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가 아닌 특허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이유
특허권의 행사시 고려해야 할 두 가지 위험
특허는 매우 강력한 권리이지만, 동시에 ‘위험’한 권리이기도 합니다. 특허권의 행사 과정에서 특허권자가 예측하지 못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허가 가진 위험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무효의 위험’과 ‘비침해의 위험’이 그것입니다.
무효의 위험과 비침해의 위험
무효의 위험은 말 그대로 특허 자체가 무효로 될 위험을 의미합니다. 특허청의 적법한 심사를 거쳐 등록된 특허라 할지라도 특허무효심판에서 무효사유가 인정되면 언제든 무효로 될 수 있습니다. 특허가 무효로 되면 그 특허권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과 같이 취급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특허 침해 분쟁에서 상대방은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하여 대응하게 됩니다. 분쟁 대상이 된 특허권 자체를 없애는 것보다 더 확실한 방어 수단은 없기 때문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특허무효심판에서 특허가 무효될 확률은 대략 50% 내외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무효심판이 청구된 특허 두 건 중 한 건은 무효가 되는 셈입니다. 특허권자 입장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확률입니다.
다음으로, 비침해의 위험은 특허침해를 주장했으나 결과적으로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될 위험입니다. 부동산과 같이 눈에 보이는 재산권과 달리 무형재산인 특허는 그 권리범위를 명확히 결정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특허 소송에서도 특허침해의 성립 여부 자체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침해라고 굳게 믿었던 제품이 비침해로 판단되거나, 1심에서 침해가 인정되었다가 상급심에서 결론이 뒤집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처럼 특허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거나(무효), 또는 자신이 가진 효력의 범위가 인정되지 않을(비침해) 위험을 가진 권리입니다. 이 때문에 특허권자는 경쟁사의 특허권 침해가 강하게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권리행사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허의 위험은 특허 포트폴리오를 통해 해소 가능
특허가 가진 이러한 위험은 특허 포트폴리오를 통해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습니다. 특허 포트폴리오는 어떤 기술적 과제를 구현하기 위하여 기업이 획득한 특허들의 집합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A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10건의 특허를 등록받았다면, 이들 10건의 특허가 A 제품에 대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됩니다.
특허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특허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을까요? 경쟁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제품에 대한 특허가 하나 뿐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 경쟁사는 문제되는 특허 하나만 무효로 만들거나 회피할 수 있다면 특허 침해에 대한 염려 없이 안심하고 시장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가 아닌 10건의 특허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둔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경쟁사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전체’를 무력화시켜야 합니다. 10건 중 하나만 침해가 인정되더라도 제품 생산을 중지하거나 손해배상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0건의 특허 모두를 무효로 만들거나 권리범위를 회피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단순한 계산으로도 1건의 특허가 무효될 확률이 2분의 1(50%)라고 할 때, 10건의 특허 ‘모두’가 무효될 확률은 210분의 1인 약 0.1%가 됩니다. 특허에 대한 회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일부가 아닌 특허 포트폴리오 전체에 대해 비침해를 인정받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70년대 미국에서 즉석 카메라를 놓고 폴라로이드와 코닥이 벌인 특허소송에서 코닥은 폴라로이드가 침해를 주장한 11건의 특허 중 3건의 특허를 무효로 만들고 1건에 대해서는 비침해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7건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침해가 인정되어 수십억 달러의 배상액을 지불하여야 했습니다.
코닥과 폴라로이드의 즉석 카메라이렇듯 특허가 가진 위험은 최소화하고 특허권이 가진 힘을 극대화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특허권의 획득도, 행사도 개별 특허 단위가 아닌 포트폴리오 단위에서 이루어질 때 특허가 가진 강력한 힘인 독점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