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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니무비 Feb 18. 2021

영화 <아이>

어른 아이로 살아가는 세상 속 아이에게






우리는 모두 아이였다





하루하루 아등바등 살아온 아동학과 졸업반의 보호 종료 아동 '아영'(김향기). 돈이 필요해 알바를 구하던 아영은 생후 6개월 된 아들 '혁'이를 홀로 키우는 초보 엄마 영채(류현경)의 베이비시터가 된다. 조금 어설프지만 어떻게든 혁이를 키우고자 노력하는 영채는 자신보다 더 혁이를 잘 돌보는 아영의 모습에 안정을 되찾는다. 하지만 세상은 아영과 영채를 평범한 삶을 꿈꾸게 그냥 두지 않는다. 어느 날, 혁이에게 사고가 나고 이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던 영채는 모든 책임을 아영의 탓으로 돌린다. 영채는 힘든 현실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데...






상처뿐인 세상에서 과도한 관심은 상처로 돌아온다.



"질문받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왜 자신에게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냐는 영채의 말에 아영은 '질문하면 질문받잖아요'라고 대답한다.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삶의 기준과는 많이 다르다. 상처뿐인 세상에서 살아남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런 세상 속에서 아영이 선택한 것은 입을 닫는 것이었다.


살아가다 보면 아홉수 같은 시기들이 돌아온다. 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세상에 나가야 하는 시기가 꼭 그런 시기이다. 그런 시기가 오면 주변 사람들의 관심도 많아진다. 사실은 그 누구보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걱정하는 것은 나 자신인데 주변 사람들은 자신의 기준이 옳은 기준인 것 마냥 얘기한다. 그 시기의 나는 항상 외로웠다. 주변 사람들의 많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나는 외로이 아슬아슬한 선택의 기로에 서서 어디에도 기대지 못하고 서 있었다.








보호자가 없는 세상에 산다는 것



"아저씨는 아저씨 부모가 부모 안 그만뒀잖아요."


응석 한번 부리지 못하고 커야 했던 어린아이에게 투정 부리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사치였는지도 모른다. 영화 초반부에서부터 나온 고장 난 세탁기는 아영이의 마음 같았다. 상처뿐인 세상에서 힘들게 살아가는데 왜 너까지 이러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 제대로 고치지 않은 세탁기가 계속해서 고장 나는 것처럼 자기 마음을 살펴보는 법을 배운 적이 없는 아영이는 고장 난 세탁기처럼 고쳐지지 않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조금 부족하지만 어떻게든 혁이를 잘 키워보려고 영채와 아득바득 살아가기 위해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아영은 서로 닮아있다. 영화의 영어 제목인 'I'는 아이라는 것은 '보살핌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속 모든 캐릭터들은 아이다.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



어릴 적 나는 20살이 되면 모두가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너는 아직 어려서 몰라", "애들은 몰라도 돼"라는 말을 듣던 어린아이는 시간이 지나 "네가 애도 아니고"라는 말을 듣는 나이가 되었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어른이 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아이와 어른, 그 사이의 틈에서 허우적 대던 그 아이는 애도 어른도 아닌 어정쩡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모두가 다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물론 나조차도 아직 어른이 아닌 그 언저리에 머물러있다. 나의 소망은 시간이 지나 '진짜 어른'이 되는 것이다. 별거 아닌 일에 연연하지 않고 이별에 쿨하게 대처하는 게 어른이라고 말하는 가짜 어른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나 자신을 회피하지 않고 성장통을 견디고 일어난 진짜 어른이 되고 싶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진짜 어른이란 무엇인가요?



한줄평 : 어른 아이로 살아가는 세상에서 함께 걸어가는 어른의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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