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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덩유니 Nov 20. 2020

무언가를 하는 것의 힘

호화로운 시간낭비의 사치가 그리워졌다.

사람이 무언가를 이루려면, Doer이자 Thinker이자 Dreamer가 되어야한다고 하는데, 나는 확실히 Doer의 기질은 잘 타고났다. 무언가를 하고, 직접 뛰어 다니고, 말그대로 뛰어다니는 것 (운동) 자체도 좋아한다. 그런데 임신하고 필라테스 그룹 수업에서 아긔 낳고 오라는 권유를 받고 요새 몸을 못 쓰고 있었다. 빌리지베이비는 재택을 주로 하다보니 요즘엔 정말 앉아서 일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Do하지 않았던 것 같군!

앉아서 생각도 좀 해 덩유나

빌리지베이비는 육아 꿀팁 영상을 초산의 일반 임산부인 나만을 가지고 진행하기보다는 마더세이프와 같은 산부인과 전문 선생님들, 혹은 먼저 임신 출산의 길을 걸어본 선배 육아인들을 초대해서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많이 풀어나간다. 김학민 둘라님이 그랬고, 아이 둘을 낳고도 멋진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서영님이 그러했고, 간호사 육아아빠님도 그러했고. 


한동안 미리 찍어둔 영상을 편집하고, 육아 어플리케이션 '베이비빌리'에서 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지냈던 영상 마케터 또피아 감독님이 "이제 새로운 영상을 찾아 떠날때가 되었습니다" 하여 빌리지베이비 인턴님이 다양한 컨텐츠 크리에이터분들께 섭외 연락을 하였다. 날짜와 공간을 미리 예약해두고 불과 1주일 가량의 시간만 남긴채 섭외를 진행하였는데 2020년 11월 나는 너무도 멋진 육아 선배이자 여성 선배 둘을 알게되었다.


건강한 사람이 주는 에너지


먼저 해피홈트 요가부인 민유정 대표님, 그리고 기자 김연지님. 이 두 언늬들(멋지면 다 언니)을 보니 일단 임신을 하긴 했지만, 아기를 낳고도 덤덤히 육아 잘 할 수 있겠지- 막연히만 생각하던 나의 4개월 뒤 모습이 좀 더 명확하게 그려졌다. 오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나중에 영상 만들어지면 첨부해야쥐)


해피홈트 유정대표님을 보고는 에너지가 건강한 사람의 매력이 얼마나 주위를 밝게 하는지를 다시 한 번 느꼈다. 건강한 생각을 하고, 건강한 운동을 하고, 다정하고 예쁜 생각과 말을 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가르쳐주신 임산부 요가 매일 빼놓지 않고 해야지. 임산부가 스쿼트 해도 되는구나. 스쿼트 매일 30개씩 해야지. (사실 100개라고 하려다가, 시작은 소소하게 하자 하고 30개라고 정했다가 오늘 아침, 쥬글뻔해따) 나의 일상은 회사를 위한 공공재라고 굳게 믿는 소피아 감독님의 지령에 따라 나의 홈트는 모두 영상으로 촬영된다.. 올라옵니다 임산부 브이로그...

유정언늬.. 저 그래도 해냈어요..



해내버리는 사람이 주는 위대함

김연지 기자님을 보고는 Doer의 힘이 역시 위대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어려운 모든 것을 Doer들은 결국 해낸다.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육아를 하니 내 시간은 왜 없을까- 이렇게 평생 내 인생이 뒤쳐지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는 골몰하고 우울해질 때 누군가는 훌훌 털고 일어나 자기만의 시간을 만들어버린다. 


아기를 낳고 6개월동안 모유수유를 하고, 15개월동안 육아휴직을 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여 우울해지던 연쥐언니는 애기가 통잠을 자기 시작하자 (성향상 일찍 통잠을 자고 낮잠이 뭐야? 라는 표정으로 낮에는 눈이 말똥말똥한 귀여운 딸이 있으시다) 아기가 일어나는 6-7시보다 2시간만 일찍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결심했다고 한다. 

(췜고: 연지 기자님 글: https://brunch.co.kr/@yeonjikim/418 )


뭐야 원래 아침잠 없는 사람이겠지- 싶다면 연쥐언니 브런치에 가서 글을 읽어보자. 아침에 5분 더 눈 붙이고 뒹굴거리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여하튼 이 엄청난 Doer 에너지를 가진 연지 기자님은 그렇게 2시간씩 일찍 일어나 새벽 4시부터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가끔 5시에 '쿵' '쿵' '쿵' 무서운 발걸음 소리로 "엄마! 나 벌써 일어났어!" 하며 찾아오는 귀여운 딸램이가 찾아아오지 않는 대부분의 날을 하고 싶은 일, 글을 쓰거나 사진을 정리하거나 영상을 만지작하는 '호화로운 시간낭비*'에 사용한다.

