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들에게 한 말

나를 다독이기 어려워하는 나에게

by studio imparo 소희

강사 지원서를 작성하다가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시계를 보니 밤 11시.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을까.


“다녀왔습니다.”


방으로 곧장 들어갈 줄 알았던 아들이 내 옆에 와서 앉는다. 자격증 시험 준비로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던 나는 아들이 옆에서 기다리는 것 같아 아들의 얼굴을 보았다.


“응…?”


“준우를 보고 왔는데 준우는 이번 겨울 방학에 공모전을 준비한다고 하던데...”


“응? 공모전? 괜찮지. 안 될 확률이 높지만 그래도 해 보는 것과 해 보지 않는 것은 차이가 있으니까.”


“그렇지? 준우도 안 될 것을 알지만 준비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도 준비해 보려고. 요즘 내 작업에 집중을 못 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 목표가 있으면 움직이게 되니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수상이 목적이 아니라 기한 내에 제출해 보는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 엄마도 지금 그렇게 하고 있잖아. 잘 생각했어. 해 보는 거야.”


아들은 나를 보고 있었다.


”엄마도 이번에 성인 강좌에 새로 도전하고 있잖아. 계속 늦게까지 잠을 못자고 앉아있는 대부분의 시간이 강의계획서 작성하고 이력서 다듬고 하는 일이 이번에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물론 되면 좋겠지만. 이렇게 준비하면서 내공이 쌓이는 것을 믿고 있으니까 하는 거야. 엄마도 허리 아프다. 침대에서 공주랑 놀고 싶어.“


허리를 두드리며 말하는 나를 보던 아들은 웃으며 말했다.


“응,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엄마도 준비하시던 거 마저 하세요. 저 씻고 나올게요.”


일어나서 방을 나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다가 생각이 많아져서 이어 들으려던 강의 플레이를 멈췄다.


나는 왜 나에게는 말하지 않았을까


공모전을 준비하는 그 모든 과정이 다음 공모전에 도움이 될 거라고 아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했지만 그 결과에 따른 씁쓸함을 전해 주지 않았다. 엄마도 아직 헤쳐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15년 넘게 지속하던 일에서는 하나를 생각하면 다음 계획이 연쇄적으로 그려졌다. 그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새로운 길 위에 서자, 길은 뿌연 안갯속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해당 분야 강의 경력’이라는 높은 벽은 현실적으로 강사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알려준다. 서류는 자격 미달로 자동 탈락일 테니. 하지만 그것을 알아도 가야 한다고 내 나이가 그 숨겨진 길을 가리킨다. 제출하고 확인하고 다시 작성하고... 이제 고작 3개월 차. 내 심장은 여전히 강하지 못했다.


아들에게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응원하면서, 정작 덜덜 떨고 있는 나 자신은 안아주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합격자 명단에 이름이 없을 때마다 나는 웅크렸다.


'역시, 아직 안 되는구나.'

그러다 정신을 차리겠다고 나를 몰아세웠다.

'아파도 참고해야지.'


아들에게 건넨 말을 나에게도


아들에게는 말했던 말이지만 나에게는 해주지 않은 말이 있다.

'조금이라도 나아졌다면, 그것도 앞으로 나간 거야.'

내가 아들에게 건넨 말이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나를 다독이는데 익숙하지 않은 어리숙한 내가 보였다.

화면 캡처 2026-01-26 232732.jpg 아들이 유치원 때 만든 커피잔 세트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느리지만 앞으로 가고 있는 나를 위해, 따뜻한 커피와 고소한 쿠키를 준비했다.


괜찮다.

아들에게 말한 것처럼,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된다.'

내일은 이 말을 모니터 앞에 붙여둬야겠다. 지원서를 작성할 때마다 내가 다독여지도록.







아자아자! 박소희.

오늘도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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