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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추꽃 Aug 10. 2019

90년대생은 합리적이거나, 유능하거나, 글로벌하거나

<90년생이 온다>를 읽고

<격변기: 90년대생들은 과연 동일한 시대적 경험을 했을까>


저자가 계속 설명하듯 90년생은 인터넷이나, 모바일 환경 등의 격변기를 겪었다. 90년생을 묶은 이유를 비슷한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비슷한 경험을 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90년생 사이에서도 그 격차가 상당히 벌어진다. 그리고 이제 막 대학교 1학년에서부터, 취업준비생인 내 동생, 그리고 직장 4년 차에 결혼까지 이미 한 30살인 나까지 현재 인생곡선 상에서의 90년생들간 갭이 너무 크다. 이렇듯 90년생들은 현재 스스로를 동질적인 하나의 세대라고 느끼고 있지 않기 때문에, 80년대생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90년대생들끼리 묶이는 것이 맞나 싶다. 심지어 나 때는 대학교 2학년 후엔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한 몇 년간의 장기 휴학이 일상적이었어서 나도 개인적으로 92년생 이하 후배들보다 대학교 1, 2학년 때 함께한 89, 88년생 선배들과 더 많은 경험을 공유했다.


90년대생의 맨 앞 단에 있는 1990년생인 나는 1999년생과 매우 다른 성장기를 겪어왔을 것이다. 고등학교 1, 2학년쯤 까지만 해도 모두가 핸드폰이 있는 것이 아니었던 관계로 친구 집에 전화를 해야 통화를 할 수 있었고, 피쳐폰을 쓰다가 대학교 2학년이 끝나고 첫 스마트폰을 구매했다. 남자 동기들은 군대 때문에 내 기준 4학년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애들이 많았다(대학교 3학년 때 연애했던 남자친구와는 1년간 문자로 연락했었다). 그래서 카카오톡 단체방도 한창 대학생으로 활동할 시기에는 그렇게 활성화되어있지 않았다.


나보다 다섯 살 어린 내 동생은 아마 고등학교 때부터 단톡방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대학생 때 과외를 했던 90년생 초등학생은 이미 친구들과 카카오톡을 하고 있었다. 그 후 채 1년도 안되었을 때 단톡방에 초대가 안되어있으면 아이들이 친구들로부터 소외되기 때문에 부모들이 더 빨리 스마트폰을 사주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이들은 2000년생이겠지만). 이렇듯 90년생들은 사실 서로 불과 몇 년 차이를 두고 생활양식이 급변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나는 이 매거진에 나오는 90년생을 90-95년 생으로 국한시키고자 한다.




<합리적이거나, 유능하거나, 글로벌하거나>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 보다는 직장에서의 90년생을 이해하기 위해 더 도움이 되는 키워드들을 뽑아 보았다. 책 뒷부분은 상당히 공감하면서 읽었는데, 특히 '90년대생이 직원이 되었을 때' 부분을 이해하는 것에 새로운 키워드들이 조금 더 도움이 될 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실 90년대생뿐 아니라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는 30, 40대도 '간단하거나'에 해당며, '재미있거나'와 '정직하거나'불어 직장에서 90년생 보다는 '90년대생이 소비자가 되었을 때'를 읽을 때 더 적합한 특징이기 때문에 직장에서의 90년대생을 설명하기에는 분명 부족한 점이 있 생각한다.


'합리적이거나'는 요즘 시대의 다양한 변화들과 맞물려서 생각하면 이해하기 더 편한 것 같다. 부모님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허례 의식이 사라지고 주인공 둘 위주인 스몰웨딩이 주목받는 결혼 준비 과정의 변화, 죽은 사람 때문에 산 사람이 왜 고통받아야 되냐며 없어지는 제사 문화, 왜 항상 명절에 남자 집만 먼저 가야 되고 여자만 부엌일을 하나요 등의 시댁 문화 등이 달라지는 현상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월급을 주고 생명줄이 걸려있는 회사라는 공간이다 보니 변화가 조금 더 더디게 왔을 뿐, 군대 문화로 인해 물들어 있던 조직이 이제야 조금씩 90년생의 출현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다른 사회 부문과 마찬가지로 고분고분 말 잘 듣는 약자여야 할 '어린것'들이 이건 왜 이래야 하고, 내가 왜 그래야 하냐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에 대한 불협화음인 것이다. '원래 늘 그랬기 때문에', '회사는 원래 그런 곳이기 때문에'라는 논리 없는 억지는 아쉽지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칼퇴를 좋아하고 공무원 시험에만 몰리는 특징으로 90년생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그와 동시에 90년생은 전문가가 되고자, 자기 미래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하는, 평생을 발휘해온 열정을 고 있다. 그래서 '유능하거나'는 빼먹을 수 없는 키워드이다. 학부 전공 불문 지방대여도 법학전문대학원 입시에 몰리고, 직장을 다니다가 관두고 전문대학원을 가고, 이과로 편입해서 피트 시험을 쳐서 약학전문대학원을 가고, 지방에 있는 대학이어도 의전, 치전을 선호하고, 명문대를 자퇴하고 지방 전문대에 가서 기술을 배울 용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전문성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존재들 또한 90년생들이다. 대부분의 90년생은 자식이 하나둘 밖에 없는 부모님 밑에서 크나큰 기대를 받으며 평생을 공부하며 자라왔다. 그리고 학생 때부터 100세 시대라는 말을 밥 먹듯 들어왔다. 무언가를 항상 준비해왔던, 그리고 100세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금인 90년생들은 자신의 시간을 의미 없는 곳에 투자하는 '삽질'을 굉장히 싫어한다. 내세울만한 능력이 없으면 도태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당신과 직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90년대생은 이 많은 선택지들 중 당신의 회사를 선택했다.


'글로벌하거나'는 직장에서의 90년생을 이해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필수 특징이다. 대부분의 기성세대가 취업 후, 또는 결혼 후 해외여행으로나 처음 접하게 되는 '다른 나라'를 90년생들은 성장과정의 중요한 시기에 접했다. 인터넷을 통해 접하고, TV를 통해 접하고, 어렸을 때 가서 살기도 하고, 초중고 교육의 일부나 전부를 받기도 하고, 어학연수를 가기도 하고, 교환학생을 가기도 하고, 워킹홀리데이, 해외인턴프로그램 등 일을 그곳에서 하기도 했다. 외국인 친구들도 많다. 따라서 90년생들은 외국에 있는 사람들이, 학교들이, 기업들이 어떻게 사고하고, 생각하고, 조직을 운영하는지 알고 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직접 보고 듣고 온 것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나라는 안 그런데 여기는 도대체 왜 이렇지?'라는 질문을 제기할 이유가 충분히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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