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평범성“
2024년 최고의 기대작이라는 문구와 여러 평론가들의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영화를 예매했다.
홀로코스트의 관한 영화로 마틴 에이미스의 동명의 소설 zone of interest를 원작으로 했으며 영화 속 등장인물은 실제 인물이었다고 한다.
나는 아주 간단한 정보를 알고 극장을 찾았는데 내 기대와 달리 영화는 극적인 요소를 원천 차단한 채 시종일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그냥 어느 평범한 가정을 CCTV로 보는 듯 등장인물의 클로즈업조차 없는 심심하고 지루한 연출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모든 장치는 ”악의 평범성“을 보여주기 위한 감독의 치밀한 계획이다. 조금의 오락성도 가미되어 있지 않으며, 친절한 설명도 하지 않을뿐더러 관람객에게 어떠한 결론에 도달하도록 작위적으로 극을 이끌지도 않는다.
타인의 입장을 생각해 보지 않는 ‘무사유’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하는지, 얼마나 소름 끼칠 만큼 잔악에 이르게 하는지 깨닫게 하며 혹시 내게도 그런 모습이 있는 것은 아닌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이러한 의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는 영화 속 어떠한 불편함이 어쩐지 평범한 모습이고, 시각적 자극이 없이도 악의 잔인성이 칼날처럼 아프게 다가오며, 개입할 수 없는 관람자 입장에서 방관자의 모습을 경험하게 하니 계속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검은 화면에 쇳소리 같은 불편한 사운드가 2분여간 지속된다. 그리고 영화 내내 보이지 않는 총성과 비명 그리고 울음소리가 들릴 듯 들리지 않는 듯 지속된다.
영화 속 그 누구도 그 소리에 반응하지 않고 안온한 삶을 살아가지만, 가족 중 딱 한 명 갓난아기는 시종일관 울음으로 그 소리에 혹은 그 가족에 불편함을 표한다. 그리고 영화의 끝은 여자의 비명처럼 들리는 소음과 함께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간다. 엔딩크레디트가 나올 때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어느 공간에 갇힌 기분이 들어 쉽게 일어날 수 없는 마음을 준다.
막바지 아우슈비츠에서 대량학살이 일어난 그 공간이 현재로 와 박물관이 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학살의 흔적을 깨끗이 보존하며 관람객을 맞이하기 위해 청소를 하는 장면에서 어쩐지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영화 후 GV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누며 더 깊이 영화를 이해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번역한 김선욱 교수님의 마지막 한 마디가 나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 영화를 통해 내가 생각하는 일상의 열심과 성실이, 어쩌면 성실하게 악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닐지 돌아보게 했다. “
영화관에서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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