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정말 사람이 되고 있는 꿈별이에게
꿈별아 너 처음에는 무척 작았다? 얼마나 작았냐 하면 콩알만 하다는 표현보다 더 작은 표현이 필요하달까.
아무튼 아빠는 초음파 사진 속 너를 볼 때마다 작디작은 네가 귀여워서 웃기고 이 조그마한 점이 아기 사람이라는 게 신기해. 처음에는 점보다도 작았고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성장하면서 강낭콩 크기가 됐다가, 어느새 앵두 크기까지 자랐고, 딸기 정도의 크기, 이제는 아보카도와 비슷할 만큼 컸어. 이렇게 과일에 빚대어 묘사되어 있는 꿈별이.
더 놀라운 건 심장소리는 처음과 같이 여전히 우렁차다는 거야! 목이 없지만 몸은 길어서 아기처럼 보이기 시작했어. 귀도 만들어지고 있는데 아직은 들을 순 없다고 하더라. 그래도 자꾸 부를 거야 꿈별아. 아빠는 이런 목소리를 가졌고 엄마는 이런 웃음소리를 가졌어. 아빠 엄마 목소리 처음에는 낯설 수 있겠지만 금방 적응할 수 있도록 자주 말 걸 거야. 따뜻하고 차갑다는 피부 감각도 생겼다며? 한두 달 뒤면 날이 많이 차가워질 텐데 추워서 놀라지 않도록 조심할게. 탯줄도 거의 완성되고 있고 양수를 마시면서 호흡하는 연습 열심히 해줘. 코끝이 뚜렷해지고 턱도 생기고 입술도 자리 잡았데. 웃겨 정말. 꿈별인 도대체 누굴 닮을까. 다음번에 진료를 받으러 가게 되면 또렷해진 얼굴을 볼 수 있다는데 정말 기다려져.
원래 아빠도 엄마처럼 출퇴근을 했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금은 집에서 널 생각하며 집을 정리하고 엄마를 보살피고 너에게 말도 걸고 책도 읽어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 아빠가 가장 건강할 때 네가 찾아왔고 시간이 많을 때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뻐. 매일매일이 별 다를 것 없고 특별할 것 없는 요즘이지만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이야기해줄 테니까 아빠 목소리가 빨리 네 귀에 익숙해지길 바라.
지금까지 엄마 배는 꿈별이가 작은 과일크기가 될 때까지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오늘 아침에 자세히 보니 조금 나온 게 눈으로도 느껴지는 거야. 너무 신기해서 엄마랑 아빠가 한참을 웃었지 뭐야. 아! 그리고 엄마가 자꾸 매운 음식을 먹고 싶어 하고 소량의 달콤한 간식도 먹고 싶어 하는데 그럴 때마다 꿈별이가 먹고 싶어 해서 그렇다는데 정말 그런 건지 묻고 싶다. 나중에 혹시라도 뱃속에서의 입맛이 기억나면 꼭 말해줘:)
어떤 음식을 먹어도 맛있게 먹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매운 걸 먹는 엄마를 보면 아직도 괜히 걱정이 앞서네. 엄마한테 아빠 말이 스트레스로 전달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스스로 주의해야겠어. 그러니 너도 맛있게 매워해주렴.
코로나19라는 질병 때문에 외출은 커녕,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엄마는 아침부터 노트북을 편 책상 앞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질 못하고 있어. 적당히 걷기도 하고 좋은 것도 보고 하면 좋을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 그래서 퇴근 후 동네 산책을 최대한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러한 시간들이 오히려 꿈별이가 주변에 있는 것들도 잘 관찰하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어. 내일도 산책하면서 대화 많이 나누고 웃기도 많이 웃을게.
from.
2020년 09월 14일/ 11주 4일 3개월 / 과일 같은 사람, 사람 같은 과일 농장 대표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