 회포를 풀고 있었다. 아빠가 당시 내 나이 때 자주 들었다던 음악 몇 곡을 들려주셨다.
그중의 한곡이 바로 가수 김민기의 <작은 연못>.
아빠의 대학시절을 수놓았던 학전과 학림다방의 이야기와 함께 김민기라는 예술가가 보여준 시대상에 대해 논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상하이에서 대학원에 진학한 나는 운이 좋게도 광주비엔날레를 만드신 이용우 교수님을 스승으로 만났다. 크리스마스이브 오후 교수님과 오후 티타임을 가지던 중 존경하는 예술가로 김민기, 이우환 선생님을 언급했더니 네가 어찌 내 친구 김민기를 아냐며 한참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리고는 나중에 한번 꼭 자리에 초대해 주시겠다고 했다. (실제로 그 후 이우환 선생님은 직접 뵈었다.)
아빠와 교수님을 통해 들은 예술가 김민기의 생각과 발자취는 내게도 예술의 역할과 힘을 곰곰이 생각하게 했다.
올해 초 학전의 폐업소식을 뉴스로 전해 들었는데 지난주 우연히 SBS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다큐를 보게 되었고, 오늘 3편까지 끝이 났다.
내가 꿈꾸는 미술산업, 그 예술을 30년 전부터 산업으로 인지하고 시스템을 만든 최초의 어른이 아닐까. 고민이 많던 요즘의 나에게 그의 삶 자체가 용기와 격려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가치를 두는 것이 무엇인지 더더욱 선명하게 발견했다.
또 다른 학전과 또다시 학전을 기대하며.
#김민기 #학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