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출원일 확보와 강한 특허권 확보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
특허출원을 위해서는 발명 내용을 기재한 서류인 명세서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명세서를 제대로 작성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만약 정식 명세서를 작성할 여유가 없이 빠르게 출원일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임시명세서 출원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임시명세서 출원이란 정해진 형식에 따라 작성된 명세서 대신, 연구노트나 기술자료 등 자유로운 형식으로 작성된 문서를 이용하여 특허출원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이는 미국의 가출원(Provisional Application) 제도를 본뜬 것으로, 우리나라 특허청에는 2020년부터 도입되었습니다.
임시명세서 출원의 가장 큰 장점은 기동성입니다. 기술자료만 준비되어 있다면 빠르면 하루 만에도 출원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제품 출시가 임박한 상황에서 그 전에 특허출원을 완료해야 한다면 사실상 임시명세서 출원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도 임시명세서 출원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반도체나 2차전지 등의 첨단 기술분야의 경우 출원일이 단 며칠만 늦어져도 경쟁사의 특허에 의해 특허 등록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발명이 완성되면 곧바로 임시명세서 출원을 통해 출원일을 확보한 뒤 정식 명세서를 작성하는 전략이 많이 사용됩니다.
임시명세서의 또 하나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입니다. 출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명세서 작성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활용하면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 과정에서도 임시명세서가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술개발 초에는 다양한 후보 아이디어들이 제안되지만 추가 실험이나 검증을 거치기 전에는 이들 중 어떤 것이 제품에 채택될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에도 임시명세서 출원을 활용하면 여러 후보 아이디어에 대해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출원일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임시명세서 출원은 특허전략의 관점에서 매우 유용한 제도이지만 몇가지 유의할 점도 있습니다.
첫 번째는 출원시 제출되는 기술자료를 최대한 충실히 작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임시명세서 출원은 명세서의 형식을 반드시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지 기술 자체를 간략하게 기재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 임시명세서 출원시 제출되는 기술자료의 내용이 지나치게 간단하거나 핵심 기술내용이 누락되어 있다면 실질적인 출원일 선점의 효과를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
두 번째는 임시명세서 출원 이후 적절한 시점에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임시명세서는 말 그대로 ‘임시’ 출원이므로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당연히 아무런 권리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임시명세서 출원 후 정해진 기간 내에 정식 출원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만약 임시명세서 출원 이후 적절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임시명세서 출원은 취하된 것으로 간주되므로 출원이 완료된 뒤에도 일정 관리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시명세서 출원은 말 그대로 ‘임시’ 출원이므로 정해진 기간 내에 정식 출원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임시명세서 자체에 대한 정식 명세서를 제출하는 것입니다. 출원인은 임시명세서 출원 후 1년 2개월이 되는 날까지 임시명세서를 대신하여 정식 명세서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실무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임시명세서는 발명의 핵심 내용 이외에 정식 명세서에서 필요한 여러 고려사항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정식 명세서를 통해서는 이를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임시명세서를 기초로 국내우선권주장 출원을 하는 것입니다. 실무에서는 대부분 이 방법을 사용합니다. 국내우선권주장 출원은 선출원의 출원일로부터 1년 이내에 선출원의 내용을 보완하여 특허출원서를 다시 제출하는 제도입니다. 국내우선권 주장 출원은 선출원인 임시명세서 출원과는 별개의 출원이므로, 임시명세서 출원시 미처 고려하지 못한 내용이나 이후에 보완된 사항을 자유롭게 추가하여 기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임시명세서 출원에 기재되어 있던 사항에 대해서는 특허요건의 판단 시점이 임시 명세서의 출원일로 소급됩니다.
국내우선권 주장 출원의 장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여러 건의 임시명세서 출원을 하나의 국내우선권 주장 출원으로 합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아이디어에 대한 여러 변형예들이 도출될 때마다 각각 임시 명세서로 출원해 둔 상태라면 이들을 결합하여 하나의 국내우선권 주장 출원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여러 건의 임시명세서 출원에 대한 우선권 주장이 적법하게 인정되기 위해서는 이들 중 가장 빠른 출원일로부터 1년 이내에 국내우선권 주장 출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2024년 1월 5일과 2024년 5월 12일에 각각 출원한 두 건의 임시명세서 출원에 대한 국내우선권 주장 출원은 둘 중 빠른 출원일인 2024년 1월 5일로부터 1년 내인 2025년 1월 5일 전까지 완료해야 합니다.
임시명세서 출원과 국내우선권 주장 출원을 잘 활용하면 기술 개발 과정에서 도출되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에 대해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출원일을 확보하는 동시에, 이후의 개발 상황 등에 맞추어 특허 명세서를 작성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전자, IT 분야 등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분야일수록 임시 명세서 출원과 국내우선권주장 출원 제도를 활발히 이용하고 있습니다. 기술개발의 특성에 맞는 효과적인 특허전략을 고민하는 담당자라면 위 두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