* 나는 이 '호화로운 시간낭비'를 예찬하는데, 서울대 김영민 교수가 쓴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서 발견한 꼭 마음에 드는 단어이다. (췜고: https://brunch.co.kr/@villagebaby/14)


새벽 4시, 제가 한 번 일어나봤습니다.


창업하고 나서부터는 내가 깨어있는 시간을 오로지 빌리지베이비만을 위해서 사용해야한다는 생각도 있고, 하물며 책을 읽더라도 "지금부터 쉴꺼야!" 각오하지 않는 이상은 빌리지베이비를 운영하는 데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읽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글을 쓰는 것은 고사하고, '이 책 이부분 재밌다. 기록해둬야지' 하고 찍어둔 사진을 글로 옮기는 작업 마저 사치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미루던 글을 옮기는 작업, 그것도 '어른을 위한 그림책' 같은 책의 마음에 드는 구절을 글로 옮기는 작업을... 그렇습니다 제가 해냈습니다. 그리고 마침 그 내용이 새로운 경험이 얼마나 누군가의 삶을 바꿔주는지, 반듯하고 틀에 박힌 삶을 사는 사람에게 변화가 얼마나 다채로운 삶의 변화를 주는지에 관해서였다. 


지난주에 아빠의 아빠 할아버지 생파를 하러 대전을 내려가며 읽은 구절이었는데 그때만해도 '역시 여행이 최고야! 여행을 가고싶다! 언제 갈 수 있을까!' 하며 공감하여 접어둔 페이지였다. 오늘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스쿼트 30개를 하다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조상님아)까지 뵐 뻔하고, 밀린 사치로운 독서활동까지 하고나서 보니 꼭 여행이 아니라, 그냥 경험과 도전으로 읽혀졌다.


O는 나의 기대를 배신하고 어느 날 정착을 선언했고 결혼을 했다. 남편은 지방 소도시의 공무원이었고 모두가 동의하는 익숙한 불안을 차근히 대비하며 사는 사람이었다. 작은 회관을 빌려 결혼식을 마친 뒤 O는 남편 근무지 근처의 아파트에서 딸을 낳았다. 그리고 이제 혼자서는 어디로도 떠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의 결혼 이듬해에 나는 <멋진, 기가막히게 멋진 여행>에서 꼭 O같은 사람을 보았다. 키 큰 나무들이 기세 좋게 하늘까지 쭉쭉 뻗은 울창한 숲 한가운데 작은 나무집이 있고 나무집에는 어떤 남자가 한다. 그는 문득 '떠나볼까?'하더니 망설임 없이 집을 부순다. 부서진 집은 한 쌍의 긴 나무다리가 되고 남자는 그 다리로 호기롭게 여행을 떠난다. 이것은 O가 아닌가. 머문 곳에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고 미련 없이 먼 곳으로 떠나는 결혼 전의 O.

이야기 속의 남자는 세상을 다 돌아볼 기세다. 바다를 건너고 밀림을 지나고, 밤이면 달빛 아래 잠이 든다. 어떤 날에는 다리가 잘리는 위기에 봉착했다가 낯선 이의 도움을 받고, 또 어떤 날에는 긴 나무다리로 누군가를 위기로부터 구하기도 하면서. 세상 곳곳을 두루두루 돌아본 뒤에 남자는 자신이 떠났던 숲으로 되돌아온다.

여행은 끝나고 남자는 다시 삶으로 돌아왔다. 나무다리는 부서져 집이 되었다. 얼핏 보면 집은 처음 그 모습을 하고 있다. (...) 그런데 집 안에 앉아 있는 남자의 얼굴에는 생기가 돈다. 게다가 떠나기 전 무채색이었던 내부가 색색의 페인트로 칠해져 있다. 이것은 일종의 은유다. 하나의 경험이 일어난 후에 한 사람의 안과 밖이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 반듯한 집에서 무료하게 살던 남자는 이제 낡은 집에서 재미나게 살 것이다. 어쩌면 집은 또 다시 부서질지도 모른다. 37

(췜고: https://jungyoonyi.blog.me/222149062698 )


우연히 만난 고마운 인연들로 새롭게 시작하는 경험들과 생각들이 나에게 새로운 '생기'와 에너지를 주겠지. 얼핏 보면 나는 지난주의 나와 같은 사람이겠지만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죽을 뻔한 (...스쿼트는 힘들었다...) 경험이 일어난 후에 나의 안과 밖은 달라지겠지. 역시 창업하길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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