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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추꽃 Jul 06. 2019

<90년생이 온다>를 읽은 사람들이 온다

<어가>


- 뜬금없는 어느 날, 90년생이 과반수인 회사 단톡방에서 –

차장: 여러분, 제가 여러분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주말에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읽고 정말 우리는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역시 90년대생은 정말 다르더군요. 그동안 내가 여러분과 일하면서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정적)…..’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지?’



- 사이가 좋지 않은 상사와 직원 간의 대화 –

상사: 요즘 <90년생이 온다>가 그렇게 핫하다며. 후… 나도 90년생인 OO 씨와 일하면서 90년생에 대한 책 한 권 쓸 수 있을 듯.


- 90년생이 한 명 있는 자리에서 –

뭐… 우리 80년대생 이상부터는 이러이러하고 아무래도 여기 90년대생부터는 좀 생각하는 게 다르지…(눈짓)


- 70년생 회사 선배와 90년생의 대화 –

선배: <90년생이 온다> 읽었어요? 아니 근데 90년생들 좀 특이하더라고. 어느 차장한테 들은 얘긴데 전화가 울리는데 신입사원이 안 받고 있어서 전화받으라고 했더니 자기는 다른 사람의 전화를 당겨 받아야 한다고 교육을 안 받아서 안 받고 있었다고 했다는 거예요. 와.. 진짜 충격이야.

90년생: … 음, 아니 근데 그게 90년생의 특징이 아니라 당연히 당겨 받아야 된다고 교육을 안 받았으면 안 당겨 받지 않을까요..? 저는 선배들이 알려줬었는데. 차장님 신입사원 때는 그런 기본 교육이 없었나요?

선배: 음? 아니 뭐 나도 교육을 받긴 했는데.. 그래도 신입사원이 전화를 당겨 받아야 하는 것은 상식이지.


위 대화 내용과 상황들은 90년생인 나와 내 지인들이 실제로 겪은 사례들이다. 나는 1990년생이다.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나왔다는 것은 들었었지만 이 정도로 내 일상에 파고들 때까지 읽을 생각은 안 했었다, 굳이 내 이야기를 책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여.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90년생’이라는 꼬리표가 거슬리기 시작했고, 회사에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요즘 신입들이 이러쿵저러쿵’이 ‘요즘 90년생이 이러쿵저러쿵’으로 바뀌면서 도대체 책에 무슨 내용이 적혀있길래 이러나 싶었다. 이 책에 나와있는 것처럼 ‘X세대’는 자기가 X세대인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90년생은 본인 얘기인 것을 모를 수가 없기 때문에.


물론 좋은 의도로 이 책을 읽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책 자체는 좋은 의도로 쓰였다. 하지만 내가 느낀 회사 내 변화나 반응은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았다. 이 책을 ‘나 세대차이 극복하려고 이런 책 읽는 사람이야’를 과시하기 위해 읽은 사람, 본인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너의 세대가 특이한 것이 맞았다는 결론을 내린 사람, 책을 읽은 이후 어느 개인의 답답함이나 부족함을 마치 그 사람이 90년생인 탓으로 돌려버리는 사람, 90년생에게 나는 그 책을 읽었으니 마치 내가 너를 다 안다는 듯한 말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 역시 90년생들은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꼰대'라고 하는 게 맞았다며 비꼬는 사람 등. ‘꼰대’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지만, 한 마디로 모든 것에 대해 한 마디씩 해야 직성이 풀리고, 과시해야 하고, 가르쳐야 하는 의무를 느끼는 직장 꼰대들에게 이런 제목을 가진 책을 읽히니 90년생들이 저런 발언들에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외에 이 책을 읽고 아쉬웠던 점은 90년대생의 특징 세 가지가(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 직장에서의 90년생을 설명하기엔 부족한점, 그러한 90년대생을 포용하기 위한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가 구체적으로 나와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나의 생각과, 90년생인 내가 바라본 현재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90년생의 특징을 몇 개의 글들로 나눠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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