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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골책방 Aug 17. 2019

나라를 지키는 건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이야

'바늘장군 김돌쇠'를 읽고 새기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의 해로 어느 때보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다.

게다가 노 재팬의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새로운 오늘의 역사를 만드는 중이다.


세계를 향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100년 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400여 년 전에도 일본에게 침략당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이들이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펴 들었던 '바늘장군 김돌쇠'를 통해

나라를 지키는 건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묵직한 울림이 전해져 왔다.


작가는, 1597년 정유재란 때 평택 소사벌 전투에서 다리가 불편한 조선 청년이 바늘로 일본군을 물리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의 싹을 키워 글을 썼다고 한다.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두고 적절하게 가미된 허구의 이야기는 읽는 재미와 더불어 전쟁사 속에서 결연히 나라를 지킨, 이름 없는 이들에 대한 감사를 생각하게 한다.


종묘사직을 두고 도망가지 않을 테니 걱정 말고 생업에 종사하라던 임금님은 한밤중에 몰래 도성을 빠져나가 궁궐을 버리고 북으로 도망쳤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임금님을 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임금님이 살아야 나라가 사는 게 아니냐고 두둔하는 백성도 있었다. 양반네 자식들은 시골로 피난가고 힘없는 백성들만 남은 상황에서 돌쇠의 형 강쇠는 전쟁터로 떠나는 짐을 싸는 손길을 늦추지 않았다.

"끌려가는 게 아니야. 당연히 가야 하는 거야."

"형, 제발 가지마."

"돌쇠야, 나라를 지키는 건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야."

"임금님도 백성을 버리고 도망쳤다고!"

"우리가 가서 충심으로 싸워야 임금님을 다시 모셔 올 수 있어."

"도대체 누굴 위한 충이냐고!"

"임금님 때문만이 아니야. 우리 가족을 위해서 나가는 거야. 이 땅을 지켜야 우리가 사니까. 아버지에 대한 충이고, 어머니를 향한 충이고, 너를 위한 충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한 충이다."


형을 붙잡기 위해  바늘을 던져서  다치게 하려 했지만 차마, 사랑하는 형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하는 돌쇠의 마음이 가슴 아팠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태연하게 전쟁 속으로 걸어가는 형의 뒷모습은 너무나 애절했다.


"토끼가 사냥꾼을 만나면 곧장 굴로 들어가지 않고 왜 그렇게 죽도록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줄 알아? 굴 안에 있는 토끼들에게 더 깊이 숨으라고 알리려고 그러는 거야. 그게 토끼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충이야. 다른 사람들이 피할 시간을 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됐어. 내가 죽는다 해도 넌 살릴 수 있을 테니까."


형은 굳건히 나라를 위해 싸웠고,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돌쇠는 형의 마음을 이어받아 정유년에 재침략한 일본과 맞서 싸우게 된다.


임진년의 일본군은 오로지 빠른 속도로 한양을 점령하고 명나라로 쳐들어가는 게 목표였다. 군기가 엄격해서 필요한 군량 이상을 약탈하면 내부에서 징계를 받으므로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유년의 일본군은 복수전을 위한 재침에 가까웠다.

일본군은 길어진 전쟁으로 인한 중압감을 민간인 학살과 약탈로 풀었다. 훨씬 잔혹해진 일본군은 귀한 물건을 약탈하고, 집을 불태우고, 도공들과 장인들을 납치했다. 여자들을 겁탈하고 조선 사람을 죽이고는 그 징표로 코를 잘랐다. 귀는 두 개라서 거짓으로 전과를 부풀릴 수 있었지만 코는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일본군은 소금에 절인 조선인의 코를 일본에 있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갖다 바쳤다. 일본군은 공적을 더 많이 쌓기 위해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았고, 잡힌 아이들의 코까지 벴다. 일본인이 지나간 자리에는 코 없는 아이들이 무수하게 생긴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소사벌 전투에서 선발대로 나선 돌쇠는 명군 진영을 향해 달리는 일본군 악귀의 두 눈에 바늘을 날린다. 뒤이어 조선을 도우러 온 명나라 선발대가 일본군과 맞붙었고 용맹한 부장과 많은 군사를 잃은 일본군은 후퇴를 시작한다. 이야기 속에서 명나라 군사 대장인 해생은 돌쇠를 부장으로 삼겠다고 부와 명예를 약속하면서 함께 명나라로 가자고 하지만, 돌쇠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나와 함께 싸우다 명나라로 가자. 부와 명예를 약속하겠다."

"아닙니다. 전 여기서 살겠습니다."

해생은 다시 군인으로 돌아와 단호하게 말했다.

"좋다. 약속은 지킨다. 만약 네가 나의 부장이 되지 않겠다면 오늘 있었던 전투는 오로지 우리 명군의 것이다. 이 전투에 대한 기록 어디에도 너의 이름은 밝히지 않을 것이고 원숭이를 풀어 적진을 교란시켰다고 할 것이다. 그래도 좋으냐?"

"나에게는 이름을 남기는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이 땅에서 살 겁니다. 언젠가 이 자리에 또다시 적이 쳐들어와도 아버지와 내 형이 그랬던 것처럼 이 땅을 지켜 낼 겁니다. 다시 집을 짓고 땅을 일구며 대대손손 이 자리에서 살겠습니다."


1592년부터 1598년까지 이어진 전쟁으로 수많은 백성들이 목숨을 잃었고 조선은 피폐해졌다. 그 후에도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로 살았으며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었다.


어제의 역사는 단순히 지나간 과거가 아니다.

더 이상 부끄러운 역사를 만들지 않기 위해 우리는

대한민국의 당당한 주인으로 사는 삶을 살아야 한다.


크게 앓고 난 뒤에 앉은뱅이가 되어 바늘을 던지며 놀던 김돌쇠는, 한 쪽 다리로 굳건하게 일어서 일본군과 맞서 싸우는 바늘장군이 되었다.

역사의 주인공은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다.

묵묵하게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인 것이다.


나라를 지키는 건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책 속의 말처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충을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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