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이 그리도 두려운 것일까
어제도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보며 집 밖에 한 발짝도 안 나갔는데 오늘도 햇빛을 안 봤다. 두려운 마음이 스며든다. 내가 지금 안 무서운 척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드라마 속으로 도피 중이다. 왼쪽 손목의 상처가 낫지 않아 더욱 위축된다. 혹시라도 덧나서 염증이라도 생길까 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혹시라도 물이 닿거나 튈까 봐 씻는 것도 자제하고 있다. 세수는 고양이 세수로 눈곱만 겨우 닦아내는 수준이다.
화장을 일주일간 하지 않았더니 클렌징 티슈로 겸하던 각질 제거도 덩달아하지 않아 얼굴 표면이 두꺼워진 기분이다. 혹시라도 밖에 나가서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두려운데 손목의 상처는 나를 더 움츠러들게 만든다. 잘 때에도 왼쪽 손목이 침대에 닿을까 걱정되어 왼팔 전체에 신경을 쓰다 보니 일어나면 왼팔과 어깨 전체가 뻐근하다. 나가서 치고받고 싸울 것도 아니면서 상처가 아물기 전에 마음이 먼저 쭈그리가 된 나는 무엇이 그리도 두려운 것일까.
나는 현실도피 중이다. 자고 일어나면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퍼져있는 이 상황이 꿈이기를 바란다. 한국행 항공 노선이 점점 줄어든다. 한국에 있는 우리 집에 무사히 잘 돌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2019년 12월 30일 한국에서 출발해서 우한을 경유해 다음날인 31일에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했다. 프랑스 아를, 님,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거쳐 지금은 세비야에 머물고 있다. 나는 지금 여기에 왜 있는 것일까.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 여기에서만 할 수 있는 나의 일이 무엇일지 고민한다.
나를 보내신 이가 나를 지구 반대편에서 두려움에 떨라고 보낸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한국이 아닌 여기 스페인 세비야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보고 느끼고 생각해야 할지 묵상해야겠다. 세비야는 오늘도 맑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