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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 아름다워 May 12. 2024

김창열: 영롱함을 넘어서

김창열 선생님의 3주기를 기념하며, 갤러리 현대에서 전시가 진행 중이다.


내가 처음 김창열 선생님의 작품을 본 것은 초등학교 무렵 경주 선재미술관에서였다. 아주 어린 시절의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냐면, 당시 나는 집으로 날아온 전시 초대장을 뜯는 게 내게는 어른들의 세계를 체험하는 순간이었는데 당시 김창열 선생님의 전시 초대장에는 한자만 가득했다.


당시 내가 생각하는 미술은 박수근, 이중섭의 작품처럼 화면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은커녕 한자만 쓰여 있었다.

칙칙한 바탕색에 어려운 한자라니, 천자문을 가르치시던 우리 할아버지가 좋아하겠다고 생각하며 책상 서랍에 고이 모셔둔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 후 선재미술관에서 전시를 볼 때도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뿐이었다. 미술작품에 왜 그림이 없지? 왜 예쁜 색으로 안 그렸을까? 이런 생각이 나에겐 아주 강렬한 기억이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나는 선재미술관을 참 좋아했지만 김창열, 전광영 선생님들의 작품이 많아서 그랬는지 “미술=할아버지”라는 인식이 강해 지루한 어른들의 어떤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ㅋㅋㅋ;)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처음 미술계에 입문할 때 미술계의 낯섦을 상쇄시켜 준 것은 김창열 선생님의 작품이었다. “어?! 나 본 적 있는데? 나도 아는데?” 이 마음이 미술계에 발을 들여놓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얼마 전 신문기사에 김창열 선생님의 작고 전 인터뷰의 한 부분을 봤다. ‘사람들은 자꾸 물방울에 어떤 의미가 있냐고 묻지만 사실 큰 의미가 없고, 그저 나는 더 아름다운 물방울을 그리기 위해 노력한다’라는 내용이었다.


그 기사를 본 순간 요즘 고민이 많던 내게 명쾌한 답을 얻은 듯했다. 대단한 의미가 없더라도, 그저 내가 매일 성장하기 위한 애씀에는 가치가 있구나라는 깨달음이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나는 물방울의 숨은 의미는 알 수 없었지만, 대가의 숨결과 노력의 결과물이 얼마나 큰 울림이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물방울을 통해 아름다움의 진수를 알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한평생 물방울을 그리셨지만 그 속에 여러 이야기가 느껴진다. 그래서 장인의 기능이 아닌, 장인의 정신으로 태어난 예술이다.


벌써 3주기라니,

아름다운 계절에 예술가의 아름다움을 꼭 만나보시길.


김창열: 영롱함을 넘어서

2024. 4.24-6.9

갤러리현대


#김창열 #영롱함을넘어서 #갤러리현대 #전시회 #전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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