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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달슈가 Jun 15. 2020

과잉친절은 불편하다.

나는 불친절한 사장님에 가깝다

여동생과 가끔 가는 식당이 있다. 내가 사는 작은 도시에 식당 이름을 말하면 알 수 있는 가게여서 이름은 공개하지 않는다. 여동생과 단 둘이 벌써 3년째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꼭 방문하는 집인데 '음식은 맛있는데 주인은 참 정이 안 간다. 그렇지?' 이렇게 말하면서 간다. 이 집과 비슷한 가게가 생기면 이 집은 안 갈 것이라고 말을 하면서 또 그 집엘 간다. 가만히 보면 꼭 친절하지 않아서 만은 아니었다. 한 번 거슬리는 경험이 있고 나면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여주인은 인사말 한마디도 비호감이다. 어쩌면 여동생과 내가 느끼기에 그렇고 다른 손님들은 그러려니 할지도 모른다.


겨울에 옷이 두껍고 더워서 식당의 난방을 좀 낮춰 달라고 했다. 실내온도가 적당하다면서 다른 손님들이 추워서 많이는 못 낮춘다며 조금 낮추기는 했지만 크게 변화가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열이 많아서 겨울에도 추위를 안타는 체질도 아니다. 추위를 엄청 많이 탄다. 주인은 서빙을 하고 분주히 움직이느라 바쁘니 한 겨울인데도 반팔을 입고 있었다. 본인에게는 그 온도가 딱 맞는 듯했다. 우리는 땀을 흘리면서 식사를 했다. 여동생과 내 성격은 그런 곳에서 강력하게 내 주장을 말하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이다. 그냥 꾹 참고 먹었다.


"자기가 옷을 하나 더 입으면 될 텐데 겨울에도 반팔 입고 이 온도가 적당하다고 하네. 진짜 정 안가네."


아무리 맛있다고 하지만 한 그릇 15000원짜리 식사를 마음에 안 드는 주인을 보면서 더 이상은 먹지 않을 것 같은데 우리 자매는 얼마 전에 또 갔다. 최근에는 날씨가 더웠다. 이 식당은 모퉁이에 있는 가게라서 두면의 창으로 햇빛이 강하게 들어온다. 그래서 아무리 블라인드를 쳐놓아도 창가 자리는 열기가 전해져서 덥다. 그리고 에어컨 바람도 가운데로 향하게 세워져 있어서 또 덥다. 조금 늦게 도착했더니 먼저 도착한 여동생이 더운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와 여기 앉았노? 이 자리 덥다. 저기도 자리 있네."


"저기 앉을라고 하니까 여주인이 저기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이라 불편하다고 여기 앉으라고 하더라."


"그란다고 이 자리로 앉았나? 불편하기는 누가 불편해. 자기가 서빙 다니기 불편하겠지. 앉아서 밥 먹는데 우리가 뭣이 불편하노? 어이없네. 자리 옮기자."


이런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다른 손님들이 들어와서 비어있던 그 자리에 앉아버렸다. 우리는 막상 앞에서는 불만을 말도 못 하고 행여 옆에서 누가 들을까 작은 목소리로 구시렁구시렁 여주인 욕을 했다. 그리고 둘이서 땀을 닦아가면서 뜨거운 식사를 했다. 지난겨울에도 땀을 흘리면서 식사를 했고 초여름인 지금도 에어컨 켜져 있지만 바람이 거의 오지 않아서 땀을 닦아가면서 식사를 했다. 음식을 남김없이 맛있게 다 먹고 나오지만 늘 무언가 불만족스러운 것을 이야기하게 되는 식당 주인이다. 연구대상이라고까지 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가끔 보면 잘 모를 것이다. 3년째 다니는 집이면 반갑게 아는 체도 해 줄 만 한데 정이 없는 주인 같다.


또 한 번은 좀 일찍 점심식사를 하러 갔었다. 손님이 딱 한 테이블 앉아계셔서 좀 떨어진 곳에 으려고 하니 바로 옆 테이블에 앉으라고 지정해주었다. 이유는 다른 손님들이 계속 오실 것이기 때문에 안쪽부터 차례대로 들어가서 앉으라는 것이었다. 정말 황당한 주인이 맞다. 넓은 가게에 딱 두 팀의 손님인데 바로 옆에 붙여서 앉히고 옆사람들의 대화에 신경을 쓰이게 만드는 주인이었다. 물론 자리가 없고 복잡할 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겠지만.. 불쾌한 표정을 했지만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식사를 했으며 다 먹고 나오다 보니 여전히 여러 테이블은 비어있었다. 주인의 차례차례 물건 쌓고 정리하듯이 손님의 자리를 배치하는 방법은 결국 본인이 일하기 편리하려고 하는 행동이었다. 회사 구내식당도 아니고 급식소 같은 곳에서 차례대로 안으로 들어가서 앉으라는 식으로 손님을 대하는 것은 비싼 밥값에 어울리지 않는 방법이다. 그 여주인은 불친 절한 것이 아니고 손님에 대한 진정한 배려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결론 내렸다.


