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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편 Sep 05. 2020

풍문으로 들었소, 인사이동이 있을 거라고....

모두 알고 있지만, 모두 알 수 없는 일

"그거 들었어?"

대부분은 이렇게 시작된다. 


큰 조직개편을 앞두었을 때, 

외부에서 우리 팀의 인원을 원할 때, 

정기 발령을 앞두었을 때,


인사이동이 있을 수 있는 타이밍이 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회사 내 찌라시가 돈다. 


'누가 간다고 하더라, 누구를 달라고 했다더라, 조직이 바뀌면 팀장이 바뀐다더라 같이... '

다양한 찌라시들이 한동안 활발히 활동을 한다. 


버전의 버전을 거듭하며, 반나절만 지나도 인사이동 대상자가 바뀌는 놀라운 일도 발생한다.


무료하고 새로울 것 없는 회사 생활에 인사이동 관련 찌라시는, 그만큼 매력적이다. 


나 또한 그랬다.

회사에서 떠도는 찌라시는 꽤 신빙성 있게 느꼈으며, 나 혼자 이동 후보자들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찌라시가 재미있으려면,

이 확신이 필요하다. 


나는 인사이동 대상이 아니다.


철저히 남의 일이 되어야, 

찌라시가 충분히 재미있어진다. 


만약, 내가 인사이동 대상이 된다면?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인사이동을 하면 팀에서 나와 새로운 팀, 조직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며,

지금 하는 업무가 아닌 완전히 다른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어떤 상사를 만날지, 팀원들을 만날지, 새로운 일은 나에게 잘 맞을지 등,

고려 또는 걱정해야 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찌라시가 중요하겠는가, 당장 내가 짐을 싸야 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나는 이제 찌라시가 재미없어졌다.


입사하고, 11년이 되면서, 

이제 선배보다 후배가 훨씬 많아졌다. 

팀 내에서도 꽤 오래 이동이 없는 사원이 되었다. 


지금 당장 다른 팀으로 혹은 비슷한 업무를 하는 팀으로 인사이동을 받아도 어색하지 않다.


인사이동은 내가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나의 의사와 상의 없이 회사에 유리한 일방적인 인사이동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


최근에 다시 인사이동 관련 찌라시가 돌기 시작했다. 

외부환경은 급변하고 있고, 

인사이동은 이 전보다 더 자주, 더 예측하기 어렵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저런 풍문들을 들으며,

차마 동료들에게 말할 수는 없었지만, 


나의 솔직한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

내가 새로운 일을 잘할 수 있을까의 두려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내가 이동하게 되면 어떡하지? 



이 두려움의 중심에는 자존감의 부재가 있다. 


자존감 : 자신에 대한 존엄성이 타인들의 외적인 인정이나 칭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 내부의 성숙된 사고와 가치에 의해 얻어지는 개인의 의식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새로운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새로운 일을 잘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찌라시가 회사에서 돈 지 3일쯤 되었을 때,

풍문과 두려움에 지쳐갈때 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어때서?


계속 인사이동 대상자가 되기 두려워하는 나를 알아차린 순간,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세상일이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처럼,

인사이동은 내가 싫다고 발버둥을 처도 막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두려움을 떨칠 수 있는 방법은,

인사이동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 


인사이동은 나의 보금자리를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값진 기회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게 된 밤이 지난 후,


나는 다시 찌라시가 재미있어졌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말처럼,

지금 이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 최선을 다해,


그리고 인사이동 대상자를 찾는 시기가 왔을 때,

좋은 기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면,

망설임 없이 손을 들고 싶다. 


무한한 나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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