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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추나무집손녀 May 30. 2021

자가 격리자가되다

한 순간에 바뀐 생활

갑작스레 옆자리 동료의 컨디션이 안 좋음을 느꼈다.

동료는 밤새 혹시나 코로나가 아닐까 걱정돼서 한 시간에 한 번씩 열을 쟀다는데..

눈빛도 살짝 풀려있고, 몸이 많이 안 좋아 보여서 병원을 다녀오라고 하길 수차례.

병원에서는 아무런 이유도 모르겠고, 냉방병이 아닐까 의심이 된다며 걱정 말라고 '코로나'는 아닐 거다라고 했단다.

병원에서 아니라고 했으니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료의 기침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침은 심해지고, 사무실 사람들도 모두 '아... 기침이 꽤 심하다'라고 생각하길 며칠이 지났다.


조금 늦었지만 대표도 살짝 심각성을 깨닫고 재택근무를 조심스럽게 제안했고, 그 사이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은 동료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나에게 연락하며, 평온했던 그날의 일상이 혼란해졌다.


아. 이런 일도 생길 수 있구나!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눈가에 물이 고일 정도로 불안해했고, 나 역시 며칠 전 헤어진다 만다 소동이 있었던 터라 남자 친구를 진짜 오래간만에 만나 카페 2곳과 소바 집에서 식사까지 했는데..

낭패였다. 만약 나도 걸렸다면. 큰 낭패.



서초구청에서 연락이 올 거라며 기다리기를 몇 시간, 하지만 오지 않는 연락에 다들 다급해져서 스스로들 검색과 문의 전화를 통해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를 먼저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다들 처음으로 코로나 검사라는 것을 받았다.

불안해하는 동료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조금 많이 차분했다. 사실 확진된 동료랑 가장 많은 시간 대화하고, 바로 옆에 앉은 (칸막이도 없다) 나는.. 내가 제일 걱정스러운 위치라고 생각되는데, 의외로 담담한 마음이었다.

제발 음성이기를. 제발 부탁이다라는 마음은 갖고 있었지만.

대표는 그런 속을 알 까모를까 '다른 사람들은 괜찮을 거라며, 근데 팀장님은 좀...'이라고 말을 흐리는데..

아니 대표란 사람이 할 말일까 싶다가도 어이도 없고, 나이가 어려 남들을 배려하고 위안시키는 마음의 그릇이 아직 부족한가 부다 하고 그저 씁쓸한 미소만 그에게 보내주었다.


생각보단 참을만했던 코로나 검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정신이 없고 어떤 생각으로 집으로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오직 '제발 음성이기를, 자가격리 2주를 달게 받을 테니 음성만을 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다음 날, 사무실 모두가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줌 회의 바로 전 문자로 '음성'판정을 받았다.

뛸 듯이 기쁘면서도 진짜 남일이 아니라는 생각과 안일하게 마스크를 벗고 회사 생활을 한 나를 스스로 꾸짖었다. 


사실 전 회사에서도 늘 마스크는 업무 중에 기본적으로 꼈었고, 특별한 이유 없이 벗지 않았는데 

퇴사 후 새로 입사한 이 회사는 직원이 크게 많이 않아서인지 모두가 마스크를 끼지 않아 '좀 신기하네'라는 마음으로 초반에는 나 혼자 열심히 마스크를 끼다가 나도 그들과 동화되어 마스크를 끼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음성 판정이 되고도 사무실 CCTV로 그동안 마스크를 잘 껴왔더라면 자가격리는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우리 사무실은 모두가 자가 격리자가 되었다.


그래도 확진된 친구가 본인의 몸이 좋지 않자 알아서 마스크를 잘 끼고 조심해준 덕에 다들 음성이 나와준 게 아닐까... 그래도 격리된 2주 동안은 발열이나, 기침 등의 증상이 없도록 무조건 조심. 또 조심.

또 자가 격리자 안전보호 앱으로 수시로 컨디션을 보고해야 하고, 언제 올지 모르는 보건소의 전화도 잘 받아야 하며, 불시로 들를지 모르는 보건소 직원들의 방문에도 대비해야 한다.


괜히 자가격리가 되었다고 하니 창문을 통해 보이는 길거리 사람들이 부러운 느낌도 들지만, 일단 집에서 잘 견뎌보자.

음성이라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닌가.


코로나라는 것이 참 멀게만 느껴졌는데, 아직 절대 방심해서도 안이하게 굴어서도 안될 일이구나를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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