illust by 아현


식당 하는 사람들 중에 욕쟁이 할머니를 가끔 본다. 그분들은 친절하지 않다. 욕을 하고 불친절하지만 정이 많음을 손님들은 안다. 무심한 듯 대하고 퉁명스럽게 말하지만 속내는 정이 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욕을 들으면서 밥을 먹으러 가는 것이다. 손님을 위하는 진심을 알기 때문이다. 친절과는 별개의 문제다.

식당과 옷가게가 비유는 좀 다르겠지만 어떤 손님들은 나에게 무조건 친절하기를 바랄 때가 있었다. 그런 손님은 갑 질을 하는 것처럼 느껴져 불쾌해서 친절하지 않게 대한 적도 있었다. 남의 돈을 어렵게 벌어야 하는 장사꾼이라지만 비굴해지면서 손님의 비유를 맞추고 싶지는 않을 때가 있다. 그리고 다른 가게와는 달리 옷가게는 왔다고 해서 백 프로 다 옷을 사가는 것은 아니기에 어떻게든 옷을 사게 하려고 간 쓸개를 빼줄 것처럼 친절하게 하다가 막상 안사고 그냥 간다면 주인들은 얼굴색이 변하는 것도 가끔 경험한다. 아직 구매하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손님에게 가면을 쓴 듯이 친절해야 하는 주인이 있는데 내 성격은 그런 것을 못하는 성격이다. 내가 결코 불친절한 것이 아니라 '무조건 친절한' 사장님은 아니라는 것을 단골손님들은 이미 알고 계신다. 그래서 이만큼 세월을 함께 이어져왔을 것이다. 물론 옷이 좋아야 하고 본인 스타일이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처음에는 언니가 어려워서 말 붙이기가 힘들었어요."

"첫인상이 까칠하고 차가 워서 옷만 사고 나왔어요. 그런데 친해지고 나니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고요."

"잘 모르는 사람들은 오해하겠더라."


몇 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야 이렇게 말하는 손님들이  있었다.    

나는 친절하지 않은 것일까? 그런데 아니란다. 친절하지 않은 것이 아니고 까칠하고 좀 어렵다고 했다. 비굴할 정도로 너무 과한 친절은 부담스러워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누군가가  지나치게 친절할 때 경계가 되기도 했다. 속을 알 수 없는 친절한 미소와 말투. 그 속에는 어떤 다른 속내가 있을지 짐작이 어려워서 싫어했다. 나의 경우는 그냥 필요한 만큼 담백한 것이 좋았다. 그만큼 '과잉친절'에 익숙하지 않은 내게 말을 쉽게 걸기가 어려웠고 차갑고 까칠한 이미지였다고 했다.  친절이 때와 장소에 따라서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길거리 음식을 먹을 때 사장님의 친절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대접받는 친절은 분명 다르다. 백화점 점원의 친절과 동네 작은 옷가게 사장님의 친절도 당연히 다를 것이다. 내 생각이 백 프로 정답은 아니지만 살아오면서 그리고 사회생활을 해 보았고 뒤늦게 장사를 시작하면서 정리된 생각일 뿐이다.     


여동생과 꾸준히 찾아가는 그 식당은 아직까지 음식 맛이 변했다거나 밑반찬이 바뀐 적도 없었다. 친절도 중요하지만 그 집 주방장님의 손맛이 한결같고 좋은 재료를 사용함을 알기에 썩 호감 가지는 않지만 그 맛에 단골이 되었다. 손님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지만 여동생과 나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는 음식 맛 때문에 계속 가는 식당처럼 옷만 좋아서 오는 옷가게는 아니고 싶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나쁜 습관이나 젖어버린 타성도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해 주인은 마음에 안 들지만 옷이 마음에 들어서 계절마다 오는 손님도 분명 있을 것이다.

'절도 있게 친절하기'가 '무조건 친절하기'보다 더 힘들다고 생각한다. 자칫 잘못하면 건방지거나 도도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장사를 하면서 적절한 친절은 어려운 것이다. '무조건 친절하기' 어쩌면 '과잉친절'이라고 생각되었다.  무조건 친절함이 꼭 손님들을 편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무조건 친절하지 않는 경우에 대한 핑계 같을지도 모르지만 손님들이 우리 가게에 왔을 때 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늘  바랐다.


- 달달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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