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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민 Jan 06. 2021

아빠가 할 수 있으니까

to. 손가락도 빨 줄 아는 꿈별이에게


엄마 배만 봐도 우리 꿈별이가 잘 자라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어.

아기가 아들일 경우에는 배가 옆으로 커지고 

딸일 경우엔 앞으로 커진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는데

정말 맞는 말인가 봐. 엄마 배가 앞으로 쭉쭉 자라고 있는 걸 보니.


엄마는 바지가 점점 너무 작게 느껴지면서 배가 풍선 같다는 생각이 드나 봐.

아담한 체형의 엄마 몸속에 우리 아기가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놀라운데,

이제는 쑥쑥 자라서 700g 가까이 몸무게도 나갈 정도의 꿈별이가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이지 놀랍고 대단한 것 같아.

그런데 엄마는 누웠다가 일어설 때 조금 힘들어하고 일상생활하면서는 날아다닌다?

네 엄마 민첩하고 활동적인 건 알아줘야 해.


배가 점점 커지면서 허리 숙이고 일어서고 하는 게 갈수록 힘든 것 같아. 당연히 버거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으로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어.

일단 밥 짓는 건 정말 쉬워. 아마 세세하게 파고들면 양치질보다 쉬운 게 밥 짓는 일 같아.

현미도 섞어야 하고, 잡곡도 섞어야 하고, 콩도 넣어주면 더 영양가 있게 만들 수 있어.

청소기는 서서 돌리기 때문에 엄마도 할 수 있지만, 이게 생각보다 무거워. 그래서 맡길 수가 없더라.

보통 이런 일들은 음악이나 티비를 틀어놓고 하면 좋은데 청소기는 이런 소리까지 묻히게 해서 그럴 수도 없어.

바닥 걸레질은 자주 못하는데 솔직히... 아 이쯤 되면 해야겠다 싶을 때가 있더라고.

그럼 이따금씩 슬슬 닦으면서 집 전체를 돌아. 나중에 꿈별이가 태어나면 집안 곳곳 온 바닥을 밀고 다닐 텐데

그때까지 걸레질도 습관화해야겠어. 빨래는 엄마랑 같이 널면서 이야기하거나 음악을 들어. 빨래 널고 게우는 시간이 은근 소소하게 데이트하는 기분일 때도 있어.


이건 아무리 말해도 엄마 친구들이 잘 안 믿는 부분인데, 꿈별이 엄마가 요리를 정말 잘해.

바빠서 요리를 자주 할 순 없는데 했다 하면 맛있게 딱 잘 만들어. 유튜브 보고 따라 하기도 하고

본인이 대충 생각해서 만들기도 하는데 기본적으로 아빠 입맛에 딱 맞아. 엄마의 엄마, 그러니까 꿈별이 외할머니도 요리를 정말 잘하시거든. 딸은 엄마의 솜씨와 센스를 닮는 게 아닐까?

근데 아빠도 요리를 할 수 있어. 원래는 요리에 자신도 없고 센스도 없는 것 같아서 별로 해본 적 없는데

엄마가 재택근무하면서 쉬는 시간이나 퇴근하고 밥을 하는 것도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는 거야.

그 입장을 생각해보니 너무나 맞는 말이더라고. 그래서 아빠가 코로나로 집에서 쉬는 동안이라도 

아빠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보려 하다 보니 이젠 조리에서 요리로 넘어가는 시점이야.

최근에는 같이 제빵도 해보고 있는데 반죽하면서 촉감이 꿈별이한테도 전해지게 말도 걸어보고

오븐에 넣으면서 빵 굽는 냄새도 맡아보고 예쁘고 맛있게 잘 만들어진 빵을 보며 기뻐하고 있어.

한 번은 아빠 혼자 해보다가 아주 엉망진창 요상한 모양의 빵이 나왔는데, 맛은 끝내줬어. 음... 진짠데.


그리고 노는 게 확실히 타고난 엄마는 할로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기념일을 함부로 넘어가지 않아.

특별히 뭘 하거나 대단한 선물 같은 걸로 기념하는 게 아니라 아빠랑 같이 즐거운 시간을 갖는 날이었으면 하는 것 같은데 이번 할로윈에는 꿈별이도 함께 해서 큰 호박을 사서 펌킨 캔들을 만들고 빵도 만들었어. 아마 연말에 있을 크리스마스도 우리 가족만의 방식으로 즐겁게 보낼 것 같아. 우리 가족끼리 소중한 날을 더 소중하게 기록하는 문화를 쭉 이어가 보자:) 


다음 주면 꿈별이 얼굴을 최대한 정확하게 만날 수 있는 정밀 검사를 한다는데

진짜 떨려. 넌 대체 누굴 닮았을까. 성격은 또 어떨까. 궁금한 것 투성이다:)

편지 쓰다 보니 엄마랑 꿈별이랑 산책할 시간이 조금 지났네! 날이 쌀쌀해지고 있으니 따뜻하게 입고 다녀오자 우리.


from.

2020 11 28/ 22 2 6개월 / 할 수 있어서 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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