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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잉래빗 Apr 13. 2023

수입이 없어도 즐겁다.

나의 퇴사일기, D+63

퇴사한 후 요즘은 정말 여러 가지 일을 배우고 도전해보고 있다. 평소에 내가 관심 있었던 디지털 드로잉, 스페인어 배우기, 사진찍기, 글쓰기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퇴사하기 전에는 제 몸뚱이 하나 가누기 힘들어 퇴근하면 아무것도 거들떠 보기 싫었던 나지만, 지금은 하나 하나 배우고 눈에 익히는 것이 즐겁다. 역시 무언가를 배우려면 체력이 있어야 한다는 걸 새삼 느낀다.


여러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감정이 든다. 10~20대 초반에 끝냈어야 할 진로 탐색을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제대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이제라도 시작했으니 다행인건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이미 늦었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자.



학교 다닐 때 나는 성적도 좋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는 학생이었다. 그저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수업하고, 공부하고, 시험보고. 뒤돌아 보면 반항 한 번 하거나 무언가를 게을리 한 적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게 다였던 것 같다. 열심히 시험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는 수험생. 일탈이라곤 야자 시간에 친구들과 몰래 라디오로 월드컵 예선 중계를 듣던 게 전부였던, 어찌보면 심심한 삶.


내 앞날을 위해 지금부터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어른들 중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심지어 선생님조차도. 학교는 학생들에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내가 스스로 찾아야만 했다.


그저 집-학교를 반복하고, 충실하게 학교 생활을 하는 것이 내 최선이라고 믿었던 시절이었다.




사람들은 나에게 집에 혼자 있으면 심심하지 않냐고 종종 묻는다. 하지만 난 하고 싶었던 게 많아서일까, 하루가 24시간인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이것 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아 하루 하루 스케줄에 욱여넣다 보면 어느 새 일주일이 꽉 찬다.


나는 원래 혼자 있어도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거기에 MBTI 파워 J형에 가깝기 때문에 앱 또는 다이어리를 이용해 촘촘하게 하루 스케줄을 짜고 하나씩 실행해가며 만족을 느낀다.


내가 쓰는 앱 사진. 나는 정말 파워 J다.




여러 가지 분야를 배우고 도전하는 것과 더불어 현재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데, 아직 초보 셀러라 물건이 잘 팔리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팔 제품을 선택하고 시장조사를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어떤 식으로 제품의 상세페이지를 기획하고 만들어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이 그저 재밌다.


아직 수입은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도장깨기 하듯 그것에 몰입하다보면 언젠가는 입에 풀칠할 정도의 수입은 생기지 않겠는가.


하얀 도화지 위에 여러 가지 알록달록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요즘.
남들보다 느리지만 내 시계의 시침, 분침은 오늘도 즐겁게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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