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low snail
Dec 18. 2023
12월의 첫날 아침이 기억난다.
어머, 벌써 한 해 마지막 달 첫날이네.
마지막 날은 뒤를 돌아보게 하고
첫날은 앞을 그려보게 하는 힘이 있다.
위기감과 포부로 시작된 12월의 첫 날도
어느덧 중반을 넘어간다.
첫날의 위기감과 포부는 온 데 간데없고,
어느새 무미 건조한 일상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어쩜 이리도 관성의 법칙이 예외 없이 적용되는지...
월말과 연말이라는 두 마지막의 겹침은
매스컴과 만나는 사람들마다의 입을 통해
다시 한번 일상에 파문을 일으키는 돌이 된다.
두서없는 글쓰기를 실낱같이 이어가고,
겨냥되지 않는 독자를 향한 글쓰임에도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공격적이지도 못했고,
온유하지도 못했던 시간들은 나의 존재감을 미온적이었던 시간들만큼 나를 미온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다.
인간 생명의 기본 요건인 36.5도의 체온은 생존에 필수적이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생존 불가능이다.
삶을 36.5 도로 살아낸 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그러나 마음속 한 곳에 웅크리고 있는 필수 조건을 비웃는 마음 조각이 있다.
'온도를 더 높여 봐!'
' 더 높여야 끓는다고!'
끓기 위해 점점 올리기 시작한 삶의 온도는
보글보글 김을 내며 경쾌한 소리와 무수한 물방울들을 만들어 낸다.
그러다 이내 휘발되어 간다.
그래도 한 번 끓어 봤으면...
그럼에도...
끓지 못해도,
36.5도로 살면서
적정한 체온을 나누어 주면서 보낸 시간 속에서
나의 가치를 토닥여 준다.
끓을 때 보여주는 뜨거운 김과 보글거림의 향연을 보이진 못했지만, 누군가 옆에 왔을 때 편안한 온기로 옆에 머물 수 있게 하지 않았겠느냐고...
겨울,
부드러운 극세사 이불처럼
보드랍고 따듯한 아이가 감겨 온다.
"엄마는 언제나 따듯해서 좋아~"
- 언제나 따듯하게 살아낸 나를 위로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